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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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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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태 자원봉사자

 

사진 김용태 자원봉사자
사진 김용태 자원봉사자

 

여행은 심한 고생을 겪어야 추억에 남는다고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장면에 감동을 함은 누구와 마찬가지이나 여행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엄홍길 산악대장의 히말리아 에베레스트 산 정복에 맞서는 용감한 도전정신이 없거니와, 90년대 영화 「타워링(Towering)」의 고층건물화재와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쿠르즈 여객선 전복사건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없어서일까.

1993년 정월 어학 연수차 21일 여정으로 호주를 방문하였다. 10여명의 일행은 태국방콕과 싱가폴을 경유해서 한밤중에 호주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유숙할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공원지역 같이 한적한 지점에 이르러 버스가 멈추었는데 빨간 신호등이 파란신호로 바뀔 때 까지 요지부동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기사의 모습이 낯설었다. 지금 같으면 당연하다 여길 것이다.

사회질서 시민 인식은 400여년의 민주시민역사를 간직한 영국과 비교가 되곤 한다. 우리가 간곳은 시드니의 정반대쪽 퍼스(Perth)라는 곳인데 차도 외에 보도는 물론 창문까지 잔디로 덮여있어 먼지가 나지 않는 관계로 와이셔츠 신발이 때가 타지 않았다.

도적이 없다는 듯 담벽을 볼 수 없고 좌우로 정렬이 잘되어 있어 홀짝번지가 분명하였다. 머무는 동안 흰 와이셔츠와 새P운동화가 깨끗해서 돌아올 때 민박집 아들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는데 아주 좋아했다. 호주는 여성우대천국이란 이야기를 한국인 이민자로부터 들었다.

담배를 피우는 남자는 안 보이고 현관 앞 깡통에 둘러서서 피우는 여성의 모습이 이상했다. 백호주의에 실패하고 이민자를 동남아에서 끌어들였다고 하는데 학습장 바로 옆 유치원에서 노는 어린이들이 인종시장을 방불케 하였다. 국적을 물으니까 아빠는 영국인 엄마는 중국인이라고 했다.

진녹색의 지중해바다 빛깔이 인상적이며 요트문화가 발달해서 크기가 곧 부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학습장까지는 정확한 코스의 버스운행번호를 기억해서 왕래했다. 귀가 길에 걸어서 시내구경이라도 해볼 가 의구심으로 왔던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걸었다.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을 가하여 조깅하는 노부부를 향해 길을 묻는 영어를 발사했다.

점잖은 신사분이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오던 그길로 온 만큼 이상으로 되짚어 가더니 부잣집 거실로 안내한 다음 케이크를 대접하고는 자기차로 민박집까지 데려다 주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시드니 항, 오페라 하우스까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 가를 연상하면서도 초면에 나를 데려다준 노부부의 친절이 아련히 떠오르곤 한다.

(2019.7.11.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