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냅 둬유?
그냥 냅 둬유?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7.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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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항상 누군가를 위한다면서 법을 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 반대의 경우로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전임강사 제도 없앤다고 조교수로 임용했지만 퇴직할 때까지 조교수로 지내야 하는 분들도 많다.

시간강사 없앤다고 하니 모든 대학이 초빙교수제도를 활용하여 학교마다 초빙교수가 넘쳐난다.

요즘엔 대학들이 겸임교수제도를 확대하여 시간강사의 목을 조르고 있다. 학교마다 시간 강사 월급주고 보험 들어주는 것보다는 겸임교수를 많이 활용하면 경력자도 쓰고 4대 보험을 내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시간강사를 생업으로 하던 사람들은 갈 곳을 잃었다.

다시 정부에서 시간강사들에게 방학에도 월급을 주라고 다그치니 학교에서는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하여 시간강사를 줄이고 있다. 이것이 확대되면서 전임교수들의 기준 시수가 증가하였다.

보통 대학의 전임교수의 일반적인 표준 시수는 주당 9시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대학은 주당 15시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결국 월급이 줄어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힘 없는 교수들은 재단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간강사가 해야 할 과목을 전임교수들이 더 맡아서 해야 하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이제 시간강사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대학당국에서는 IMF 시절에는 고통을 분담하자고 해서 몇 년간 월급을 동결하고, 이제 와서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시수를 늘이자고 억지를 쓴다. 초과수당도 적게 주면서 이제는 기준시수를 1년 단위로 바꾸고 있다. 즉 학기당 9시간을 기준으로 하던 것을 1년에 22시간하는 식으로 바꾼 것이다.

1학기에 시수를 못 채운 교수는 2학기에 더 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학기에 초과한 시간외 수당을 2학기에 주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은행에 두었다가 이자 놀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정부에서 무슨 대책을 내놓든지 간에 대학은 항상 그 위에서 놀려고 한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매번 개선책을 내지만 결과를 보면 늘 개악으로 흘러왔다.

대학의 구성원들이 그리 쉽게 정부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언젠가 시간강사의 취업 기회를 높여주겠다고 대학에서 전임교수 강의 비율을 60%이상 유지하라고 법을 바꾼 적이 있다. 그 법은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법이 잘 지켜졌을까 생각해 보면 결코 아니다.

정부에서 원하는 것은 시간강사를 전임교원으로 초빙하여 전임교수 강의 비율을 높이라는 뜻이었지만, 대학에서는 기존 교수들을 닦달하여 전임교수 강의 비율을 높였다. 대학원 수업을 기준 시수에 포함하여 시간외 수당으로 전환하기도 했고, 시간외 수당이 시간강사의 인건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전임교수들의 시수를 마구 늘여버렸다.

교무처 직원이나 대학원 직원들이 하소연을 하는데 어떤 교수가 싫다고 뿌리칠 수 있겠는가?

결국 그 후로 교수들은 혹사당하고 시간강사 채용 비율은 늘어나지 않았다. 전임교수 강의 비율 60%라는 것이 숫자놀이에 불과할 뿐이지 교수 채용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시간강사들에게 방학 때도 월급주고 4대 보험 들어주고, 3년 정도 탈 없으면 임용하라고 강요하지만 이것도 결과는 뻔하다. 한 사람이 한 학교밖에 강의할 수 없으니 보따리 들고 여기저기 강의하면서 생업으로 삼았던 강사들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취업률은 높아질지 모르겠다.) 주변에 이런 강사들은 너무나 많다.

보통 4군데는 뛰어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데, 한 학교에 국한되어 있으면 방학에 월급이 나와도 삶은 곤궁하기 짝이 없다. 이것이 개악이 아니고 무엇인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잘 해 보겠다고 매번 바꾸는 것이 오히려 계속 독이 되고 있다.

가정이 있는 강사들은 이제 어찌 살아야 할까? 그렇다고 한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닌데 학교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나? 필자도 보따리장사(시간강사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를 오래 해 봐서 이들의 애환을 잘 안다.

많을 때는 야간까지 다섯 군데 이상 뛰었던 것 같다. 그래야 그 당시 150만원 정도 벌어서 겨우 아이 학비에 보탰다. 대학은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학문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고 대학의 설립목적은 존중받아야 한다. 진정 누구를 위해서 법은 자꾸 바꾸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Let it be! 자꾸 흔들지 말고 그냥 냅 둬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