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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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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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젊은 사람들은 항상 뭔가를 새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평범한 말보다는 새로운 표현으로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것도 대화의 수단이 되었다. 그 중 어법에 벗어난 표현을 하는 것도 작금의 추세가 되었다.

뻔히 틀린 문장인 줄 알면서 장난삼아 하는 말이 굳어서 일반인들이 두루 쓰는 말이 되곤 한다. 오늘은 이러한 언어습관에 관해 논해 보고자 한다. 이를 일컬어 화용론(話用論)이라고 한다. 사실은 연속해서 써야 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어원을 중심으로 쓰고 있는 중이라 오늘은 간단하게 잘못 활용하는 언어구사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말은 논리를 벗어난 것이 많다.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이 다르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도 많이 한다. 구어(말하는 것)와 문어(쓰는 것)에 차이가 많아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칠 때 힘든 점이 많다. 지난 번 글에 “나 똥 싸고 올게.”라고 말은 “나 똥 누고 올게.”라고 해야 옳고 하였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배변 활동을 하는 것을 똥을 누다’라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이나 헬스장 등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하실게요.”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거의 대부분의 도우미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당히 귀에 거슬려서 몇 번은 수정해 주었지만 이제는 수정하기에 너무 힘들고 늦은 감이 있다. 젊은 판매원들은 거의 “계산하실게요.”라고 하고 있다. 골프장에 가면 “앞에 가실게요,” 혹은 “5번 아이언으로 치실게요.”등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흔히 청유형(함께 ~~하다)과 명령형( ~~하라)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예순이 넘은 사람들은 세배할 때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라고 하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면 명령형이기 때문에 기원형으로 써야 한다고 배운 까닭이다. 그러나 요즘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도 보편화 돼서 그냥 쓰는 것이다. 반면 청유형은 함께 해야 한다. “계산하실게요.”라고 하면 돈을 함께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계산하시겠습니까?”라고 하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로 “앞에 가실게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가시겠습니까?”라고 해야 한다. 상대가 해야 할 것을 왜 함께 하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어는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이 다를 때가 많다.

외국인을 가르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거의 다 “야! 일루 와.”라고 말하면서 쓸 때는 “야! 이리 와.”라고 쓴다. ‘점심’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즘심’이라고 발음한다. 서울, 경기, 충청 지역까지 ‘ㅓ’을 ‘ㅡ’에 가깝게 발음한다. 반면에 경상도 사람들은 ‘ㅡ’를 ‘ㅓ’에 가깝게 발음하고 있다. ‘먹으세요’를 거의 ‘먹어세요’처럼 발음한다. 실제로 그렇게 발음하다 보니 쓸 때도 습관적으로 그렇게 쓰는 사람도 많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헛갈리는 것 중의 하나가 연결어미의 활용이다.

한국사람은 누구나 “문 닫고 들어와.”라고 해도 문 열고 들어 와서 문을 닫는다. 외국인들은 “문 닫고 어떻게 들어가요?”라고 바로 반문한다. 놀라운 한국인이다.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가능한 일을 한국인들은 누구나 하고 있다. 문 닫고 들어가는 일. 이런 문장은 많다. “꼼짝 말고 손 들어!”라고 하면 한국인인 모두 ‘손들고 꼼짝 안 한다’.

외국인들은 “Hands up!”한 후에 “Don't move.”한다. 이런 문장은 이미 한국인이 모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화용론에서만 가능한 말이다. 이런 걸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들은 참으로 대단한 능력자다. 한국인들은 말할 때 논리보다는 필요한 행동을 먼저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만 보면 한국어어문규정을 왜 만들었냐고 강하게 투정부리는 후배가 있다.

등굣길, 장맛비 등의 표현이 바른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 쓰지 말자고 호통을 친다.(등교길=>등굣길, 장마비=>장맛비, 효과, 치과, 문과 등과 같이 표기와 발음의 구체적인 문제는 차후에 다시 논하기로 한다. 상당히 긴 설명이 필요하다.) 언어규정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공동의 규칙이다. 잘못된 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편적이지 않은 표현을 마치 낯설게하기의 한 기법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법에 맞는 표현이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