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청장의 서재
황청장의 서재
  • 도움뉴스
  • 승인 2019.03.08 0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형도 시인을 그리며

 

[황청장의 서재] 오늘 뉴스를 검색하다가 알았습니다.

기형도 시인이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되는 날이었다합니다.

그는 29살이던 1989년에 종로의 한 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지요.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저는, 저의 기형도를 서가에서 소환해왔습니다. 시집을 처음 사고 제일 좋아했던 시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 기억할 만한 지나침 -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이 시를 읽었을 때가, 그러니까 춥고 좀 쓸쓸했던 겨울쯤으로 기억합니다.

그 춥고 큰 방에서 혼자 울고 있던 서기가 제 모습 같아서였는지, 아니면 혼자 울고 있는 사내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저는 그 구절을 읽다 눈물이 좀 났습니다.

#exciting동구 #익사이팅동구 #황청장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