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예술의 버팀목, 천안시립 무용단
천안 예술의 버팀목, 천안시립 무용단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4.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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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천안에서 일 보고 지나는 길에 아내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들린 곳.

화장실을 나오는데 안내하는 분이 다가와 무용을 공연하고 있으니 보고 가라해서 들렸다가 뜻밖에 횡재를 했던 것이다. 뒤에 알고 보니 필자에게 횡재를 하게 해준 분이 천안 시티투어 최미숙이라 했다. 고마웠다. 웃으며 다가와 손을 잡아 이끈 것도 고마웠고, 아내와 내게 보인 친절도 잊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제목을 천안 예술의 버팀목, 천안시립 무용단이라 했다. 한국 무용의 극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공연되는 한 시간여 내 아내 오성자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내 아내 오성자는 치매 4등급이다. 그런 데도 음악회나 공연장에 감상을 가게 되면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를 치고, 좋아라 웃는다. 난 그 모습이 한없이 좋고 그를 바라보며 행복에 젖어든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천안 시립 무용단 이야기. 오현애 님이 해설을 하고 있었다.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용원리에 있는 무용 전문 예술 단체이며, 무용 예술의 대중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전통 춤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창단하였다고 했다.

 

활동사항도 다양해 창단 후 어머니의 바다[2006], 낯선 하루[2007], [2008], 신데렐라[2009], 춤에게 길을 묻다[2010], 크리스마스 캐럴[2011] 등의 꾸준한 창작 작품을 통해 전통 예술의 멋과 흥을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한 창의적이며 완성도 있는 무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여 한국 무용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획 공연을 통해 한국의 문화유산과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찾아가는 예술 무대 등으로 관객 깊숙이 스며들어 춤과 예술에 대한 일반인의 지평을 넓히고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 했다.

 

일부 평론인들은 천안시립 무용단에 대하여 현대인들이 편하게 즐기고 감상할 수 있도록 우리 춤을 토대로 창작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통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보자, 그들은 발끝과 손가락에서 감동과 찬사를 엮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손가락을 까딱하면 숨을 죽이는 찬사가 가슴에 흐르고, 휙 돌아서 두 손 들어 올리면 눈빛이 황홀하여 시선을 멈추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보이는 춤, 들려주는 춤이 아니라 감동에 빠져들어 자신을 잊게 만드는 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퍈안히 즐길 수있는 춤은 아닌 것이다.

필자는 천안 시립 무용단을 피리부는 소년에 비유하고 싶다.

피리 부는 소년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틈틈이 시간이 나는 대로 피리를 연주했고, 소년이 피리를 불며 길을 걸어갈 때면, 회색의 도시 쥐들은 두 발로 일어나 소년의 뒤를 따랐다.

 

아무리 냉정하기로 소문난 비평가라도 소년의 피리소리만 들으면 웃으면서 박수를 쳐댔으니까. 지금 눈앞에서 전개되는 천안 시립무용단의 춤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에 모인 치매 환자인 내 아내도, 칼럼을 쓰는 필자도, 문학 평론가도, 일반 관객들인 갑남을녀들도 모두가 똑같이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1, 한량무를 멋들어지게 선보인 이 사람.

이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도 성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양반이면서 벼슬도 못하고 놀고 있는 이 사람. 보통 학문은 뒷전이고 주색잡기에 빠져서 놀고먹는 천안 삼거리에 나타난 바람둥이. 80인 늙은이도 빠져드는데 아가씨들이 빠져들지 않고 배기랴?

그는 혼자 등장했다 꼬드겨야할 대상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는 관객들을 상대로 꼬드기기 시작했다. 무식하니 말로는 꼬드길 수 없다, 그래서 어깨를 들썩거리고 팔을 휘저으며 부채를 펴락 쥐락하면서 꼬드겼다.

그의 춤사위와 몸짓에는 남다른 우아함과 기품이 있었다, 무대로 뛰어 올라가 그 무식쟁이 바람둥이와 놀아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2, 그리고 진도 북춤을 선보인 두 여인.

