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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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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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종국

 

 

   짙은 안개 속에 들면 사방팔방이 보이지 않는다.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안개정국이라고 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잘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바깥에서 보면 의외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보다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알려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시비를 걸고 있다고 하면 안 된다. 그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개는 혼자의 힘으로 돌려놓거나 걷어낼 수가 없다. 우선은 빠져나와야 한다. 깊은 물에 빠지면 아무 생각이 없다. 오로지 물에서 빠져나와야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거기에 이런저런 주문을 해본들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일에는 완급이 있다. 우선 빠진 사람부터 건저 놓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저 놓으니 내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되레 으름장을 놓는다. 참으로 황당하고 답답한 일이다. 구해준 것을 고맙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보따릴 챙겨갔다고 한다. 구해준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다. 다시는 그런 일을 하나 보자고 이를 악문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자기가 살겠다고 엉겁결에 이것저것 다 내동댕이치고 염치 좋게 보따리 타령을 하고 있다. 저런 뻔뻔하고 두꺼운 얼굴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지경에서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난감한 일이다. 에라, 모르는 것이 약이다. 굳이 나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한다. 여북하면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 긴 말 하지 말라 한다.

 

   군중에 휩싸이면 앞도 뒤도 위아래며 옆도 없이 시끄러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판단할 여유가 없다. 그냥 군중의 힘에 의하여 휩쓸려가기 일쑤다. 그것이 그냥 옳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내놓아도 군중이 알아듣지를 못한다. 첩첩이 싸여 빠져나가기조차 쉽지 않다. 엉뚱한 힘이 쏟아져 나와 통제 불능이 된다. 장마철에 한 방울의 빗물이 모여 성난 황톳물이 되고 휩쓸려가면서 홍수사태를 내는 모양새와 같을 수 있다. 뒤늦게 너무 격렬하였다고 후회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된다. 그 지경에 이르면 누가 나서 제재하려해도 쉽지 않고 되레 참변을 당하며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군중심리라고 한다. 군중재판이라고 한다. 우르르 몰려가면서 누군가 선동하면 옳고 그름을 논하기 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마치 산꼭대기에서 돌멩이 하나가 앞을 가리지 않고 굴러내려 가면서 날뛰는 것 같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가도 점점 펄펄 뛰고 엄청난 힘을 내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자칫 정면으로 맞서다가 그 저돌적인 돌에 맞으면 결과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선 피할 수밖에 없다. 순식간이고 통제 불능으로 대화며 협상이 있을 수 없다. 끼어들 틈새라고는 없다. 이처럼 안에서는 보이지 않아 모르는 일이 많다. 그래서 엉겁결에 넘기고 지나치기도 한다. 그래서 밖으로부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혼자보다는 서로 보완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고집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자기를 모함하고 이용하려고 한다는 의심과 불신으로 받아들이지 않다가 더 큰 손해와 변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못난이라고 한다. 눈을 뜨거나 쥐어주어도 모른다고 한다. 남은 다 아는데 왜 너만 모르느냐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한다. 뒷전에서 나만 억울하고 지지리 복도 없는 놈이라고 신세타령이나 한다. 도대체 그동안 자신이 행한 짓은 돌이켜보지 않고 오로지 남의 탓만 해댄다. 나는 다 옳았는데 운이 나빠서 그렇다고 은연중 자신을 감싸며 지키고 위로하는가 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직성이 풀릴 수 있나 보다.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독불장군일 수 없다. 혼자면서 함께여야 한다. 내가 있고 이웃이 있다. 이웃이 있어 내가 있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나누고 배려하면서 살아야 한다. 혼자 살면 잘 살 것 같아도 아니다. 같이 어울려야 더 잘 살 수 있다. 하나는 그냥 하나일 뿐이다. 둘은 둘 이상의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거울이고 남은 나의 거울이라고 한다. 내가 나만 보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물론 나는 나고 너는 너지만 남을 보면서 자신을 보고 나를 고쳐가야 한다. 내 얼굴을 거울처럼 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 얼굴을 환하게 가져야 한다. 서로서로 그런 마음 그런 모습에서 세상이 보다 환히 보이고 즐거워질 수 있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