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트르뽀 | 대전 중구 대전천서로 201 tel. 042-272-5254

함께 즐겨요 봉주르 프랑스 !
큰 창고형 건물 외관으로 ‘대전프랑스문화원’이라고 쓰여진 투박한 글씨가 보인다. 그 옆에 파스텔 톤으로 옷을 입은 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6월, 이곳에서 열린 음악축제를 알리는 내용의 문구와 사진이 프린팅되어 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은은하게 공간을 비춘다. 여러 형태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테이블 아래로는 각각 다른 문양의 양탄자가 깔려 있어 멋스러움을 더한다.
2층 가정집으로 시작한 대전프랑스문화원은 규모를 키워 지난 11월 석교동에 터전을 잡았다. 전창곤 원장은 시민들이 조금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프랑스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대전프랑스문화원에 ‘앙트르뽀’라는 이름까지 덧붙이게 되었다. 앙트르뽀는 프랑스어로 ‘창고’라는 뜻으로 재탄생하기 이전 폐공장 창고였던 곳을 그대로 상기시키는 이름이다.
앙트르뽀가 위치한 석교동은 대전 외곽에 있는 동네로 중심부에 비해 비교적 문화적 혜택을 갖추지 못했다. 전창곤 원장이 대전프랑스문화원의 입지를 이곳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라도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시민 스스로가 만들어 갈 때 가치 있는 것이 문화인데,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창곤 원장의 이런 생각 때문일까. 앙트르뽀는 프랑스 문화에 관련된 서적이나 식품, 인테리어 소품들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외에도 벼룩시장이나 음악축제, 가족·친구·동호회와 같은 소규모 단체 모임을 위한 카페 대관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도 열린 문화공간이자 놀이터 겸 쉼터가 된 이곳을 적극 환영하는 상황. 대전시에서도 앙트르뽀를 중심으로 척박한 석교동에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형성될 주변 상권도 기대해볼만 하다.
20년간 프랑스에서 지낸 전창곤 사장은 자신의 취향을 그대로 앙트르뽀에 녹였다.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이 자신이 지금껏 모아 놓은 책이나 소품, 가구, 양탄자 등을 공간에 채워 넣었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것 보다는 다양한 오브제가 함께 어울려 안락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져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게 아닌, 오랫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곳이 될 수 있게 ‘편안함’을 인테리어 콘셉트로 잡았어요.”
프랑스처럼 매년 음악축제를 열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6월 21일 하짓날에 음악축제를 연다. 바로 ‘fete de la musique(페트 드 라 뮈지크)’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고 낮 시간이 긴 날 행해지는 음악축제는 어떤 장르에 구애 없이 우리가 듣고 즐길 수 있는 모든 소리의 향연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누구라도 장소의 제약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할 수 있다.
“파리는 물론이고 프랑스 전체가 공연장이 돼요. 평소 유료로 입장하는 음악회장도 이날은 무료고요. 파리 여행 때 음악축제를 경험했거든요. 그렇게 음악을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무척 행복해보였어요.”
충청지역본부 박제인 대리가 fete de la musique에 대해 설명한다. 평소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많은 박제인 대리에게 앙트르뽀는 충족의 공간이기도 하다. 대전에 프랑스문화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 줄 곳 앙트르뽀를 방문한 그는 올해 이곳에서 열린 음악축제를 기억한다.
“지난 6월 21일, 앙트르뽀에서도 음악축제를 열었어요. 프로와 아마추어가 뒤섞여 20분씩 공연을 했죠. 재즈나 클래식, 대중가요의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을 선보였는데,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 돼서 축제를 즐겼죠.”
한편, 앙트르뽀에서는 프랑스 홍차 브랜드인 ‘마리아쥬 프레르’를 판매하고 있는데,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마셔 볼 것을 권한다. 천연 과일을 통한 가향 처리로 홍차를 우려 컵에 따라낼 때 기분 좋은 향긋함을 느껴볼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똑같은 것이 하나 없다. 마치 세상에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처럼 자기들만의 개성을 가지고 이 공간을 채운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라는 기자의 말에 “서로 다른 것들을 한 곳에 놓아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끼리끼리 그렇게 어우러져 가는 것 같다”는 전창곤 원장의 이야기처럼, 앙트르뽀에서는 나이, 성별, 국적의 구분없이 누구라도 그냥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