역시 이름도 성도 모른다. 조명 불빛을 받은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키가 훤칠한데다가 어깨에 북을 둘러메고 나타났다. 이 두 여인은 북채에서 예술을 창작해 내고 있었다. 두드리고 때리면서 발을 번쩍 쳐드는 모습에서 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본래 진도북춤이란 두레굿에서 농악으로 발전 된 것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전라남도 진도 지역의 춤꾼들이 북채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북을 치면서 추는 쌍북채춤을 진도 북춤이라 한다. 진도북춤의 특징은 왼쪽 채를 오른쪽 북면으로 연신 넘기면서 가락을 만들어 내는 다듬이질 사위를 위주로 연행되는데 이 두 여인의 춤사위는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를 뛰어 넘고 있었다. 식견이 좁은 필자는 그저 !...“하고 입만 벌리는 것으로 표현할 뿐이다. 무슨 말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춤꾼의 모습이며, 동작이며, 의상까지도 모든 게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였다는 말이다.

 

 

3, 세 여인이 멋과 맛을 보인 태평무

춤에도 맛이 있는가? 물론 있다. 눈으로 느끼는 형언하기 어려운 맛깔스러움. 오늘 천안 박물관에서 이 세 여인들이 선보인 태평무에는 멋과 맛, 그리고 애잔한 흥겨움까지 내재돼 있었다. 애잔한 흥겨움을 연출해 내는 악기가 태평소인지, 피리인지 날날이인지 필자는 알 수 없었다.

태평무는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뜻을 춤으로 무용가이며 고수였던 한성준이 경기 무속춤을 재구성하여 추었던 춤의 하나이다.

본래 남녀 한 쌍이 왕과 왕비의 복장을 하여 궁중풍의 웅장하고 화려함을 보여 주는 춤인데 오늘은 여인들 세 명이 나와 선을 보엿다. 태평무 춤장단으로는 진쇠, 낙궁, 터벌림, 도살풀이 등으로 다른 춤장단에 비해 구성이 복잡하고 까다로운게 특징이며 장단의 변화와 함께 겹걸음, 잔걸음, 무릎들어 걷기, 뒷꿈치 꺾기 등 디딤새의 기교가 현란하면서도 조급하지 않은 절제미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인데 이들 세 여인들은 이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다.

이들 세 여인이 소화해내는 태평무는 우리나라 춤 중에서 가장 기교적인 발짓춤이라 할 수 있는 공연예술로서 민속춤이 지닌 특징을 잘 표현해 주고 있으며 세계에 견줄 만큼 예술성이 높은 춤인 것이다.

뛰어 오르고 싶었다. 무대 위로. 남정네가 얼마나 궁했으면 여인들 셋이서 연출하게 되엇는가. 뛰어 올라 이들 세 여인의 치마폭에 싸려 놀아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들이 왼발을 들어 올리면 나는 오른발을 들어 올리고, 이들이 사뿐사뿐 왼쪽으로 돌아가면 나는 쿵쾅거리며 오른 쪽으로 돌아가 어깃장이라도 놓고 싶은 그런 충동이었다.

 

 

4, 강강술래의 멋스러운 여인들.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 같은 연중행사 때, 달 밝은 밤 부녀자들이 모여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 원무형태의 춤인 강강술래. 국가무형문화재 제8호이다. 원시시대부터 1년중 가장 달이 밝은 밤에 축제를 벌이고 노래하며 춤추던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노래와 춤이 이어져 구성지고 활기차며, 활달한 여성의 기상을 보여주는 민속놀이이다. 그러나 진양조로 느리게 노래를 부를 때는 강강수월래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

이순신(李舜臣)장군께서 왜적과 대처하고 었을 때 이들 여인들은 엇모리 빠르기로 불러가며 원 그리기를 하였을 것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강강술래를 외쳤던 모습이 머릿속에 재연 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여기, 천안 박물관에 나타난 강강수월레 춤꾼들. 왜적이라도 이곳에 나타났다는 말인가? 그들의 춤은 돌아가는 모습이 어쩌면 한 폭의 예술 작품이었던 것이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