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남죽해(蜀南竹海)
촉남죽해(蜀南竹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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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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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종국

 쓰촨성 의빈시의 대나무 숲이다. 중국은 동쪽에는 대해(大海), 동북에는 임해(林海), 서북에는 사해(沙海), 서남에는 죽해(竹海)라는 말이 있다. 해발 600~1,000m에 위치한 청남죽해는 한라산만한 크기에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가 바다를 이루는 청정지역으로 ‘자연 산소카페’로 불린다. 기온이 섭씨 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30도를 넘지 않는다. 총 면적이 120만평방킬로로 세계에서 자연 대나무집중면적이 가장 넓은 대나무삼림으로 영화 ‘와호장룡’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선우동 천보채는 촉남죽해의 천 미터 절벽 허리바위벽을 깎고 파내어 길을 내고 동굴을 만들은 비밀스러운 곳으로 마치 나바론의 요새처럼 난공불락이다. 청나라 말인 서기 1862년에 태평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하여 만들었는데 상단은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천연동굴을 이용하였다. 절벽에서 밑을 내려다보기에도 까마득하면서 아찔하다. 사면이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으며 관측도 어렵다. 도교의 조각상과 중국 역사 등이 암석에 조각되어 있다. 

     대나무의 끝자락 위로 산자락을 오르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나무 위를 지나가며 나무를 이파리 끝 위에서 나무 둥치 밑으로 한눈에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훑어보는 것은 평소 나무 밑에서 나무를 한눈에 올려다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상을 초월한 대나무 숲이다. 물결치듯 출렁거림은 바다에 못지않다. 그냥 비행기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치 감춰진 억년의 은밀한 속을 보는 것도 같고 낯익은 듯 전혀 낯설기 만하다.


   마치 물구나무서기를 하여 보는 세상과 같다고 할까. 물속에 태연하게 거꾸로 들어앉은 하늘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하여야 할까. 늘 보았던 나무라도 다를 텐데 낯선 땅 낯선 숲을 사열하고 있는 것이다. 저쪽에 바위를 타고 반짝이며 내려오는 물줄기도 보인다. 깎아지른 병풍 같은 붉은 바위도 있다. 그런 모습들이 발밑을 지나가고  곁눈으로 스쳐간다. 푸른 바다에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초록바다에 케이블카를 타고 가고 있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가도 가도 잡목이라고는 없는 오로지 대나무 숲이다. 한 종류가 아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굵기와 높이다. 나무가 얼마나 굵은지 알아볼 때는 두 팔을 벌려 안아본다. 한 아름, 두 아름이다. 대나무의 굵기를 알아본다. 양쪽 엄지와 장지로 대나무를 재어보니 부족하다. 아주 큰 대나무다. 이처럼 대나무가 많으니 성도지역은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고 대나무와 떨어질 수 없다는 좀은 꾀까다롭지만 귀여움이 듬뿍 묻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펜더 곰의 고향이기도 하다.

 비취장랑은 촉남죽해의 깊숙한 곳에 에메랄드 복도로 노면에 깔린 천연 모래와 자갈이 빨간 양탄자 같다. 그 길을 걷노라면 양옆에 밀집된 대나무가 고요하면서 수려하다. 칠색비폭은 촉남죽해 석북산과 석징산 사이에 위치한 폭포로 대나무 숲에서 흘러나온 냇물이 회룡교에서부터 4개의 벼랑을 거쳐 떨어지며 낙차가 200m에 달한다. 가파른 암벽에서 형성되는 물안개에 햇볕이 스며들면서 만들어지는 일곱 가지 색채의 현란한 절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이를 칠색비폭이라 한다.

  하루 종일 촉남죽해 대나무 숲을 헤맸다. 케이블카를 20여 분간 타고 큰 산을 넘고 넘는다. 온통 대나무 숲의 상공을 지나간다. 숲을 내려다본다. 바람에 출렁거린다. 숲에 바다에 풍덩 빠져든다. 아무래도 촉남죽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나무 요리다. 대나무를 활용해 만드는 팬더연이라는 만찬이 있을 정도다. 10여 가지가 나오는데 모두가 낯선 음식으로 별미다. 대나무 요리에는 특히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항암 효과에 뛰어나다. 그리고 장을 깨끗이 만드는 건강식이다.

 아열대성 기후인 적수(츠수이)의 대나무는 빼곡히 산과 협곡을 둘러친다. 대나무의 종류가 무려  400여종이나 된다. 단일 수종이 우거진 숲은 대나무 바다를 이루면서 주하이(竹海) 국립공원을 만들었다. 또한 온통 초록의 대나무 숲은 세계자연유산인 적수단하지형과 곧잘 어울린다. 대숲과 단하의 아름다움은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에서 절정을 이룬다. 단하의 대나무 숲속을 거쳐 폭포로 가는 길은 대나무와 계곡물이 뿜는 산소와 음이온 그리고 폭포수 소리에 청량감이 증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