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와 청년의 만남 그 설레는 세계

2019-06-11     도움뉴스 기자

 

늙었다고 외면받는 시대가 아니라 멋지게 늙어서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지혜를 갖춘 시니어의 연륜과 청년의 열정이 더해져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청년들과 소통하며 특별한 가치를 연결하는 시니어의 新문화, 그 설레는 세계를 전한다.


은퇴 후 시니어의 눈부신 활약
백세시대의 은퇴는 앙코르 극장과 같다. 은퇴기를 맞이한 이들을 노인이라 부르는 게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은퇴 후 삶은 길게 남았고, 다양한 기회의 장은 활짝 열려 있다. 최근 노인의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바꾸는 나라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것은 노인에 대한 시선과 가치관이 변한 영향이 크다. 노인이라는 단어보다 이제는 은퇴기에 접어든 시니어 또는 중장년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 시대가 변하니 시니어들의 모습도 빠르게 변했다.

요즘 시니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실제 나이보다 젊게 산다는 점이다. 외모 또한 젊어 보인다. 엄마와 딸 같은데 알고 보니 할머니와 손녀인 경우, 형제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부자지간인 경우 등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외모만 젊어 보이는 게 아니다. 활동도 젊다. 페이스북은 이미 시니어 활동의 장으로 떠올랐고, 유튜브에서 시니어의 활약상도 눈부시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상과 소통하며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상에서의 시니어의 왕성한 활동은 자연스레 세대 간 소통의 공간을 창출한다. 시니어가 올린 글이나 영상에 젊은이들이 댓글을 달지 않더라도 소위 말하는 ‘눈팅’만으로도 어느 정도 세대 간의 소통이 이뤄진다. 청년들이 올린 글이나 영상에 시니어들이 직접적인 반응을 표출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생각과 관심사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과 공감하는 쉐어러스
청년과 시니어의 소통이 가상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청년과 시니어가 만드는 소통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세대공감 플랫폼, 쉐어러스(SHAREUS)다. 2018년 3월에 출범한 쉐어러스는 시니어의 경험을 젊은 세대와 공유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시니어들의 시간과 경험의 가치를 청년들과 함께 소통의 가치로 변화시키는 곳이다. 쉐어러스가 50대 이상 시니어의 경험을 젊은 세대와 공유하는 방법은 강의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의 저자인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는 “노년의 커다란 기쁨중 하나가 바로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노년의 지혜와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소통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대화를 나누려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쉐어러스의 2019 생활 시니어 프로젝트인 <부모님의 꿈을 찾아드립니다>에 대해 살펴보자. 홈페이지를 보면 프로젝트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학업, 취업, 직장, 결혼 등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만 꿈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지금껏 나의 꿈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 부모님, 이젠 부모님의 꿈을 세상 밖으로 꺼내주세요. 요리를 잘하는 우리 부모님, 낚시를 잘 하는 우리 부모님, 은퇴하시고 경력이 단절된 부모님... 부모님의 소소한 생활형 재능을 소개해주세요. 시니어 재능 마켓 쉐어러스에서 부모님의 재능으로 강사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현재 쉐어러스에는 100명이 넘는 시니어 강사들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세대공감 강의를 하고 있다. 이병훈 대표의 말이다.
“팝 히스토리 강연을 재미있게 들은 청년들이 그러더라고요. 아버지가 맨날 비틀스 음악만 듣는 게 너무 싫고, 왜 저런 것만 듣나 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오늘은 같이 들어야겠다고요. 세대 공감의 출발이 대단한 데 있지 않다고 생각했죠.”




적절한 조화와 위대한 결실
시니어와 청년이 만나 위대한 결실을 보는 곳도 있다. 바로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스타트업 ‘닷(DOT)’이다. 닷은 시각 장애인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만지면 그날의 날씨는 물론 미세먼지 농도, 뉴스, 문자메시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종 스타트업 기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업 제휴를 타진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닷은 스타트업 기업 치고는 ‘청년과 시니어의 적절한 조화’라는 독특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청년의 강점과 시니어의 강점이 시너지를 갖는다면 스타트업이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청년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시니어는 세일즈와 엔지니어링을 한다.’는 닷의 기업문화는 청년과 시니어의 가치 있는 융합의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쉐어러스와 닷 같은 사례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 곳곳에서 청년과 시니어의 활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년이 필요로 하는 시니어를 쉽게 찾고, 시니어는 자신의 경험을 살릴 곳을 용이하게 찾아낸다면 제2, 제3의 쉐어러스와 닷이 더욱더 많아지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한국 노인인력개발원이 시행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눈여겨볼 만하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만 60세 이상의 노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노인의 직업능력을 강화하고, 재취업 기회를 촉진하고 동시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사업이다. 만 60세 이상의 참여자가 개발원 및 운영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3개월간 인턴십에 참여한 후 장기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1인당 최대 240만 원까지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2019년 5월 현재 시니어 인턴십 운영기관은 원주 노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서울노인복지센터 등 84곳이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 대표번호(☎1577-1923)로 문의하면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시니어 인턴십 운영기관을 알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워크넷(https://www.work.go.kr), 다양한 직업능력개발정보와 무료 학습콘텐츠를 제공하는 직업능력개발정보망(HRD-Net)(http://www.hrd.go.kr), 다양한 재취업 지원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및 노사발전재단의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등을 통하면 시니어는 직업역량개발과 함께 다시 일할 기회를, 청년은 필요로 하는 시니어의 경험을 찾을 수 있다.




청년의 꿈과 시니어의 지혜
청년이 시니어를 소비층으로 하는 사업이 발달하거나, 협업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도 있다. 청년이 시니어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경우 시니어의 경험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일본 도쿄의 ‘스가모 거리’의 청년-시니어 협업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스가모 거리는 도쿄 토시마구에 있는 직경 800m의 상점가를 말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하라주쿠(原宿)에 빗대 ‘할머니의 하라주쿠’로 불리는 곳이다.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거리다. 이 거리의 상점에서 파는 물건은 대부분 시니어, 그중에서도 노인이라 할 후기 시니어 용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시니어에게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젊은 청년들이 많다. 처음에는 시니어들이 주인이었던 곳이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곳이 늘었다. 우리나라의 닷처럼 이곳에서도 청년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보태고 시니어는 경험과 노련미를 더하고 있다.

청년은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모른다. 대신 열정이 충만하다. 시니어의 경험이 필요한 셈이다. 시니어의 눈으로 시니어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년의 꿈과 열정이 시도하는 도전에 시니어의 경험이 더해지면 못할 일이 없다. 청년과 시니어의 만남이 만들어갈 눈부신 성과다. 이러한 新 은퇴 트렌드가 청년의 꺾어진 꿈을 되살리고, 시니어의 사회적 역할을 왕성하게 북돋아줄 것이라 기대한다.



Words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