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제일주(豚蹄一酒)의 교훈(敎訓)
돈제일주(豚蹄一酒)의 교훈(敎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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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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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염재균/ 병역명문가

 

 

돼지 발굽과 술 한 잔이라는 뜻으로, 작은 물건이나 작은 정성으로 큰 것을 구하려 하는 어리석음의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금학년도 1학기 시민대학 재미있고 유익한 고사성어반”(지도교수: 장상현)의 첫 강의 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살펴보자.

 

사건의 유래는 사기(史記)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순우곤(淳于髡)은 제()나라 사람으로, 키는 7척이 안 되지만 익살스럽고 변설에 능하였다. 여러 번 제후들의 부름을 받아 보좌했지만 굽히거나 욕되지 않았다. 위왕(威王) 8년에 초()나라가 크게 군대를 동원하여 제나라를 침공하였다. 위왕은 순우곤에게 조()나라로 가서 구원병을 청해 오도록 하면서, 황금 100근과 수레 10대를 예물로 가져가게 하였다. 이에 순우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웃자 관의 끈이 모두 끊어졌다. 이를 본 왕이 "선생은 이것을 적다고 생각하시오?" 하고 묻자, 순우곤이 답하였다.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왕이 다시 "웃는 데에 어찌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겠소." 하며 왕이 정색하며 묻자 순우곤이 설명했다.

"방금 신이 동족으로부터 오던 중에 길가에서 풍작을 비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놓고 빌기를 '높은 밭에서는 채롱에 가득, 낮은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 오곡이여 풍성하게 익어서 집안에 가득 넘쳐라.' 하였습니다. 신은 그 손에 잡은 것은 그렇게 작으면서 원하는 것은 그처럼 사치스러운 것을 보았기 때문에 웃은 것입니다.“

이에 위왕은 황금 1000(), 백벽(白璧) 10, 네 마리가 끄는 마차 100대로 예물을 늘려 주었다. 순우곤이 작별 인사를 하고 조나라에 들어가자, 조나라 왕은 정병 10만과 가죽수레 1000대를 보내 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 왕은 간담이 서늘해져 밤중에 군사를 돌려 철수하였다.

이와 같이 상대방에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으로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 돈제일주(豚蹄一酒)“ 이다.

예전에, 농사가 주였던 시절 게으른 농부가 씨만 뿌려 놓고 관리도 하지 않고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고 낫을 들고 밭으로 나와 보니 잡초만 무성했다는 일화나,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려 잘 익은 감이 입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린다는 얘기와 흡사(恰似)하다.

오늘날도 이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아무런 노력도 기우리지 않고 행운만을 바라보고 복권을 사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헛된 꿈을 꾸는 일과 온갖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남의 피땀 어린 돈을 사기를 쳐서 갈취하는 일, 사업이나 일을 하는데 땀 흘려 노력이나 투자는 하지 않고 허영심만 가득해 불로소득을 바라는 경우 등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경제논리이지만, 나라와 나라간의 거래는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격식에 맞는 예물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