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아침에
스승의 날 아침에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6.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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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복 극작가

스승의날 아침 참회 

37년간 교단생활을 뒤돌아보며 오늘은 스승의날입니다.

항상 우호적으로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젊은날에 학생들과 교정에서 기쁘게 놀았던 37년간 교단생활을 뒤돌아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선생이었지만, 한 마디로 행복했습니다.

제 경우, 엄청나게 많은 직업 가운데 교육자는 천직이라고 여깁니다.

물론 인품 면으로나 재력 면으로나 노후에 풍족하게 지낼 만큼 쌓아놓은 것은 충분히 넉넉하지 못하고 영 어설플망정 누구한테든 어디 가서든 무명교사 출신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자로서 제 경우, 교육기관이라고 생긴 곳은 두루 두루 근무해본 셈입니다.

재건중학교 교사, 학원 강사, 상업전수학교 교사,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사, 이 밖에 충청남도교육위원회(충청남도 교육청) 부설 제1사업소 충청남도교육연구원 지도보급부 파견교사, 공군제2사관학교 강사, 공주교육대학교 강사 등 퍽 고루 체험했습니다.

이 중에 초등학교 교사로 5년 4개월 복무기간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어쩌면 현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대 참교육자는 초등학교에 계십니다. 초등학교 교사로서 여섯 차례 담임선생님을 거친 직접체험을 토대로 들려드리는 제 발언에 동의하신다면 우리 모두 초등학교에서 사랑스런 손자손녀, 혹은 자녀를 맡아 정성껏 보살펴주시는 담임선생님들께 존경과 합당한 예우를 정중하게 해야 온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늘 스승의날을 맞이하여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공주교육대학 졸업한 이래, 초등학교 교사자격증 소지자로 첫출발해서 교단생활 중 문학석박사 과정도 마무리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 자격증, 중등학교 국어교사 자격증, 전문상담교사 자격증, 어린이집원장 자격증 따위도 취득했습니다.

한편 비교적 오랜 기간 과연 저는 교육자로서 얼마나 충실했던가 자성해봅니다. 지금은 꽤 많이 버리고 지우고 도려내고 비웠지만, 남달리 욕망과 욕심이 많은 탓에 늘 허겁지겁 쫓겼으나 그래도 진짜 운좋게 매년 착한 학생들을 만나는 덕분에 별 탈없이 퍽 친하게 보내고 보냈답니다.

그러면서도 좀 더 좋은 선생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제자들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교육자로서의 사명과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던 점들과 소홀했던 점들이 떠올라 참회 되기도 합니다.

지금도 가난한 인품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짧은 실력뿐인 제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저에 대한 우호적인 순수하고 순박한 마음에서 학생들이 매시간마다 맑고 고운 눈빛으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로 경청해 주던 학생들의 착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년퇴임식을 한사코 마다고 뿌리친 채 마지막 출근일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교정을 나서자 나라에서 그동안 학생들과 사이좋게 놀았다고 작은 훈장 하나 건네길래 과분해서 빙그시 벅찬 미소도 지었습니다.

그리고 전북 익산시 함열읍 다송리 진주정씨 제주목사 보서공파 후손으로서 선영 제 자리로 돌아가기 전까지 남은 황혼기에 적어도 굶어죽을 염려가 전혀 없는 교육공무원 출신으로서 연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비록 훌륭하거나 아주 유능한 선생은 아니었으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교육대상자, 곧 각급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나이와 풍토와 환경과 분위기와 넓이와 학력 수준이 각각 다른 교정에서 대체로 신나고 재미있게 교정에서 지냈습니다.

오늘 따라 옛제자들의 얼굴이, 동료교직원들의 얼굴이, 교정에서의 추억들이 떠올라 아마 가수 윤연선이었던가 그분이 부른 ♡ 얼굴 ♡ 이라는 노래를 혼자 불러보았습니다.

이어서 이 문자를 오른손 검지 하나로 콩찍기하며 옛제자들의 앞날과 옛동료선생님들의 강녕을 빌어봅니다.

제자들아, 못 생긴 선생님과 마주치면 미소 선물 날려주고 함께 즐겁게 놀아줘서 고마웠고 진정 교육자다운 교육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초라한 저를 기억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건강과 안전을 빌며, 자녀들이 우리나라의 발전과 번영에 꼭 필요한 빛과 같은, 소금과 같은, 꿀벌과 같은 인재로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지역사회에서나 마을에서나 뭇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인정과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수많은 옛제자들을 생각하고 축복하며 무명교사 출신 정진석 띄움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