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아닌 망상하기
명상 아닌 망상하기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3.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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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종국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청두까지 오고 간다. 인천공항을 이륙해 서해바다를 빠져나가고 베이징과 칭따오 사이 하늘을 날아 중국대륙을 가로질러 간다.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무료한 시간에 항공로를 지켜본다. 비행기라고 같은 하늘을 똑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9,000에서 10,000m 상공이다. 기온이 영하 52~60도로 뚝 떨어진다. 5,000m 상공에서 영상 5, 3,500m 상공에서 영하 2도로 내려갔다가 2,000m 상공에서 영상 8도로 올라가고 지상은 영상 6도다. 한밤중이지만 고도에 따라 바깥온도가 수시로 오락가락 한다. 그뿐 아니다. 속력도 780~900km를 오간다. 이따금 덜컹거린다. 갑자기 변화된 기류의 흐름에 심하게 저항을 받는 모양이다. 그냥 평화롭게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보이지만 4시간을 가는데도 굴곡이 아주 심하다.

 

   우리의 삶 또한 다르지 않지 싶다. 이리저리 시간에 쫓기며 온갖 고난을 겪어낸 50년이다. 쉽게 어떠했느냐고 물을 수도 답변할 수도 없어 그냥 웃는다. 좁은 공간의 틈새를 비집고 숨소리가 넘나든다. 자의에 의한 것은 타의에 의한 것과는 달라 다소 거슬려도 참아가며 부드럽게 받아넘길 수 있다. 여행에서 다반사 있는 일로 그럴 수도 있다는 폭넓은 이해심이 작용하면서 느긋해지고 그만큼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당당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여행의 매력이고 묘미이면서 얻어지는 수확이기도 하다. 여행이란 새로운 곳을 향한 기대감으로 때로는 기꺼이 자신을 묶어 구속하기도 한다. 희생이기보다는 참음이고 양보이면서 배려이기도 하다. 기꺼이 응하면서 즐긴다. 타의보다는 자의에 의한 아름다운 구속이기도 하다.

 

   대전에서 버스로 인천공항까지 3시간, 공항에서 수속 밟으며 기다린 시간이 3시간, 청두까지 비행시간 4시간, 청두에서 입국 수속하는데 1시간, 숙소까지 30분이면 11시간 30분 동안 가는데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얼마나 지루하고 피로하며 좁은 좌석에서 잠도 못 이루고 시달렸던가. 그래도 툭툭 털고 일어난다. 이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도 좋지만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래도 선택한 길이다. 자신을 누르며 아울러야 한다. 청두는 삼국지의 촉나라 수도였다. 혼전의 양상에서 달랑 힘만으로는 안 된다. 꾀가 있어야 한다. 기막힌 계략이 필요한 셈이다. 누구 탓이 아닌 수긍이다. 침고 견디며 때로는 양보이고 협력이다. 다소의 고통도 불평보다는 너그러운 즐거움으로 우러나오기도 한다.

 

   낮추면서 높이는 것이다. 양보하면서 얻는 것이고 비우면서 채우는 것이다. 날씨도 봄이 온다고 따스한 척하다가 오히려 더 쌀쌀해진다. 봄과 겨울이 서로 영역다툼을 하는 것이다. 겨울은 기득권을 주장하며 느긋한데 봄은 서두르며 초조한가 보다. 봄은 빨리 비우고 내놓으라는데 겨울은 아직은 아니라며 줄다리기를 한다. 중간에 낀 생물만 눈치 보며 헷갈리게 한다. 봄 같은 겨울이고 겨울 같은 봄이라고 한다. 변덕이 심한 환절기로 감기조심하자고 한다. 일상이 틀에 박혀 전혀 변화가 없으면 오히려 재미가 없고 지루할 것이다. 식사도 하루 세 끼니 똑같은 반찬을 대하면 식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바꿔주어야 활력이 생긴다. 변화 속에 힘이 솟는다. 귀찮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확신하듯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칼럼리스트
사진 김용복 극작가/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