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공방동네 ‘반달마을’을 아시나요?
사람이야기,공방동네 ‘반달마을’을 아시나요?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12.0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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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용주 사진 박상진

 

 유성 방향에서 바라보면 반달형의 지형으로 되어있어 ‘달처럼 생긴 들판’이라 하여 월평(月坪)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육군 32사단 등 군 시설과 논밭으로 이루어진 허허벌판이었다가 1980년대 말 둔산신도시 개발로 군부대가 철수하고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3년 엑스포가 개최되면서 월평동과 둔산동 경계에 대덕대로가 개통되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월평동은 인구밀집지역으로 발전했다. 월평 3개 행정동 중 월평1동은 면적이 가장 넓다. 아파트보다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많고 유흥가와 상업시설이 발달되어 있는 동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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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1999년 월평1동에 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사업소가 들어섰다. 과천이나 제주 등 경마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마권을 구입해 실내TV로 경마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문제는 레저 수준을 벗어나 도박으로의 경마에 빠져든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인근 환경은 사행성으로 술렁였다. 주거환경이 나빠지면서 주민들은 이사를 나가기 시작했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 경제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발매소 폐쇄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월평동 화상경마도박장 폐쇄 및 추방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지역공동체 훼손에 대한 대책을 세워나갔다. 그러던 즈음 2015년 대전시의회에서 ‘대전광역시 마권장외발매소 주변지역 지원조례’가 제정돼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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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 공방이 많은 동네, 월평동


이렇게 시작된 월평동은 ‘장외 발매소가 있는 곳’에서 ‘공방이 많은 동네’ ‘문화가 살아 숨쉬는 마을’로 수식어가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공방이 있다. 공방 주인장들은 “사업자로서 월평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월평동 주민으로서 우리 마을에서 일을 하고 마을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곳 월평동에만 대략 40~50개의 공방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월평 1동 1㎞ 이내 거리에 20개가 넘는 공방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애견용품과 패브릭, 목재, 레진 공예, 냅킨아트, 압화, 토피어리, 커피공방, 카빙(과일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공방들이 수강생 교육과 수공예 작업,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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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手’는 퀼트, 자수, 가죽공예, 비즈, 패브릭 홈패션,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7명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업공간으로, 때로는 전시 및 판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손노리터’에서는 냅킨아트, 석고방향제, 샤인아트, 캘리그라피 등의 공예작업이 이뤄진다. 또 ‘민들레목공방’에서는 천연오일링과 통원목으로 제작된 가구와 원목도마, 다양한 목재소품 등이 판매되고 있고 ‘나린가비 일교네 커피공방’에서는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들 공방을 중심으로 ‘반달마을 별별공방 프리마켓’이 열린다. 2017년 11월 첫 번째 프리마켓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4회, 그리고 올해에는 지난 11월 16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광장에서 열린 프리마켓을 끝으로 총 6회의 시장이 열렸다. 다른 프리마켓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반달 모양의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상품만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16일 올해 마지막 열린 반달마을 별별 공방 프리마켓에는 모두 18개의 공방이 참여했다. 예진다예원은 ‘홍차 한잔의 여유’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꿈꺼리 공방 부스에는 미니어처와 업사이클링, 레진아트&주얼리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달보드레 공방은 수제견과류 시리얼바와 수제 카라멜을 들고 나왔다. 내년 프리마켓의 개최 시기와 횟수는 12월에 열릴 주민회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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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과 공방, 공방과 주민 간의 거리 가까워져


펫자수·펫타피·애견옷 등 애견용품을 만드는 라보르 공방의 주인장 이은혜 씨는 “마을 내에서는 공방 홍보가 쉽지 않은데 마켓을 통해 판매도 하고 더불어 공방 홍보도 되고 있어 도움이 된다. 즉각적인 판매 수입보다는 홍보와 문화적 이미지 변신 등 잠재적인 가능성이 더 큰 결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리마켓이 활성화되면서 공방과 주민들 간의 거리도 부쩍 가까워졌다. 월평동의 공유공간인 월평둥지에서는 공방 주인장들이 돌아가며 참여하는 공예 강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다양한 분야의 수공예를 함께 만들면서 이들 모두 마을공동체라는 뜻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대전장외발매사업소 주변지역지원팀(월평마을공동체지원팀)은 이러한 월평동 주민들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 꾸려진 팀으로, 월평동 주민들과 공방들이 함께 모이고 토론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원팀의 문성남 씨는 “월평동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마을을 살펴보다가 이곳에 유독 공방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방의 활성화 및 네트워킹을 통한 마을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맞췄고 그 차원에서 별별공방 프리마켓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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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도 열고 구석구석 마을여행도 다녀요"

반달마을에서는 동별 반상회와 마을여행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동별 반상회는 한 달에 한번 월평둥지에서 열린다. 반상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마을에 걸리면 관심 있는 주민들은 하나둘 손을 잡고 월평둥지를 찾아 그동안 궁금했던 일, 건의하고 싶었던 일 등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주민들 간의 친교시간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마을여행은 마을 주민들이 안내자가 되어 월평동의 역사와 문화 등을 설명하며 월평동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대전여행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 마을여행 활동가 교육을 통해 7명의 주민 활동가들이 탄생했다. 지난 8월에 열렸던 사회혁신한마당의 마을여행 프로그램에서는 서구를 대표해 월평동 마을여행을 진행하기도 했다.


월평둥지 070-8282-8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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