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이 궁금하다
그 시절이 궁금하다
  • 도움뉴스기자
  • 승인 2019.09.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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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현민우 아성산업개발 대표
사진 현민우 아성산업개발 대표
사진 현민우 아성산업개발 대표

 

부모님 세대나 10년 이상 선배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과거에 자신들이 자라던 시절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생활이 궁핍해 어렵게 살았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한결 같이 ‘그 때가 좋았다’라고 말을 한다.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시절인데 무엇이 그리도 그 시절을 그립게 하는 것일까. 그립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참으로 많다.

그렇게 힘들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립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나 같이 그 시절을 그립다고 말하는 것은 정(情)이 있고, 공동체문화가 살아있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가족공동체, 마을공동체, 혈족공동체 등의 문화가 생활 속에 배어있었다고 한다.

가족의 경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해 아버지와 어머니, 삼촌과 고모 등이 모두 한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대개 10명 남짓한 가족들이 한 집에서 살았다고 하니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은 상상이 잘 안 된다. 한 방에서 서너 명, 너덧 명이서 함께 잠을 잤다고 한다.

매 끼니 때마다 모든 가족이 한꺼번에 한 방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웃과는 마치 한 가족처럼 지냈다고 한다. 대문을 언제나 열려있어 이웃집에 사전 예고 없이 수시로 방문하고, 이웃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음식을 하면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필요한 가재도구는 수시로 빌려 쓰고, 일이 생기면 내 일처럼 서로 도우며 살았단다.

각 집안의 어르신 생일이면 동네사람 모두를 초대해 아침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설날이면 마을을 돌며 모든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고 덕담을 들었다고 한다. 애사나 경사가 발생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일을 치러냈다고 한다. 불과 한 세대가 지났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거의 생활과 너무도 달라졌다.

이웃공동체가 무너진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실상은 가족공동체도 무너졌으니 말이다.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세대가 거의 없고, 삼촌이나 고모 등과 함께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요즘은 형제도 없어 혼자 자라거나 기껏해야 한 두 명의 형제나 자매가 있으니 가족공동체란 말은 완전 옛말이 되었다.

명절이나 제사, 어른의 생신 등의 대소사가 있어도 한 끼 식사를 나누고 모두 돌아가기 바쁘니 정이 없이 사는 건 맞다. 과거 공동체문화 속에서 살아온 선배들과 이후 개인주의 문화 속에 살아온 세대 간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선배들은 동문회, 향우회, 종친회, 친목회 등의 모임을 참 좋아하고 열심히 참여하지만 개인주의 세대는 그런 모임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 대개의 모임은 40대 이하의 회원이 거의 없다. 신규 회원의 가입은 없고, 기존 회원들은 날로 노쇠해 가면서 모든 모임이 늙어간다. 모든 모임의 공통된 고민은 신규 회원의 가입이 없다는 점이다. 내 주변을 살펴봐도 사정은 같다.

40대 이하의 세대들은 모임을 갖는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을 살았던 선배들은 풍요롭고 넉넉한 지금의 시대를 경험했다. 확연히 다른 두 시대를 모두 경험해본 이들은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고 말을 한다.

지금이 편하고 넉넉할지언정 더 행복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과거의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불편하고, 배고프고, 부족하기만 했던 시절이 그립다니 말이다. 선배들이 말하는 정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온 세대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정서이다.

함께 나누고 돕고 살면 참으로 따듯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본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한다. 봉사를 하고나면 그렇게 마음이 뿌듯할 수가 없다.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이 참으로 편해진다.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반복적으로 참여하고 계속 새로운 봉사를 찾아나서는 것은 그만큼 그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에 참여해보지 못한 이들은 그 힘든 일을 하고 뭐가 그리 재미있고, 기분이 좋냐고 묻는다. 가난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답변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