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어디 따로 있을까?
천사가 어디 따로 있을까?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8.1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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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상선 수필가
사진 남상선 수필가
사진 남상선 수필가

 

    너희 아빠 퇴임도 2년밖에 안 남았는데 그 안에 좋은 규수 물색해서 빨리 장가가라는 얘길 하는 것 같았다. 아내는 내심 나이가 들어가는 아들이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월하빙인의 마음과 주선이 있었는지 좋은 규수가 빨리 나타났다.

계획된 각본 순서의 결혼처럼 모든 게 단시일 내에 성사되어 상견례까지 마치게 됐다.

 

상견례 자리에서 아내는 며느리 될 규수가 얼마나 예쁘고 마음에 들었는지 보듬어 쥔 손 을 놓을 줄 몰랐다. 처음 맞는 며느리라 많이 사랑스러웠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던 아내가 학수고대했던 12월 12일(토) 아들 결혼식을 못 보고 가 버렸다.

뭐 그리 급했는지 3개월도 채 안 되는 시간을 뒤로 한 채 먼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상 치른 지 3개월도 안 되지만 어렵게 성사된 혼사라 사돈댁과 상의해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아들 결혼식 날이 돌아왔다. 예식장은 서울 영등포로 정했다. 대절 차는 관광버스 두 대를 예약해 놓았다.

 

내가 교사이니 초청 손님은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었다. 예식이 1주일밖에 안 남았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 교육계획 일정을 물어봤더니 교직원 연수가 12월12일 (토)로 잡혀 있었다. 행선지는 전남 담양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들 결혼식이 그날이었다.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약된 대절 차 2대가 걱정이 됐다. 시내 각 학교 연수 날짜를 알아봤다. 대다수의 학교 가 2학기 학년말 시험이 11일로 끝나고, 12일은 여러 학교가 직원 연수 가는 날로 잡혀 있었다. 예약한 관광버스 1 대도 손님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고민이 깊었다. 예약된 관광버스 1 대는 취소할까 고민을 하다가 용단을 내려 그냥 두기로 했다.

 

드디어 12일 예식 날이 됐다. 축하차 오신 하객은 관광버스 2대로도 감당이 안 되어 차를 못 타고 돌아가신 분도 계셨다. 아직까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심을 잃고 살지는 않았구 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관광버스 올적 갈 적 차안에서 손님 드실 수 있는 술안주와 간식거리 - 돼지 수육과 기타 간식거리 주문 한 것 - 을 <자미지미> 이모가 봉고차에 싣고 오셨다. 도착 전까지는 우리 집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다가 와서 사람들 얘기에 마냥 울기만 하는 것이었다. 좋은 음식 배달 차 왔다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돌아 가는 < 자미지미 > 한정식 집 이모였다.

 

나와는 첫 거래 < 자미지미 > 이모였지만 이렇게 해서 우리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거액을 주고 철학인한테 받은 상호답게 <자미지미>(自味至味 : 맛으로 시작해서 맛으로 끝난다.) 음식은 그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에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따뜻한 가슴으로, 손길로, 사람을 푸근하게 해주는 마력까지 있었으니 날마다 천객만래(千客萬來)의 손님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도 이모의 음식 솜씨와 따듯한 가슴에 매료되어 대개의 모임은 < 자미지미 > 에서 하게 되었다.

 

인정 많고 가슴이 따듯한 이모였으니 어찌 나 같은 사람을 그냥 둘 수 있으랴.

이런 이모이기에 내 평상시 들 반찬과 겨울 김장까지 만들어 주신 것이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틈틈이 매실 효소에다 각종 효소를 비롯한 이모의 바리바리 싼 비닐봉지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서울로 이사를 갔어도 그 훈훈한 마음은 어절 수 없었는지 그릇마다 담아 오고 바리바리 싸온 이모의 정성은 변할 줄 몰랐다. 나는 그것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한단 말인가?

보시 같은 이모의 사랑이, 배려가, 우리 집으로 향한 것이 한 두 해가 아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으니 결초보은하는 마음으로 감사를 드린다.

 

지상의 또 다른 부처님이, 예수님이, 자비와 사랑을 베풀고 있으니 마냥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지상의 또 다른 천사에게 느꺼운 마음을 모두 드리며 감사한다..

 

이모의 지극정성에 보답은 안 되지만 반찬 그릇 갖다 드릴 때, 과일 박스 몇 번 들고 간 거와 손 시리지 않은 겨울 지내시라고 가죽 장갑 한 켤레 사드린 것이 왜 이리 부끄러운 지 모르겠다. 엄청나게 크게 감사할 일에 너무나 미미한 마음의 표현이어서 그러하리라.

평생 갚아도 부족한 고마움을 결초보은하는 마음으로 다시 새겨 본다.

 

    천사가 어디 따로 있을까 !

 

내 비록 사궁지수(四窮之首 )의 외로운 몸이지만, 내 주변엔 이런 고마운, 따뜻한 가슴을 가진, 친구도, 선배도, 지인도, 제자도 있어 늘 부자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땅속 깊은 데서 샘솟는 지하수도 극심한 가뭄에는 멈추거나 마르는 법이거늘 <자미지미 > 이모의 체취는 다함이 없었다.

 

용광로에서 발산하는 열기도 석탄이나 발열 소재가 떨어지면 그 온기가 식게 마련인데  < 자미지미 > 이모 사랑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청춘남녀의 뜨거운 사랑도 콩깍지 씐 2,3년이면 식게 마련인데 <자미지미> 이모의 향훈은 만년 청춘이니  불사조의 얼이 어디 따로 있다고 하겠는가!

 

   천상천하 이런 천사가 어디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