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나요?
이찬종 소장에게 묻는 ‘나의 반려견’
나는 그 하얗고 작은 아이가 처음 내게 왔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너무나도 연약해 보여서 혹여 잘못되지는 않을까 마음 졸였던 때가 있었다. 천진난만한 표정과 몸짓만으로 이 세상이 너무 풍성해졌던, 그 감동은 반려견을 키워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느껴봤으리라. 반려견 1,000만 시대, 사람과 반려견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반려견의 사회성을 기르는 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이삭 애견훈련소에서 동물행동분석전문가 이찬종 소장을 만났다. 그는 검게 그을린 얼굴, 순박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는다. 사실 ‘동물행동분석전문가’라는 직업은 아직도 한국인에게 생소하지만,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소개가 되며 그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과 평생을 함께 생활해야하는 반려견에게 사회성이나 예절의 필요성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강아지가 좋아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는 그는, 반려견이 갖춰야 할 규칙과 예절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무조건적인 사랑도 필요하지만, 반려견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좋아요. 일종의 사회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람과 반려견이 지켜야 하는 규칙과 예절을 익히고 배우면 이 자체로도 서로 간의 교감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다가오는 2020년에는 반려견 시장 규모가 6조로 성장한다고 하지만, 아직 문화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기심을 버리고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반려견과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채우고, 대소변을 치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또 반려견을 자기 과시의 용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요즘 들어 동물에 대한 ‘사랑의 기준’을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이 너무 강아지를 의인화하는 건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있어요. 강아지가 가진 독립적인 부분도 존중을 해줘야 합니다.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목줄이나 가방, 옷 등을 착용하게 하면서 사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02-“엄마, 아빠에게 오렴.” 신다솜 계장과 정성찬 대리가 호두를 부르고 있다
03-겁많은 호두. 장애물을 넘어 아빠에게 갈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
소중한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생각 없이 강아지를 입양해서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이 때문에 처음 반려견을 선택할 때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사랑으로 만났지만 성격과 성향이 맞지 않으면 헤어짐을 피할 수 없는 연인들처럼, 사람과 반려견의 성향이 맞아야 한평생 함께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활동량이 많지 않은 말티즈나 요크셔테리어를 키우는 게 좋고,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푸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정년퇴임하고 시간이 넉넉한 분들은 내성적인 성격의 강아지도 잘 맞을 것 같아요.”
사람이 반려견을 선택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반려견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찬종 소장. 자신의 환경이나 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는 강아지 행동교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동물 내면의 상처라고 이야기한다. 성견이 되었을 때 문제 행동으로 애견훈련소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문제행동을 만들어 낸 것은 사람인데, 동물이 생활하면서 받은 학대나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
“행동교정이 되지 않으면 견주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포기할 수있잖아요. 강아지의 운명이 결정되는 부분이라 안 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정신적인 트라우마나 장애 아닌 장애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래도 차라리 견주가 못 키우겠다고 여기에 버리고 가는 건 괜찮아요. 제가 돌보면 되니까 그렇게 마음 아프지는 않아요.”
04- 이찬종 소장과 그의 품에 안긴 흰둥이
05 - 호두네 세 식구 셀카찍기
햇살 좋은 날, 귀염둥이 비숑과 푸들
부천지점 김수연 팀장은 4개월 된 비숑과 함께 산다. 오랫동안 말티즈를 키우다 하늘로 떠나보내고 난 뒤 너무 마음이 아파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최근 비숑을 애견샵에서 데려왔다.
“전에 키우던 강아지와 같은 이름으로 ‘흰둥이’라고 지었어요. 한참 유치가 나서 그런지 귀나 코, 머리카락, 발가락을 물어요. 혼내야 할 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흰둥이가 집에 오고 남편과 저의 생활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면 서로 말 없이 티비만 보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흰둥이가 오고 나서 부부는 거실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앞으로 흰둥이를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 관심사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에게 강아지를 질투나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따뜻한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 말 못 하는 동물을 배려하고 보호해주면서 정서적인 부분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부천지점 신다솜 계장과 부평지점 정성찬 대리 부부는 지난해 6월, 푸들을 입양했다. 온통 갈색 털로 뒤덮인 강아지를 보자마자 신다솜 계장은 남편을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견샵을 지나다가 눈을 마주쳤는데, 그 간절한 눈빛이 아른거려 데리고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름은 호두로 지었다. 결혼한 지 2년 차인 신혼부부는 가만히 있어도 깨가 쏟아질 때지만, 호두로 인해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호두는 애교가 정말 많아요. 성격도 명랑해서 사람을 잘 따르고 강아지하고 잘 어울려요.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휴대폰 배경화면부터 사진첩 모두 호두로 가득해요.”
부부는 호두를 위해서 IBK기업은행 적금 가입도 생각하고 있다. 만약 호두가 아파서 큰돈이 들어가야 할 때를 대비한 마음이기도 하다. 오늘 참가자인 견주 세 사람은 이찬종 소장에게 강아지의 사회화 훈련 등의 에티켓과 서로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견주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이찬종 소장은 말한다.
“외출을 하거나 들어올 때 견주가 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아요. 강아지에게 혼자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이런 것들이 습관이 되면 아이들은 견주가 오랜 시간 외출해도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어요.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게 노즈 워크(Nose work, 강아지가 코로 냄새를 맡으며 하는 활동) 등의 놀잇감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한 생명체를 책임진다는 일이다. 타인을 배려하며 작은 페티켓이라도 지키려는 노력이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일 테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당신이 가진 아름다움은 얼마나 성숙된 내면의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06 - 건강하게 잘 자라야해 흰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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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효정 Photographs 유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