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助演)의 부지깽이와 지팡이
조연(助演)의 부지깽이와 지팡이
  • 도움뉴스
  • 승인 2019.03.18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병역명문가 염재균 / 수필가

 

  부지깽이는 농경사회이던 1970년대 후반까지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나무로 불을 때던 재래식 부엌의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연료인 나뭇가지나 농업부산물인 땔감이 타는 것이 미약할 때 잘 탈 수 있도록 들추거나 연료를 밀어 넣는데 쓰는 기다란 막대기를 말한다.

  처음에는 나무로 된 것을 사용하다가 불을 들출 때 연료와 함께 타 버리는 경우가 많아 차츰 나무자루의 끝에 기다란 쇠꼬챙이를 박아 오랫동안 사용하기도 했다. 부지깽이 길이는 특별한 규정이 없이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랐지만 대개는 1m 정도였다고 한다.

 

  지팡이는 걸을 때에 도움을 얻기 위하여 짚는 막대기로 예전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사용하던 것들은 나무로 된 것이 많았는데, 실용성을 가미하여 차츰 들고 다니기 편하게 가볍고 견고한 금속제나 가벼운 재질로 바뀌어 사용하기가 편하게 되었다.

  해마다 정부에서는 100세가 되신 어르신에게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청려장이라는 가볍고 질긴 지팡이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청려장은 명아주로 만드는 지팡이로 한 해 살이 풀인데 줄기가 2미터 수준으로 아주 길고 굵게 자라며 이것을 그대로 삶아 껍질을 벗겨 곧게 펴 말리면 고목 지팡이 같은 옹이 지고 견고한데도 가벼운 지팡이가 된다. 지금은 고급 지팡이로 쓰이고 있다.

  노인이 되면 가벼우면서도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지팡이가 필요하다. 근육이 줄어들어 지팡이를 들 손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팡이는 다수의 노인들에게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즈음에는 지팡이 대신 노인을 위한 유모차처럼 생긴 손수레가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오갈 때 사용되고 있다.

  지팡이의 종류는 다양한데 일반 노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지팡이와 시각 장애인의 안전을 위한 흰색의 지팡이도 있으며, 영화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지팡이는 요술을 부린다. 또한,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전국을 떠돌며 다니는 방랑거사가 짚고 다니는 일명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들었다는 과시형 지팡이도 있고, 등산할 때나 눈썰매를 탈 때 꼭 필요한 스틱 등이 있다.

 

 이에 반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지팡이도 있는데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국민들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도움을 주는 경찰의 역할을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부지깽이와 지팡이는 서로가 하는 일도 다르다.

그렇지만 부지깽이는 주연인 연료가 잘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연의 역할을 사람의 손을 빌려 충실히 수행하고, 지팡이는 사람이 질병이나 늙어 허리가 굽었거나 다리가 불편하거나, 등산할 때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걸을 때 도움을 주는 고마운 물건으로 이들은 서로가 남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나 연극에서도 부지깽이와 지팡이처럼 주연을 돋보이게 조연들이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여 흥행의 보증수표로 이끌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 폐업 및 일자리 감소로 인한 실업자 증가, 비정규직 차별문제, 여전한 갑질 문화 존재 등이 사회문제화 되었으며, 내일의 주인공이 될 대학 졸업생들이 갈수록 취업문은 좁아져 졸업을 하자마자 실업자로 전락하기도 하고, 취업을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고 한다.

 대한교육협의회 발표(2019.2.10.)에 따르면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은 60%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갈 주인공인 젊은이들이 대학 다닐 때 받았던 학자금의 상환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고 행복한 웃음이 번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우리사회 모두가 부지깽이와 지팡이의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또한,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은 안정된 직장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의 좋은 일자리만 고집하지 말고, 제조업 분야나 자기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유망기업에도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따라서 부지깽이와 지팡이가 빛과 소금처럼 조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