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과 숙맥(菽麥)
애먼과 숙맥(菽麥)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8.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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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요즘 카카오 톡이라는 것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점은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고 아쉬운 점은 잘못된 어휘들이 지나치게 난무하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엄한 사람’과 ‘애먼 사람’의 구분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애먼’을 ‘엄한’으로 잘못 쓰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엄한’이 옳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①왜 엄한 사람 잡고 그래?

 ②왜 애먼 사람 잡고 그래?

 

이 두 문장을 놓고 바른 것을 고르라면 대부분이 ①번을 고른다. 물론 문맥상으로는 둘 다 맞는다.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엉뚱한 사람’, ‘애매한 사람’의 의미로 쓰는 단어는 ②번의 ‘애먼 사람’ 맞다. 우선 ①번의 엄한 사람은 ‘엄(嚴)한 사람’으로 ⓐ 규율이나 규칙을 적용하거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철저하고 바른 사람, ⓑ 어떤 일이나 행동이 잘못되지 아니하도록 주의를 단단히 하는 사람, ⓒ 성격이나 행동이 철저하고 까다로운 사람 등으로 풀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엉뚱한 사람’과는 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엄한(嚴寒)’이라는 단어도 있다. 글자 그대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을 줄여서 엄한이라고도 한다. 매우 추운 겨울 날씨를 엄한이라고 하지만 흔하게 쓰는 말은 아니다.

 보통 우리가 ‘애매한 사람’이나, ‘엉뚱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쓸 때는 ‘②애먼’이 맞다. 그 듯을 살펴보면  “ⓐ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 느껴지는, ⓑ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엉뚱하게 느껴지는”으로 나와 있다. “애먼 사람에게 누명 씌우지 마.”와 같이 쓰는 말이다. 결국 ‘애먼’의 뜻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한”이다. 순우리말 ‘애매한’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애매한> 앰한> 애먼’의 과정을 겪은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많이 틀리는 것이 숙맥(菽麥)이다. 흔히 발음은 ‘쑥맥’이라고 한다. 숙맥은 “콩(菽)과 보리(麥)도 구분하지 못한다. 너무 우둔해서 상식적인 일조차도 모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 〈성공(成公) 18년〉》에 나오는데, 주자의 형이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는 ‘불변숙맥(不辨菽麥)’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귀족들이 치열한 권력 쟁탈전을 벌였다. 당시 진나라 왕 여공(厲公)은 서동(胥童)을 편애하여 국권을 그에게 일임했다. 서동이 전권을 휘두르자 대신들의 불만이 점점 커졌고, 결국 난서(欒書), 중항언(中行偃) 등의 대신들이 서동을 죽인 다음, 여공까지 죽여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양공(襄公)의 증손자인 14세의 주자(周子)를 왕위에 앉혔는데, 이이가 바로 도공(悼公)이다. 난서 등은 이처럼 주자를 꼭두각시 왕으로 세워 놓고 주자가 총명하고 출중하다고 칭찬하는 한편, 주자의 형은 아둔해서 왕으로 세울 수가 없었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주자에게는 형이 있었지만 지혜가 없어서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하였으므로 임금으로 세울 수 없었다.(周子有兄而無慧, 不能辨菽麥, 故不可立).」(다음백과사전)

 흔히 우리는 ‘바보’라는 말로 대신한다. 이 ‘바보’는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다. ‘떡보’, ‘울보’, ‘잠보’, ‘술보’에서 보는 바와 같이 ‘0보’는 ‘00에 빠진 사람’의 뜻을 담고 있다. ‘바보’는 ‘밥보’에서 ‘ㅂ’이 탈락한 것이다. 결국 ‘밥만 먹는 사람’으로 아무 일도 못한다는 뜻을 지녔다. 흔히 흥부와 놀부라고 하지만 원래는 흥보와 놀보였다. 일본어에서도 어린 아기를 ‘akambo’라 하고 잠꾸러기를 ‘nebo’라고 한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이 또한 우리말이 일본에 영향을 주었음을 밝히는 단어다.

한 때는 ‘바보’라는 말이 유행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했다. 숙맥 같은 바보와 김 추기경 같은 바보는 의미가 다르다. 김 추기경 같은 바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