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듯 신들린 듯
춤추는 듯 신들린 듯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9.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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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 국제 오카리나 페스티벌에 다녀와서
글 김수환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

                                               

 좋은 사람들과의 해외여행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 8월 23일~24일 여주에서 개최되는 국제오카리나 페스티벌.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얼마나 연습하고 기다렸던 기회인데.

나는 주저 없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페스티벌 곡을 다운받아 연습하기 시작했다. 뜨거웠던 여름, 우리 ‘나사렛 대학 지도자 과정팀’ 몇 명은 열심히 연습했다. 사실 우리 실력으로는 어려운 곡들이었지만 따뜻한 손길에 의해 서로 격려하며 반복적으로 부분연습과 작곡하신 오카리니스트들의 연주영상을 보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드디어 설레던 그 날이 밝아왔다.

우리는 서둘러 마련된 차량에 몸을 실었고 달리는 차 안은 하하호호 이미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신나고 설레는 일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2시까지 입실인데 일찍 도착하여 방에 짐을 풀고 프린지 무대에 설 곡으로 입도 풀었다.

  그리고 본 무대가 있는 장소로 내려와 보니 많은 분들이 자리 잡고 계셨다. 각 부스마다 예쁜 악기들이 우릴 보고 손짓 한다. 꽃이 달린 오카리나, 예쁜 보석이 달린 오카리나, 꽃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오카리나, 나무 오카리나, 고급스런 색상의 오카리나 등등.

오카리나(ocarina)는 이탈리아 전통 악기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사람 도나티가 고안한 악기인데 리코더와 같은 발음원리를 가진 흙으로 구워 만든 구적(鳩笛)이라고도 한다. "오카리나"라는 말은 작은 거위를 뜻하며 오카리나의 모양은 이름대로 새를 닮았다.

  우리 팀은 토적(土笛)으로 연습을 하였다. 토적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각지에서 옛날부터 전해지고 있는데 소박한 음빛깔이나 형상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호감이 가서 특히 우리나라에 많이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국제오카리나 페스티벌 개막 콘서트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하늘소리 앙상블의 연주가 큰 홀 안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미 내 마음은 기름에 불을 붙이듯 훨훨 타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를 지도하시는 윤영경 선생님 연주 순서가 되었다. 세계 유명 연주자들과 국내 굴지의 연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신 우리 선생님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우리 윤영경 선생님은 오카리나 요염한 음색에 맛과 멋을 어울리게 창조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 오카리나에 맛과 멋이 있다고? 그래, 맛과 멋이 있고말고. 어디 그뿐이겠는가? 색(色)도 있고 향(香)도 있으며 애(哀)와 애(愛)도 있고 희(喜)도 있었다.

그것은 텅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화를 부린다고 하셨다.

 

  새로운 것만큼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건 없을 것 같다.

망원경 렌즈 속으로 들여다 본 중국 연주자 스펑의 트리플 핑거링은 신의 한 수였다. 미친 듯 신들린 듯 어쩜 저런 테크닉을 구사 할 수 있을까?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음을 보여 주는 듯 했다.

늦은 시간까지 연주는 계속되고 있었다. 황홀한 이 밤이 지나가고 있다.

더불어 외국연주자들의 마스터 클래스는 우리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하고 통역관의 한 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음악적 표현력을 한 단계 업 시켜준 아주 훌륭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주 마음 아픈 소식은 조은주 선생님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조 선생님께서는 그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내시고 당당히 연주도 들려주시며 권혁 선생님과 사회를 보시는 모습이 얼마나 멋지고 인간적이셨는지 모른다.

 

 손바닥 만한 작은 악기로 우리가 행복해 질수 있고 또 듣는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면 우리나라 각 가정에 오카리나 1대씩만 갖고 있어도 행복의 바이러스는 많이 전파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 지식은 달콤하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은 우리를 더욱 달콤하고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달콤한 또 한 분의연주자 미카코 혼야,

우리가 보호해주고 싶은 모성 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여성스럽지만 정열적인 맨발의 연주자. 무대 매너 역시 최고의 연주자답다. 일정을 모두 마치시고 여주를 떠나셨던 분이 미련이 남아 다시 돌아 오셨다는 사회자의 말씀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

미카코 혼야가 밤새 갑자기 키도 커지고 우람해 지셨네 ㅋ ㅋ ㅋ

 

 그리고 머리를 양 갈래로 따 내리고 드레스를 입은 이병구 선생님의 변장술....

어쩜 그리도 미카코 혼야 오카리나 부는 모습과 소리 흉내를 잘 내시던지 객석에서는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그런데 객석 쪽에서 진짜 혼야 같은 분이 무대로 뛰어 오르신다. 진짜 미카코 혼야가 되돌아 오셨다. 두 분이 똑 같은 제스처와 아름다운 오카리나 소리

 

 아·~행복하다.

처음 악보를 받아 들었을 때 일본곡이 2곡이나 대합주에 들어간다고 해서 내 눈을 의심했다. 요즘 일본과의 감정이 안 좋을 때 일본 곡을 2곡씩이나 700명의 한국인이 대 합주라니 !

“총 감독이신 이병구 선생님 잘못 생각하신 것 아냐?” 라고.

이것 또한 기우였다. 우리는 더 크게 그리고 더 잘 부르려고 애썼다.

사토가즈미의 So la e 와 천재 오카리니스트 미루토의 (사랑의)쓰나미를 예술의 힘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이 얼마나 위대한 힘인가!!!

이웃집 아저씨 같이 친숙해진 에밀리아노 연주자는 클래식오카리나 보급에 애쓰신 단다. 우리나라 오카리나 수준을 높여주신 고마운 분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노무라소지로 대황하를 편곡해서 부르신 김준우 연주자의 현란한 오카리나 소리는 반짝이는 의상만큼이나 화려하고 매혹적이었다.

 폐막 빅 콘서트 시간이 지체되어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연주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에밀리아노 연주자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가르쳐 주셔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정말 1박2일 동안 다른 생각은 조금도 가질 수 없었던 극한 캠프였다. 우리 오카리나 연주자들은 모두 춤추는 사람처럼 신들린 사람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연주들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욕구 중 가장 높은 자아성취의 단계에 내가 우뚝 서 있는 듯했다. 힘들었던 삶 속에 친구의 권유로 아름다운 오카라나 소리에 매료되어 배우기 시작한 오카리나가 이제는 내 삶의 윤활유가 되어 나를 보람 있고 행복하게 한다.

  그동안 더디고 부족한 저를 지도해 주시고 이렇게 큰 무대에 서게 해주신 윤영경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어떻게 하면 우리선생님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소프라노 조수미가 쓴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음을 찾는 일은 백사장에서 예쁜 조개껍질을 찾듯 여기도 기웃거리고 저기도 기웃거리면서 예쁜 조약돌 이 눈에 들어오듯 그렇게 찾는 거라고

오카리나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그리고 이 큰 페스티벌을 준비하신 총감독 이병구 선생님과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다섯 살짜리 손녀가 잘 부르는 노래가 있다

엄지손가락을 곧게 치켜세워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노래가사 말.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그래 맞아

페스티벌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