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충생(物腐蟲生)의 재인식
물부충생(物腐蟲生)의 재인식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3.1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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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상현/ 인문학 박사, 수필가

물부충생(物腐蟲生)은 만물이 썩으면 벌레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는 내부에 약점이 생기면 곧 외부의 침입이 있게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른바 자중지란(自中之亂)경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진(秦)나라 말년, 항량(項梁)이 초(楚)나라에서 크게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와 대치하고 있을 때 범증(范增)은 항량의 간곡한 권유에 의하여 그의 모사(謀士)가 되었다. 

항량이 죽자 그 후, 그의 조카 항우(項羽)가 그를 계승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였다. 항우는 용맹하였지만 지모(智謀)가 부족했음으로 주로 범증(范增)의 계획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였다.  

범증은 홍문(鴻門)의 연회에서 유방(劉邦)을 죽이려고 하였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를 경험한 유방은 범증과 항우를 이간시키는 공작을 꾸몄으며. 항우는 이 계략에 휘말려 범증을 의심(疑心)하여 그를 멀리 하였다. 범증도 몹시 분개하여 항우를 떠나고 말았다. 얼마 후 범증은 병사(病死)하였고, 항우는 유방에게 망하였다.  

송(宋)나라 소식(蘇軾)은 [범증론(范增論)]이라는 글에서 범증이 항우의 곁을 떠난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물건이란 반드시 먼저 썩은 뒤에야 벌레가 거기에 생기게 되는 것이고(物必先腐也, 而後蟲生之), 사람이란 반드시 먼저 의심을 하게 된 뒤에야 모함이 먹혀들어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기록하였다.  

사회의 모든 일은 조직에 의해서 움직인다. 곧 조직이 일을 하게 되는 셈이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조직을 통해서 일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치조직만은 오히려 조직이 대세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까닭은 조직원 모두가 썩어있으므로 골라 낼 수 없는 정도의 벌레 투성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들에서도 그래왔고 문재인 정부도 불과 2년 밖에 안 되었는데 곳곳에서 썩는 냄새는 물론이고 벌레가 하나, 둘 눈에 띄게 드러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돈이 난무하는 썩은 물이 아니라 인사 처리에 썩어있는 것이다. 

옛 선현들은 나라의 흥망은 사람의 등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역사상 정치, 경제, 군사, 안보, 문화 등 다방면에서 최고의 꽃피움을 이룩했다는 당 태종(唐 太宗)은 “통치자를 바로잡고 보좌하려면 충성스럽고 어진 인재를 기다려야하며, 인재를 얻어 기용한다면 천하는 저절로 다스려 질 것이다(國之匡輔 必待忠良 任使得人 天下自治)” 라고 했다.   또 사마천(司馬遷)은 사기 세가 초원왕세가(史記 世家 楚元王世家)에 “나라가 장차 흥(興)하려면 반드시 정상(禎祥 : 경사스럽고 복스러운 조짐)이 있으며 군자는 등용되고 소인은 퇴출되며, 나라가 장차 멸망하려면 어진사람은 숨고 어지러운 사람이 귀하게 된다.(國之將興 必有禎祥 君子用而小人退, 國之將亡 賢人隱 亂臣貴)”라고 피력했다.  

며칠 전 문재인정부의 개각이 있었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노력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개각이라고 언론은 전한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문요원을 기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를 보는 정치인들의 해석은 다르다. 

내년 총선에 당선가능한 사람을 당에 복귀시켜 정권연장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 때 캠코더 인사라는 닉네임까지 들어야했는데 한 술 더 뜨는 인사행정이 걱정스럽다, 옛 성현(聖賢)들이 실행해서 태평성대(太平聖代)이루었던 방법인 존현사능(尊賢使能 : 현명한 인재를 존중하고 능력에 맞게 부린다)의 인재등용 원칙은 요원(遙遠)한 것인가?   

(본 칼럼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