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품은 이카루스 ‘Moonism’
‘조국’ 품은 이카루스 ‘Mo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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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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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준문 조각가/칼럼리스트
사진 장준문 조각가/칼럼니스트
사진 장준문 조각가/칼럼니스트

 

요즘 정치권에서는 시쳇말로 웃픈 코미디가 진행 중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집회의 머리 수 논쟁이 누구 말처럼 개콘 시청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우리아빠가 힘이 더 세다며 다투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곳이 여의도 민의(?)의 전당이다.

요즘 시사채널들의 히트상품은 이른 바 ‘조국대전’이다. 며칠 전 십여 명의 인명을 앗아 간 태풍도, 검찰이 모처럼 개가를 올린 화성연쇄살인사건도, 들풀처럼 번지던 일본상품 불매운동도, 적군같이 침투해오는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조국대전’ 한 방으로 잠재워 버렸다. 대한민국 정치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겨우 열린 국감마저 조국범벅으로 만들어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베콤플렉스로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분기탱천했었다. 그러나 모처럼 하나 된 대한민국을 일도양단, 반 쪽 내 버린 것도 ‘조국대전’이다. 민생에 찌든 국민들은 누구를 위한 ‘조국’인지, 티브이 화면에다 베개 짝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이게 정말 나라인가? 저 불편한 이웃이 이 꼴을 보며 “그러면 그렇지!” 라며 박장대소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머시 중헌디?” 경상도 출신인 필자와는 연고도 없는 사투리지만 현 상황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도 없을 듯하다. 저 간악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역사왜곡에 경제보복까지, 이 엄혹한 시기에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지키기에 목숨을 걸고, 모처럼 물 만난 보수야당은 총선 호재에 희희낙락이다. 온 나라가 제정신이 아니다. 청와대로부터 국회, 정치권 말단까지‥.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은 나라 일은 내팽개친 채 오매불망 총선승리와 금배지쟁탈에 올 인하는, 약육강식의 세렝게티 초원에 다름없다. 일 년 내내, 아니 임기 내내 그 들이 싸움질 외에 한 일이 무엇인가? ‘소는 누가 키우나’ 라는 유행어가 격언처럼 반추되는 지금 대한민국이다.

아둔해서인지 필자는 조국사태에 깨달음이 없다.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트럼프가 왜 북한에 목을 매는지 따위 세상이 흘러가는 대략의 이치를 안다.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공약실천을 위한 적임자로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고, 보수야당이 수신, 제가의 문제로 치국에 부적격이라며 철회를 요구한다는 정도가 필자가 아는 전부다. 그런데 ‘조국’이 조국(祖國)의 구세주나 되는 양 지키려는 그 내심을 알 길이 없다는 말이다. 몇 달 동안 나라가 뒤집어 질 지경인데도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지고한 가치라도 있다는 건지. 왜 꼭 조국이어야 하는지‥. 무언가 밝힐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난해한 북핵문제나 대일문제의 무능을 덮기 위한 책략인가? 원천적으로 음모유전자는 없는 정당이라고 한 말은 필자도 동의했다. 그러면 왜인가? 대통령은 검찰조사결과를 보겠다지만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철회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고 여당 내에 조국임명에 은밀히 불만을 표하는 의원들이 없지는 않다지만 “아니 되옵니다.” 라고 직언하는 의원 한 명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이해불가다. 공천에 목매는 사람치고 큰 정치하는 사람 보기 어렵다.

 

제1야당 원내대표는 문 정부를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이라고 비난했는데 최악의 정권인지는 몰라도 최고의 고집불통정권인 건 분명해 보인다. ‘조국’ 초기부터 ‘만약 김영삼 정권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었다. 그분이라면 이미 초장에 철회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어느 진보매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중 누가 더 고집이 셀까?’ 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유 아무개 이사장이 “단연 ‘문’이지요.” 라며 함께 낄낄거리는 장면을 보았다. 절대적 지원세력인 그들마저 내심으로는 대통령의 ‘조국 지키기’의 지나침을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조국지명 반대여론이 60퍼센트에 달한다. 태생적으로 반대하는 보수층에다 ‘무조건적’ 진영이 아닌 이성적, 합리적 판단계층이 더해진 결과다. 대체적 이유는 ‘받들어 모셔야 할 국민과도 맞장 뜨려는 그 고집’ 때문이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낙관하던 총선도 고전이 불 보듯 뻔한데도 그토록 그를 지키려는 내심을 모르겠다. ‘조국철회’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을‥. 황희정승이 그리운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다.

 

문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광화문으로 나가 격이 없는 토론을 하겠다고도 말했다. 권위를 벗어던지고 국민과 함께하려는 임기 초의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구중심처에 묻혀 현 상황을 국론분열이 아니라 한다. 굳이 밝히자면 필자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각(刻)쟁이로, 겸해 조금의 글을 쓰는 소시민이다. 임기시작부터 문 정부를 지지했고 임기 후 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기대를 놓아버렸다. 지금이라도 부디 국태민안의 본령으로 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