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격,미세먼지에 서민경제 휘청
엎친데 덮친격,미세먼지에 서민경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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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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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지속된 서민경제 심각
정부의 대책 시급해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는 6일 서울 중구 중부시장이 한산한 모습보이고 있다. 권현구 기자


“경기도 어려운데 미세먼지까지 겹쳐서…. 거의 외환위기 없는 IMF 상황이라고 봐야죠.”

 

서울 관악구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임모(55)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임대료도 못 낼 판국”이라고 했다.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당 112㎍을 기록한 6일 오후 3시, 임씨 사무소를 통해 현장에 배치된 노동자는 7명에 불과했다. 평소의 절반 수준이다.

임씨는 “미세먼지가 심하면 야외에서 일하지 못하게 단속하니까 일감도 줄고 작업자들도 안 나온다”며 “임대료 못 낼까봐 인력업소 사장들이 건설 현장으로 나가 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서울지하철 신도림역 2번 출구 앞에서 계란빵 노점을 하는 박모(68)씨도 “매출이 반토막났다”며 한숨을 지었다. 2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이렇게 손님이 줄어든 건 처음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음식이니까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면 꺼리는 것 같다”며 “물가는 오르고 미세먼지 대책은 없고 매출은 떨어지고,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재난’이 서민경제를 흔들고 있다. 집 밖으로 나오는 유동인구가 줄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노점상 주인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올 들어 더 길게, 더 자주 찾아오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내수경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찾은 서울 광진구 자양골목시장도 손님 있는 가게가 드물었다. 과일을 파는 이모(34)씨는 “미
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체감상 손님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며 “이익을 덜 남기더라도 판매량을 유하려고 마진을 100~200원 줄였다”고 말했다. 채소가게 주인 차모(64)씨도 “오후 4시부터 6시까지가 시장이 가장 바쁜 시간인데 이번주는 달랐다”고 전했다.

여행업계에선 ‘봄 시즌 특수’가 사라졌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국내여행 전문인 A여행사와 B여행사
는 봄 여행 문의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A여행사 관계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여행 취소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경기가 어려운 원인도 있겠지만 미세먼지가 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장기화될수록 내수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고 분석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일시적 현상은 소비 패턴을 바꾸지 않지만 미세먼지가 장기화되면 소비 행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거나 제공하는 서비스는 야외활동과 관련

이 높아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2006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전국 시·도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을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날이 계속되면 소비가 줄어드는 폭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 연구는 대형 소매점 소비를 대상으로 했지만 일반 자영업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오염이 환경에 미치는 직접적 피해 비용뿐 아니라 소비 침체 등 간접적 피해 규모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연구해야 할 ”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7일에도 서울 등 8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7일 연속 비상저감조치다.

박상은 이성문 정진영 기자 pse0212@kmib.co.kr

 

사진 썰렁한 전통시장
사진 썰렁한 전통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