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주소 시
지상의 주소 시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11.1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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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진호 시인
글 한진호 시인
글 한진호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 칠레. 시인․ 수상 : 노벨문학상(1971) 대표작 : 지상의 주소 시

이 세상에 미술 작품은 얼마나 많은가. 더 이상 전시할 공간이 없을 정도다.

전시실 밖에 걸어 놓아야 한다.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큰 책, 작은 책 ...이렇게 수많은 책을 모두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다시 말해서, 대낮에 광장에서 읽는 시가 되어야 한다. 책이란 숱한 사람들의 손에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져야 한다.

그런데 시인을 위한 시집 출판은 나를 자극하거나 유혹하거나 도발하지도 못 한다. 그럴 바에는 출판사고 책이고 모두 버리고 파도나 바위와 같은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다.

시는 이미 독자와 관계가 끊어졌다. 이 관계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 인간의 가슴을 만나고, 여인의 눈을 만나고, 길거리의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또 노을 쳐다보거나 한밤중에 별을 바라보며 시 한 구절을 읊조리고 싶은 사람들을 마나야 한다.

이렇게 문득 찾아든 시는 우리 시인들이 그동안 읽고 배우느라 투여한 갖은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보람 있는 일이다.

우리 시인들은 낯선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한다. 그리하여 낯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해변에서, 낙엽 속에서 문득 시를 낭송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이 지은 시를 소중하게 낭송하게 낭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진정한 시인이며 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