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인산솟대마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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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2.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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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제공 김익열 회장

 

일경초(一莖草 : 한 줄기 풀)

한용운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 줄기 풀을 부질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부러진 풀을 슬퍼한다. 부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부지르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은 같은 이슬에 잠자코 키스도 하리라.

모진 바람과 찬서리에 꺾이는 것이야 어찌하랴마는 나로 말미암아 꺾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仁人志士 : 어진 사람과 뜻 있는 선비)와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욱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않는 한 줄기 풀도 슬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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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고향 친구 아부지 발인하는 날

시절은 또 다시 봄을 재촉하듯 봄비를 하루종일 불러오는데 아부지(我不知 :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분)는 속절없이 꿈과 함께 사랑하는 이들마저도 남겨두고 홀연히 떠나가셨다

반백의 친구는 우중에 울음 울고 우린 불콰한 술기운에 상여 메고 빌고개 기어올라 비탈진 산기슭에 흙범벅 땀범벅이 되어 봉분 하나 지어드리고 쓴소주 한잔 마시다 주책없는 봄놀이 꽃놀이 생각에 마음은 이래저래 진창길....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인산솟대마을에서 김익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