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발상을 한 교과서(문희봉 칼럼)
한심한 발상을 한 교과서(문희봉 칼럼)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4.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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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만 설거지시키면 인권침해" 신고방법 알려준 교과서
글 문희봉 시인/평론가

 학부모 단체가 일부 중학교 3학년이 사용 중인 사회 교과서에 대해 다음 주 법원에 사용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

'해당 교과서가 부모의 가정교육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방법을 안내하는 등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교과서는 동아출판의 '사회2'다. 이 책 175쪽은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가정·학교·지역사회에서 생길 수 있는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했다.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례로 '부모님이 내 전자우편을 몰래 확인하신다.' '설거지를 여자인 나에게만 시킨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인권위에 신고하거나 지역 신문에 의견을 내라는 것이다. 그럼 나사 하나 빠진 것을 아들인 나에게만 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잘못된 것이다. 

지금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는 남녀의 구분이 없이 배우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든 것 치곤 참으로 유치하고 한심한 발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책은 '지역사회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로 '시립도서관의 도서 대출 기간이 너무 짧다' '학교 앞 도로에 포장마차가 있어서 지나다니기 불편하다' 등을 들었다. 벌써 여러 해 전이다.학교에서 담임교사가 일기를 검사하는 것을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학생들의 일기를 교육적으로 다루는 일까지 인권침해로 본 것이다. 그리하여 학교에서의 일기검사는 할 수 없게 됐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일기를 참 잘 쓴다는 말에 작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요즘은 그런 말조차 듣지 못할 것 같다. 일기를 교육적으로 보다 보면 그 학생의 내면까지를 들여다 볼 수 있어 그릇된 행동을 사전에 막아주고, 장래 꿈을 실현케 하는 등의 효과가 있는데 이를 사전에 막아버린 것이다.   

사용 중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인 학부모 단체 '생명인권학부모연합'(학부모연합)은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 상황에 대해 부모와 의논해 해결하도록 안내하지 않고, 인권침해로 신고·제보하라고 교육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요즘 가정의 평균 자녀 수가 한 명인데 딸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것을 남녀 차별 인권침해 사례로 삼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가정의 기본질서는 사랑과 존경에서 나온다. 그러한 것이 사라진 가정에서 효자가 나고, 충신이 나올 수 있겠는가? 교육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모자라 인권위에 신고하고, 지역신문에 의견을 내라니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학부모 김모(38)씨는 "가정마다 교육 방식이 다른데, 교과서에서 일방적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키거나 아이의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을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학부모연합은 "학교 밖의 교육 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이 우위를 차지한다."는 2000년 헌법재판소 과외금지법 위헌 결정을 가처분 근거로 들고 있다.   

고영일 변호사는 "헌재의 판례에 따라 교과서에 적힌 인권침해 설명은 가정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은 사회과학적 용어로 추상적이고, 사회적 합의가 요원한 개념인데, 윤리·도덕 영역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까지 교과서가 인권침해로 정의해 제3기관에 진정을 넣도록 교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