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마음에 그려보기
멀리 떠나야만 좋은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며칠쯤 숙박을 하여야 값진 여행이 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주제가 있는 여행이다. 충청권의 명소탐방 여행이다. 문학의 향기를 찾아 대전펜문학에서 주관하기로 했다. 회원 간 어색한 분위기도 극복할 것이다. 여행은 누구와 언제 무슨 목적으로 떠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성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내일 모레가 말복으로 더위가 절정을 치닫고 있다. 그것도 특별히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간다. 전에는 완행열차, 통일호, 우등열차, 새마을호가 있었고 지금은 KTX도 있다. 세종(조치원)에서 충북선으로 접어든다. 한동안 잊다시피 한 기차여행이다.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어 볼 것이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차창 너머로 내다보이는 들녘이다. 산야의 한여름 진풍경을 직접 점검하듯이 볼 것이다. 풍성하게 우거져 넉넉함을 보여줄 것이다. 사람 사는 동네가 이제는 언덕 위에 그림처럼 아기자기하게 있기보다는 우뚝 치솟은 아파트로 다소 무표정할 것이다. 다정다감한 감정이 감돌기보다는 어딘가 낯설고 냉랭한 느낌에 씁쓰름할 것이다. 낯선 듯 낯이 익고 낯익은 듯 낯선 풍경에 당황스럽고 경이롭게 다가서기도 할 것이다. 열차의 푹신한 좌석에 나란히 혹은 앞뒤로 앉아 두런두런 하다가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반추하듯이 명상에 젖어들기도 할 것이다. 불과 한 시간여 남짓한 거리로 왕복 2시간여로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장에 머무를 시간도 두 시간 안팎으로 예정되어 있다. 삼복염천에 초목은 오히려 기세당당하게 더 무성하고 쑥쑥 가지를 뻗고 열매를 키워 제법 큼직큼직하게 자랐다. 열대성 식물인 벼는 포기를 늘리며 들녘을 가득 채워 곧 모가지가 나올 것이다. 통통해진 몸통에 벼꽃이 피는 것이다. 풍년을 예약하는 농심으로 들뜨게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더위와 다투는 동안 가을도 이제 멀지 않았다. 추석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금년은 그 어느 해보다 경제적으로 아주 가파른 언덕에 헐떡헐떡 지쳐있다. 그래도 세월은 무관한 연말로 거침없이 내닫고 있다. 세상사 불평불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계절에 거슬리지 말고 순순히 따라야 한다.
머잖아 단풍이야기가 들려오면서 세월의 빠름이 도마에 오를 것이다. 한 해가 이런 저런 것들로 되새김을 하고 명소에 여행을 겸한 문학탐방을 하게 된다. 반기문은 올곧은 공직자로 외무부장관을 지냈고 유엔사무총장까지 하신 분이다. 우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동양권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더 돋보이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유엔의 수장으로 국가원수 대우를 받으며 미국의 뉴욕 맨해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분이다. 그 분 출생지인 충북 음성의 반기문 생가마을을 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 그 분의 면면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관애서 세계관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면 뜻밖의 수확을 올리기도 한다. 하찮아 보이던 곳에서 때로는 보석을 찾기도 한다. 그래도 많은 관심을 끌며 마음을 당기는 곳에서 보다 굵직한 뭔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눈에 확 들어올 성싶다. 아하, 그랬었구나! 할 만큼 새로운 느낌에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지 싶다. 그만큼 기대감과 관심으로 부풀어 오른다. 그러려면 대충대충 넘기거나 허투루 지나치지 말고 찾아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치 소풍에서 보물찾기로 술렁거리다 한 장 찾았을 때 짜릿함은 순간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그냥 이러쿵저러쿵 말만 앞세우지 말고 직접 가서 행동으로 부딪쳐 보는 것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하였다.
독서삼매경 이라는 말이 있다. 삼매경은 잡념을 버리고 한 가지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경지를 말한다. 무더운 삼복더위다. 더위에 짓눌려 헤어 나오지 못하고 축 늘어진다. 벗어나는 길은 삼매경처럼 뭔가에 푹 빠져보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기행이라는 명목으로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서슴없이 떠나보는 것이다. 더위도 하루쯤은 거뜬히 이겨내며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자포자기 상태일 때가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다분히 역설적이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말로 다소간은 위안이 된다고 할 것이다. 무더위로 속수무책이기보다는 그래도 길을 나서보는 것이 훨씬 보람이 있고 보탬이 될 것으로 여기며 휴가 삼아 기꺼이 떠나보기로 한다.
- 2019. 08.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