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랑글짱들] 입술의 7초가 70년 한이된다
[문학사랑글짱들] 입술의 7초가 70년 한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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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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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상선 수필가

산책길에 지인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쩌다 화제가 글쓰기와 그와 관련된 과거사 잡다한 일들로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었다. 지인이 글쓰기와 독서를 좋아했다기에 같이 글 좀 써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랬더니 지인은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   “저는 자신감을 잃은 지 오래 됐어요. 과거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다닐 때는 제법 글 잘 쓴다는 얘기도 들었고 큰상도 많이 탔는데 담임선생님 말씀 한 마디에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말았어요.”    

“ 그게 무슨 말씀이요? ”   이야기 내용이 심상치 않아 궁금증이 달아올랐다. 불편한 심기였는지 하던 얘기를 중단하려 했다. 노출되지 않은 일화라서 말하기를 꺼려하는 눈치였다. 그럴수록 나는 더 듣고 싶은 호기심이 불을 지피는 거였다. 하던 얘기가 중단될까봐 말꼬리를 놓치질 않았다. 그 바람에 솔직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지인이 과거 국민학교 시절에는 글을 잘 써서 학교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 좋은 상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탁월한 글쓰기 재능을 인정받아 대전시 중구, 서구 연합 대표로 나가서도 장원 수상을 해왔다는 거였다. 

헌데 장원수상을 해온 제자에게 담임선생님이 < 너 그 글 누구 것 베꼈어? > 했다는 거였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교사 출신이지만 교사가 그래서는 자격 없는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 들었거나 과장된 표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니면, 노출되지 않은 정당화 합리화될 사연이 내재하고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 너 그 글 누구 것 베꼈어? ”   불과 7초밖에 안 걸리는 시간에 세 치 혀가 쏟아낸 말이었지만 70평생이 되기까지 잊을 수 없는 한이 됐다니 마음이 아팠다. 

무심코 생각 없이 내 뱉은 한 마디가 그 탁월한 글쓰기 재능이 빛을 보지도 못 하고 사장(死藏)되게 만들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세 치 혀를 잘못 놀린 대가(代價)가 한 사람의 운명을 한(恨)으로 얼룩지게 만들고 평생 원망으로 살게 하다니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혀의 영향력이 큰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될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모르코 속담에 <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는 말이 있다.

칼로 입은 상처는 치료하고 약을 바르면 낫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그 치유가 되지 않는다.

한 번 실수로 나온 말이 사람의 목숨을 잃게도,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용기와 희망을 주는 한 마디가 그 사람을 성공의 길로 가게 할 수도 있고, 잘못된 한 마디는 운명을 뒤엎어 비참의 늪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이같이 혀는 우리 육신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성공하게도, 좌절하게도 하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말 한 마디가 이처럼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것이니 우리는 말 한 마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

역사를 살펴보면 말 잘하기로 명성을 떨쳤던 고려의 서희 장군과 중국의 제갈공명 같은 사람도 있었으니 이들은 입술과 혀를 잘 관리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공헌을 한 인물들이었다.

제갈공명은 청산유수 격으로 얼마나 말을 잘한 달변가였던지 라이벌인‘주유’를 죽여 놓고도‘손권’을 감복시켜 후한 대접을 받았다 한다. 

또 고려시대 서희 장군은 혀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언변으로 거 란에 맞서 피 한 방 울 흘리지 않고, 잃었던 영토를 되찾은 쾌거로 천하에 명성을 떨친 외교가였다.  

허나 우리 주변엔 말을 잘 못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거나 평생 한으로 살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웃 간, 직장동료 간에, 형제지간에, 또는 지인 간, 사제지간 등등에 돌이킬 수 없는 비수가 되 는 말을 쏟아내어 마음에 대못을 박고 살게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되겠다.  

같은 혀 놀림이지만 힘과 용기가 생기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좌절하게 하여 한으로 평생 살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상대방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하지 않고 감동으로 가슴을 흔드는 말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혀 때문에 망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 혀 덕분에 평생 감사하며 살 수는 없을까!  

세 치 혀의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현혹시키지 말고 평생 가슴에 남는 말로 고마워하며 살게 할 수는 없을까!  

무심코 내뱉은 내 입술의 한 마디가 누구의 가슴에 박은 한의 대못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겠다.  

입술의 한 마디가 누구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고 희망과 용기가 되는 칭찬으로 힘이 나게 해 주어야겠다. 담임 선생님 한 마디에 기가 꺾이고 좌절하여 한으로 얼룩진 지인이여! 당신은 할 수 있으니 힘을 내어 전력 있는 글재주의 밭을 걸음지게 가꿔 볼 것이다.

입술의 7초가 70년의 한이 되기도 하지만 늦깎이 분발이면 대기만성의 꽃을 아름답게 피울 수도 있으니 부지런한 정원사 전지 가위 놀림을 땀 흘려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 입술의 7초가 70년 한이 된다. ’   내 입술의 7초도 누구의 가슴에 한을 심는 혀는 아닌지 맥을 지퍼 볼 일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