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와 작은마누라
꼬마와 작은마누라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8.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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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오늘의 제목을 보면 뭔 소린가 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 제목으로 올려놓은 것을 보면 같은 부류인 것 같기도 하고 이리송하리라 생각한다. 어원을 따져보면 결국 같은 의미로 통하기 때문에 오늘의 제목으로 삼았다.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보통 양반이라고 하면 일처일첩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동녀(童女 : 어린 여자 아이)를 첩으로 둔 것이 마치 자랑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첩(妾)을 뜻하는 중세국어가 ‘고마’였다. 이 ‘고마’라는 말은 사실 우리말은 아니고 중세 몽골어에서 차용된 것이다.(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아마도 원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침범하여 젊은 여자를 끌고 가 첩으로 삼아서 그런 말이 전래한 것이 아닌가 한다. 첩은 본처보다 나이가 어리다. 몽고인들은 원나라 궁실로 고려인을 끌고 갈 때도 상당히 까다롭게 선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몸에 점이 있거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는 모두 제외했고. 결혼한 여인 또한 제외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조혼이 유행했다는 말도 있다.

 

 ‘고마’는 원래 나이 어린 첩(작은마누라)을 일컫던 것인데, 이것이 작고 어린 것에 대한 통칭으로 바뀌게 되었고, 요즘에 와서는 “①‘어린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 ②크기가 작은 것, ③키나 몸집이 작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꼬마신랑이라는 영화까지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작고 귀여운 것에 꼬마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꼬마인형, 꼬마전구, 꼬마물떼새, 꼬마쌍살벌 등과 같이 작은 것에 대한 애칭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고마가 꼬마가 되는 과정은 언중들의 표현법에 따른 것이다. 예전에는 ‘곶’이라고 했던 것이 요즘은 ‘꽃’이 되었고,지난 번에 서술한 것과 같이 ‘지질이’가 ‘찌질이’로 발음되듯이 된소리로 굳어지게 되었다. 보통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된소리가 생활화되었다고 본다. 왜란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표현이 격해진 현상이라고 하겠다. 요즘은 강조하는 의미로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꼬마의 ‘꼬’는 일본어와도 상통하는 것이 많다. 일본어의 ‘ko’는 ‘작다’는 의미가 있다. 작은 틈이라는 의미로 일본어로는 ‘koma(소간, 小間)’라고 한다.(이원희, 일본열도의 백제어) 일본어의 ‘子(꼬)’도 이러한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본다. 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여자들은 이름에 ‘자’를 많이 썼다. 영자, 말자, 숙자, 순자 등과 같이 자를 많이 넣어서 이름을 지었는데 일본의 ‘꼬’와 같은 맥락에서 지은 것이다. 일본어의 ‘koma는 망아지란 뜻’도 있다. 우리말로 ‘아지’는 ‘작고 귀여운 것’에 붙인다.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 등과 같이 ‘아지’는 어린 것에 붙인다. 망아지를 ‘고마(구(駒)’라고 하는 것은 ‘작다(小)’는 고마가 변형되어 망아지를 일컫는 말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일본어로 팽이도 ‘고마’라고 한다. 팽이는 필자 세대가 어렸을 때 많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다. 둥근 나무 따위를 한쪽은 평평하고 다른 한쪽 끝은 뾰족하게 원뿔 모양으로 깎고 중앙에 쇠로 심을 박아 만든 것으로 팽이채로 열심히 때리면 넘어지지 않고 잘 돌아간다. 땅에 딱 붙어서 돌아가기 때문에 일본어로 ‘고마’라고 한 것이다. 우리말이 일본으로 넘어가서 정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고마’는 첩이라는 의미에서 변형되어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고 몸이 작은 아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것이 일본까지 가서 ‘작은 것’에 대한 일반적인 지칭으로 바뀌었다고 본다.  일본 사람들은 ‘고마’가 한국에 와서 ‘꼬마’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을 따져 보면 우리말 고마(첩)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의 고어를 형성한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사전에 의하면 ‘꼬마’는 ‘꼬마동이(키가 작은 사람의 별명)’의 준말(조선어사전, 1938)이라고 되어있다. 이것이 의미확장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어리고 작은 아이(꼬마, 땅꼬마)’, ‘크기가 작은 것(꼬마인형, 꼬마전구)’, ‘놀림조로 이르는 말’ 등으로 정착한 것이다.

 

 요즘 일본에 대해 반일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데, 이제는 극일(克日)이라고 해야 한다. 일본을 이기려면 일본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언어를 제대로 알면 일본이 우리의 속국이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