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현숙
하늘이 파란 날
전깃줄에 앉은 참새 대여섯 마리 장독대를 바라다본다
큰 항아리 앞에 굽은 허리를 더 굽혀
된장을 퍼내는 어머니
달력에 장 담그는 날이라며 동그라미 치고
장을 담가 정성을 쏟더니 땡볕에 잘 익었다
쭈글쭈글한 맨손으로
몇 개의 빈 통을 옆에 쌓아 놓고
하나씩 하나씩 꾹꾹 눌러 담는 눈에는
오로지 자식들 밥상에 오를 따끈한 된장국이 들어 있다
덜어내고 덜어내고 항아리는 텅 비어 가는데
어머니 입가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다
숭숭 뚫린 뼈마디로 대궁을 밀어 올리고
피와 살로 거름을 준 꽃이다
다 내어주고 빈 항아리만 끌어안고 피는 꽃을
바람에 흔들흔들 참새는 갸우뚱갸우뚱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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