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싸요
똥을 싸요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7.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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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똥을 싼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똥을 누다”와 “똥을 싸다”는 의미상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똥에 관한 용어는 낮은 말이 부드러운 표현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칠 때 많이 사용하는 용례 중의 하나가 “똥 싸?”, “똥 싸.”, “똥 싸~~!”일 것이다. 필자는 한국어를 지도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것을 (흥미유발하기 위해서) 강의한 적은 있으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적은 없다.  

 흔히 “나 똥 싸고 올게.”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듣는데, 이것은 “나 똥 누고 올게.”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똥을 누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배변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누다’는 ‘배설물을 밖으로 내보내다’라는 뜻이다. 반면에 ‘싸다’라는 말은 ‘(주로 어린 아이가)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누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어린아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저귀에 볼 일(?)을 보는 것이 싸는 것이다. 어른이 화장실에서 제대로 배변의지를 갖고 일을 보는 것은 ‘누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대부분의 언중이 “똥을 싼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스스로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장난스럽게 표현하던 것이 굳어서 표준어처럼 사용되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고상한 말을 쓰는 것이 인격적으로 보기 좋은데 ‘똥을 싸다’는 낮은 말은 ‘누다’라는 평이한 용어를 이기고 득세하였다. 한편 ‘오줌(똥)을 지리다’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조금 싸다’라는 의미가 있다. 즉 억지로 참고 또 참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조금 싸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 통역하는 후배가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조금씩 지려서 말린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오줌을 누지 못하고 그렇다고 더 이상 참을 수도 없어서 쬐끔(?) 싸는 것을 ‘지리다’라고 한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틀리게 쓰는 것 중의 하나가 ‘어이가 없다.’는 표현이다. 기자들 종에도 가끔 ‘어의가 없다.’고 쓴 것을 보았다. ‘어이’나 ‘어처구니’는 맷돌과 관련이 있는 단어다.(이에 관해서는 이미 다른 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으나 지나치게 많이 틀리고 있어서 다시 한 번 기술한다) 우선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를 말한다. 맷돌을 돌려야 하는데 손잡이가 없다면 황당할 것이다.이렇게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힐 때’ 쓰는 말이다. ‘어이’라는 말은 어처구니와 마찬가지로 맷돌에 사용하는 물품인데 아랫돌에 끼우는 꼭지를 말한다. 꼭지가 있어야 맷돌이 잘 고정되어 돌아간다. 꼭지가 끼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맷돌을 돌린다면 아래 위가 제멋대로 움직일 것이다. ‘어이’란 바로 이 맷돌의 꼭지를 일컫는 말이니 어처구니없는 것과 어이가 없는 것은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어이를 어의(語義)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보면 어처구니나 어이에 관해 많은 말들이 들어있는데 정확한 것이 없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말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맷돌을 사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어린 시절에 맷돌 앞에 앉아 어처구니를 잡고 맷돌을 돌리면서 순두부를 기다리던 추억에 잠겨본다. 50년 전만 해도 집안에 맷돌 하나씩은 있었는데, 요즘은 중국에서 수입한 맷돌이 정원 디딤돌 장식대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제는 맷돌세대와 믹서기세대로 나눠야 할 판이다.

 다듬잇돌(다듬이질할 때 쓰는 돌)과 다듬잇방망이(다듬이질할 때 쓰는 방망이)는 다리미가 대신하고, 빨랫돌(빨래할 때 빨랫감을 올려놓고 문지르기도 하고 두드리기도 라는 넓적한 돌)과 빨랫방망이(빨랫감을 두드려서 빠는데 쓰는 방망이)는 세탁기가 대신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다 보니 말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원을 잃고 정신없이 떠도는 단어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화장실에 가든지, 해우소에 가는 것은 좋은데, 제발 똥을 싸지는 말자.

 한 겨울에 호호 손을 불어가며 빨래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시나브로 가슴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