건달, 깡패, 양아치
건달, 깡패, 양아치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5.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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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예전에는 건달, 깡패도 많았다. 흔히 넝마주이라고 하던 양아치도 많이 보면서 학창생활을 보냈다.사회에 나와서 보니 사람마다 동네 양아치, 건달, 깡패 등등의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었다. 지금도 양아치를 가장 저질스러운 삼류 건달 취급하기도 한다. 오늘은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해 보고자 한다.

 우선 건달의 의미를 보자. 신라 진평왕( 재위 579 ~ 632) 때 융천사(融天師)가 지은 향가에 <혜성가>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동해 물가 건달파가 놀던 성을 바라보고, “왜군도 왔다!” 봉화(烽火)를 든 변방(邊方)이 있어라. 삼화(三花)의 산구경 오심을 듣고 달도 부지런히 등불을 켜는데, 길 쓸 별 바라보고 “혜성이여!” 사뢴 사람이 있구나. 아아! 달은 저 아래로 떠 갔더라. 이 보아 무슨 혜성이 있을꼬”(<삼국유사> 진평왕, 융천사조)

 이 글 속에 건달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다. 우리는 흔히 건달이라고 하면 건들건들하면 좀 노는(?)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의 내용을 보면 불교에서 좀 놀아 본(?)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놀아 보았다는 말은 풍류(風流)를 안다는 말이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건달’은 불교 용어인 ‘건달파(乾達婆)’에서 유래한 말이다. 건달파는 범어(梵語) Gandharva의 음역이다. 

그 의미는 ‘변환막측(變幻莫測)’이란 뜻이며, ‘향신(香神)’이나 ‘후향(嗅香, 향기를 맡다)’ 등으로 번역된다.건달파는 제석천(帝釋天)에서 음악을 맡아 보는 신으로,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香)만 먹고 허공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악사나 배우 등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러다가 조선시대에 불교를 천시하고, 노래를 부르는 예인(藝人)을 무시했던 풍습에 의해 건달파라는 말이 그저 할 일 없이 놀고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바뀐 것이다. 과거 신라시대에 많은 인재를 배출했던 화랑이 조선시대에 와서 무당으로 격하된 것과 동일한 발상이다.

 한 편 깡패라는 단어는 모양부터가 독특하다. 한자도 아니고 한글은 더욱 아니며 영어 또한 아니다. 지난 주에 살펴보았던 ‘다홍’색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즉 ‘다홍(大紅)’색은 중국어 발음 ‘따홍’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되어 ‘다홍’으로 정착한 것이다. 이런 뿌리 없는 언어가 우리나라에는 종종 나타난다. 깡패라고 할 때 어원은 영어의 ‘gang’에서 찾아야 한다. 흔히 ‘gang단(團)’,‘gang패(牌)’ 등에서 유추할 수 있다. 원래 ‘패(牌)’란 관청에서 함께 번을 서는 한 무리의 조를 일컫는 말이다. 

대개 40~50명 정도로 이루어진다.(네이버 오픈사전) 그러니까 ‘gang(갱, 범죄조직)’이라는 단어와 ‘무리’를 칭하는 ‘패’가 어우러져 이루어진 1957년도의 신조어다.(<경향신문> 1957년7월 11일, 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 ‘갱’ 자체가 ‘악한 무리’라는 의미가 있는데 여기에 ‘무리’라는 뜻의 ‘패’를 덧붙여 만든 것이다. 현대식으로 하자면 처갓집, 역전앞, 족발 등과 같이 동어를 반복해서 만든 단어다. 참고로 깡통의 ‘깡’은 영어 ‘can’에서 유래한 것으로 깡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끝으로 양아치라는 단어는 출신이 조금 다르다. 원래는 ‘동냥아치’에서 나온 말이다. 동냥승은 구걸하며 도를 닦는 승려를 말한다. 어원은 ‘동령(動鈴)’에서 비롯되었다. 글자 그대로 방울을 흔들면서 탁발을 하는 행위를 동령이라고 하는데, 동령>동량>동냥으로 변했고, 나중에는 ‘동냥중’이라고 하였다. 요령을 흔들며 탁발하는 승려를 뜻한다. 심봉사가 어미 없는 심청에게 동냥젖을 먹였다는 것을 기억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이렇게 ‘동냥하러 다니는 사람’을 동냥아치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동’이 생략되어 ‘양아치’가 된 것이다. 불교를 배척하면서 천한 의미로 바뀐 것이다. 지금은 ‘품행이 바르지 못한 야비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언어는 늘 변화하게 마련이다. 1957년도에 신조어였던 깡패가 이제는 사라져가는 언어가 되고 있다. 사라지기 전에 그 의미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무례하거나 속된 말보다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쓰는 문화인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