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부총리는,전남 구례에 며칠 머무르며 청년 농업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년 양평 농가에서 만난 적 있는 김미선씨 집에서였습니다.
미선씨는 이십대 중반부터 여러 해 피아골 이장을 맡고 있는 야무진 벤처 농업인입니다. 전통 장을 담그는 기업을 창업했고 부모님, 두 동생과 함께 민박과 식당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 명 안쪽의 이삼십 대 젊은 농민들로부터 꿈과 열정, 애로,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결같이 씩씩했습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과 자신감을 ‘그냥’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방에 머무는 날이 많은 요즈음, 서민, 농민, 가게 주인 등 주위에서 흔히 보는 이웃 같은 분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그분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자기성찰도 하고요. 시외버스를 타고 산유화로 유명한 구례 산동마을에 가는 길에도 우연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시외버스에 같이 탄 동네 아주머니의 무거운 짐을 다른 승객 한분과 날라드렸는데, 부쳐놓은 감자전을 먹고 가라고 붙잡으셨습니다. 너무 정겨운 인심에 툇마루에 앉아 부침개를 먹었습니다. 얻어먹는 저보다 훨씬 더 미안해하시는 그 마음이 참 고왔습니다. 구례에서 가까운 광양에서도 반가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홍쌍리 선생님이 일궈놓은 매화농장 축제에 갔는데, 바쁘신 와중에도 반겨주시며 감동적인 사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닳아도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 호미를 보며 나오는 시(詩), 돈 보다 소중한 ‘사람울타리’, ‘마음의 찌꺼기’를 버리는 섬진강. 말씀하시는 구절구절이 그대로 시였습니다.
바로 그날 선생님의 시집 출판기념회도 함께 열렸습니다. 매화축제장은 많은 분들로 붐볐지만 모두들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꽃 같고, 꽃이 사람 같았습니다.
좋은 계절. 아름다운 고장. 산비탈을 붉고, 희고, 노랗게 물들인 매화와 산유화, 정겨운 인심, 활짝 웃는 얼굴들. 우리 마음이 정화되고 관대해지는 것 같습니다.
꽃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내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DY.After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