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이 마지막 순간인 줄 알고
이 순간이 마지막 순간인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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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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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복 / 오성자 남편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

 

내 아내 오성자. 치매 병을 앓고 있는지 만 5년. 지금은 4등급 중증 환자이다. 언제나 그의 눈동자 속에 내가 들어있어야 안심이 되어 웃기도 하고 찬송가도 부른다. 나는 내 아내 오성자가 그렇게 즐거워하며 웃고 찬송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이 순간이 아내와 함께 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그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며 자주 눈물을 흘린다.

  55년 함께 살아온 아내와 사별 한다는 것. 그래서 내 곁을 지키던 짝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슬픔을 겪는다는 것은 주변의 다른 친구들을 수없이 보아 왔기에 얼마나 가혹한 슬픔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들이 겪는 슬픔을 나도 겪을 생각을 하니 내 아내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늘도 만년동 소재 가자미 미역국으로 소문난 집에 '비센 바이오' 안창기 대표의 초청을 받아 갔었다. 약속시간보다 20분 먼저 가서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즐거워서 그런지 찬송을 부르며 '하나님 아버지'를 큰소리로 부르고 식당 안을 구경하느라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다음 일어난 일은 여기에 적을 수가 없다. 아내의 손을 잡고 쫓겨날 때의 뒷 모습을 주인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순간 이 시각이 아내와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문밖에 나와서 아무 것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아내 오성자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 걱정 마. 내 생명을 다 할 때까지 곁에서 함께 할 게’

 

 나는 사랑하는 아내를 잘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래서 간병하고 요양하는 기능도 익혔으며 치매환자를 돌보는 데는 꼭 알아 둬야 할 수칙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① 치매 관리법에서 보호자가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것

 (다른 가족과 교대하기, 휴가 가기, 주간보호센터에 환자 보내기).

그러나 나는 쉴 틈이 없다. 24시간 아내를 혼자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② 주위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치매 관리법에서 치매 환자가 만성 질병이 있는 경우 주변인의 비전문적인 권고에 솔깃할 수 있으나 그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되며 꼭 담당 의사 나 간호사와 상의하여야 한다는 것.

③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더 나빠져서 간병인이나 시설을 이용할 때가 있을 경우 형제들과 간병인이나 시설 관련 사항에 대해 함께 미리 의논한다는 것.

④ 치매 관리법 중 소그룹 활동(가족모임), 치매환자를 위한 복지관이나 시설 등의 정보를 알고 최대 한 이용한다는 것.

⑤ 밤에도 적당한 조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소켓에 끼우는 작은 전구, 미등).

⑥ 치매 관리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수준에 맞는 소일거리를 주어 주의를 돌리게 하고,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플라스틱 그릇 닦기, 걸레 빨기, 수건이나 옷 접기 등)

⑦ 수시로 환자의 이상행동을 잘 정리하여 담당 의사에게 전달하는 것. 치매 관리법 중 망상, 우울, 초조,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은 약물로도 조절이 잘 되기 때문이다.

⑧ 치매 관리법에서 주의해야 할 약물 중에는 환자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약물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는 것. .

⑨ 치매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가을이 되기 전에는 감기 예방을 위해 인플루엔자백신을 맞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찾은 곳이 롯데 백화점 곁에 있는 ‘마실 주간 보호센터’다.내 아내는 낮 동안 이곳에 가서 놀고 온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남향인데다가 넓고 쾌적한 환경이 맘에 들었다. ‘마실 주간 보호센터’는 금년 4월12일에 요양보호사 원장포함 세 분, 간호사 한 분,사회 복지사 한 분, 직원 한 분이 어르신 일곱 분을 모시고 오픈했다 하는데 현재는 내 아내를 포함하여 15명이라 한다. 개원 당시 직원들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혹은 사회복지사가 자주 바뀌는 곳은 가급적 피해야 된다는 것도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조성미 원장이하 근무하는 분들이 모두 친절하고 친정 부모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모시고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조성미 마실보호센터 원장은

‘센터장으로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을 식구처럼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최우선으로 모시고 동고동락 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마실어르신 센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고 하였다.

 

 더구나 이곳에는 내 아내가 좋아하는 임연정 사회복지사께서 근무하고 계시며, 전유진 가수가 노래 강사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전유진 가수는 내 아내의 손톱에 네일아트를 해주고 여유가 생기면 우리 집에 놀러와 내 아내와 함께 놀아주기 때문에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 그 가수가 이곳에 강사로 온다는 것이다. 얼마나 행운일까?전유진 가수를 이곳에서 만나 1주일에 한 번씩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 것이다. 그렇게 내 아내는 유진 가수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아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예섬. ‘대전 실버 아코디언예술단’ (단장:최병수) 소속으로 이곳에 와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 이예섬 가수의 장구놀이-

 

 내가 내 아내와 함께 이곳에 들렸을 때는 어르신들의 생일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생일을 맞은 어르신들은 머리에 고깔을 쓰고 장미꽃도 가슴에 달고 계셨다. 모두가 최병수 단장의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외나무다리, 해운데 엘레지, 비 내리는 고모령‘ 등 신이 나서 한 덩어리가 된 듯했다. 임선영 무용가의 부채춤도 어르신들을 즐겁게 했고, 이예섬의 갑돌이와 갑순이, 찔레꽃 댄스’도 어르신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이예섬 가수의 디스코 장구는 누구도 횽내 낼 수 없는 묘기를 가진 신들린 춤 같았다.

  아내와 함께하는 순간이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아내를 위하는 나에겐, 원장을 비롯해 임연정 시회복지사, 그리고 이곳의 모든 직원들, 전유진 가수와 이예섬 가수, 또한 실버 아코디언의 최병수 단장과 단원들, 모두가 한 순간을 만났어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소중한 분들이다. 보고 싶은 사람,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아내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