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청소년의 진로
인공지능과 청소년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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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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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갈덕주의 문화산책]
제갈덕주 대구대 전임연구교수
사진 제갈덕주 교수
사진 제갈덕주 교수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산업 전 분야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여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이야기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아 진로 탐색을 위해 여러 가지 자료 수집을 하고 있지만, 아직 학과 선정에 필요한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상담을 신청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조금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정보·통신』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 시스템, 자연 언어의 이해, 음성 번역, 로봇 공학, 인공 시각, 문제 해결, 학습과 지식 획득, 인지 과학 따위에 응용한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한 관련 법령인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촉진법)」 제2조에서는 “‘지능형 로봇’이란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기계장치의 작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다)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뜻풀이들에서 중요한 것은 ‘지능’, ‘자율’, ‘기계’인 것 같다.

‘지능’에 대해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이라고 요약하고 있고, 「촉진법」에서는 ‘인식’, ‘판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으로는 그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쉽게 풀이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문법적으로 볼 때 ‘인공’과 ‘지능’의 합성어이다.

‘인공’이란 자연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의미이며, ‘지능’은 똑똑하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만든 것 가운데 가장 고도화된 도구는 ‘기계’이므로 결국 ‘인공’은 ‘기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인간이 만든 기계 가운데 가장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은 ‘컴퓨터’와 ‘로봇’이므로 기계는 곧 ‘컴퓨터 로봇’을 의미한다.

따라서 뜻풀이에서 ‘컴퓨터 시스템’ 내지는 ‘기계장치’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인공 영역의 주도 학문은 ‘컴퓨터공학’과 ‘로봇공학’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지능’은 ‘지능이 높다’, ‘지능이 뛰어나다’, ‘지능적인 수법’에서 보듯이 ‘똑똑함’을 나타내는 말에 쓰인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를 ‘똑똑하다’라고 평가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개 사람이 어떤 사람을 똑똑하다고 평가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공부를 무척 잘해서 문제를 잘 푸는 경우이다. 둘째는 공부는 좀 못하지만 말을 무척 잘 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기계가 인간만큼 똑똑하다고 평가받으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하나는 문제를 잘 풀어야 하고, 하나는 말을 잘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교 수업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과목이 ‘수학’이고, 그래서 수학을 잘 하면 공부를 잘한다고 한다.

또한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국어’와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지능’ 영역의 주도 학문은 ‘수학’과 ‘언어학’이라 할 수 있다. 매우 상식적인 말이지만, 이것이 인공지능의 4대 분과 학문과 관련이 있다. 인공지능은 출발할 때부터 ‘수학’으로 출발했다.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이 ‘생각하는 기계’를 도입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가장 단순한 단계의 사고 능력에 해당하는 ‘암기’와 ‘연산’을 통해 컴퓨터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모델이 기계적으로 구현되면서 컴퓨터 기술이 발달했고, 마침내 대부분의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시대가 왔다. 한편 이렇게 처리된 정보를 구현하기 위한 몸이 필요한데, 그것이 로봇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로봇의 몸은 단순히 인간을 닮은 형태만이 아니라, ‘비행기’, ‘배’,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의 기체도 포함된다. 즉, 자동차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자동차’는 넓은 의미의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계와 인간이 의소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학습해야 한다. 따라서 기계에게 인간의 언어를 학습시키기 위한 언어학적 모델이 필요하다. 따라서 언어학은 인공지능의 마지막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인공지능의 4대 학문이 성립된다. ‘수학’, ‘컴퓨터공학’, ‘로봇공학’, ‘언어학’이 그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청소년들은 가장 전면에 나서서 이러한 학문들의 매개가 되고 있는 ‘컴퓨터공학’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래밍과 코딩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또한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을 위해 컴퓨터공학을 배울 수는 없다. 오히려 앞에서 이야기한 4대 분야를 전공하면서 인공지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적절한 진로 탐색이다.

딥러닝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에 덧붙여 ‘수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딥러닝은 유아기의 뇌에서 발생하는 뉴런 세포의 전기자극 과정을 수학적 언어로 기술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딥러닝에 대해 심화학습을 하려면 ‘수학’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한편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컴퓨터에게 인간의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해서 컴퓨터의 언어로 말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 컴퓨터공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먼저 간단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이해와 실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현재 만들어진 언어를 암기하고 활용하기만 해서는 제대로 된 프로그래머로 성장하기 어렵다.

전공 학습을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측면에 대한 심화학습이 요구된다. 첫째는 현재의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지닌 언어 시스템의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언어는 문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문법의 이면에는 사용자의 심리구조가 내면화되어 있다. 영어, 한국어, 중국어에는 각각 서구인, 한국인, 중국인의 사고 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는 ‘기계’의 사고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먼저 이러한 ‘기계의 사고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언어 학습은 결국 용례 학습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된 언어 자료를 바탕으로 폭넓은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도 외국어 학습을 할 때 ‘회화’에서 출발하여 각종 텍스트를 읽으며 언어 능력을 높여가는 것처럼 ‘기계의 언어’도 학습하기 위해서는 언어 자료를 많이 읽어보고 대화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이때 ‘기계 언어’의 재료가 되는 것이 ‘소스’이다.

어떤 ‘소스 코드’는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에게 지시한 ‘명령문’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원어민을 따라하듯이 선배 프로그래머가 발화한 ‘명령문’을 읽고 이해하면서 새로운 담화문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로봇 공학에 있어서는 크게 2가지 측면이 중요하다. 하나는 동작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센서와 관련된 것이다.

초창기 로봇 공학은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 탑재를 앞두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센서 개발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센서의 경우에도 동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센서와 주변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센서로 나뉘는데, 전자는 주로 거리 문제와 관련해서 GPS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요구되며, 후자는 주로 레이더나 라이더 등의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념과 원리들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많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언어학에 있어서는 주로 ‘전산언어학’이나 ‘말뭉치언어학’이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언어 정보를 알고리즘화하고 코딩 작업하기 위해서는 ‘전산언어학’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최근에 와서는 자언언어처리 분야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데, ‘지능형 형태소 분석기’에 대한 개념과 원리 학습이 핵심이다. 한편 ‘말뭉치언어학’은 대단위 언어 자료를 빅데이터로 구축해서 분석하는 기술로서 ‘말뭉치(코퍼스)’에 대한 개념과 통계적 지식이 필요하다. 나아가 언어학과 정보학이 결합된 ‘데이터 마이닝’ 분야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이해하고 있는 것도 관련 학과 진학에 유리하다. 이 두 개념이 만나는 접점에 문법 현상으로서의 ‘태깅’이라는 과정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문자열(텍스로 된 문장)을 분석해서 해당 어휘에다가 태그(문법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자동으로 부착하는 기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법 범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요구되는데, 형태소나 품사 등에 대한 국어학적 공부를 미리 해 두는 것도 유용하다. 이상과 같이 관련 분야 세부 전공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될 때 그 내용들이 융합되어 인공지능으로 나아간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 가운데 2개 분야 정도의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대학 진학 시 자신이 자신 있는 학과로 진학해서 나머지 분야를 복수 전공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학과나 데이터사이언스 관련 학과 등이 새롭게 신설되고 있는데, 이런 학과에 가기 위해서도 미리 인접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