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3.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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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솔향 남상선 수필가
사진 남상선 수필가
사진 남상선 수필가

 

                   

   요즈음은 코로나19의 창궐로 온 나라가 발끈 뒤집혔다. 방송 채널 어디를 돌려도 코로나 얘기가

맥질이 되다시피 온 국민을 불안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우리 국내뿐만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는 < 코로나를 어떻게 퇴치하느냐? >에 정신이 골똘해 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선 코로나와 사투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방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현실이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고작 마스크를 구해 쓰고, 손을 깨끗이 씻으며,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라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이 마스크 구입에 혈안이 돼 있다. 대란이 아닐 수 없다.

 

 

뉴스 특보를 시청하고 있었다. 벨 소리에 폰을 들어 보니 상주 사는 큰처제한테서 온 전화였다.

새벽밥 일찍 먹고 마스크 한 장 사러 하나로 마트 앞에 줄서 있다는 거였다. 3줄 4줄 되는 줄의 길

이가 언제 마스크 한 장 살 수 있을지, 허탕치고 돌아갈지, 모른다는 거였다. 안타까운 상황이 아

닐 수 없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는 마스크 구입 대란 속에 법석을 떨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1회용 마스크 몇

장 사려고 우산 쓰고 네댓 시간을 기다리다가 허탕치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젠 마스크 5부제로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아 몇 시간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가 마스크가 동이 나면 투덜대며 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도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어 마음이 왜 이리 무거운지

모르겠다.

 

요 며칠 전이 내 생일이었다. 대천 제자의 딸 자매가 보낸 화분 하나가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있다.

10시쯤 됐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대천 사는 제자 부인이었다. 내 생일을 축하한다며

< 뭐, 조그마한 것을 하나 보냈는데 오전 중에 택배로 갈 거라.>는 얘기였다. 통화 끝나고 1시간쯤

됐을까 하는 시각에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제자가 보낸 생일 선물이었다. 6살 꼬마의 심정으

로 개봉을 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가슴 뭉클하게 하는 게 들어 있었다.

 

랜드로버 구두 한 켤레에다,

코로나 감염방지 손세정제 한 병,

아, 글쎄 게다가 웰킵스 KF94 마스크 6장!

 

마스크 6장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름 모를

간기의 액체가 주르르 낯을 적셨다.

 

근 40년 전 고등학교 때 가르친 제자가

지금까지 잊지 않고 명절이며 생일까지 다 챙기는,

그 정성과 사랑이, 따뜻한 가슴이, 나를 울리고 있었다.

 

선생님을 가르치는 제자 부부임에 틀림없었다.

마스크 구입 대란에 자기 가족 챙기기도 어려웠을 텐데,

고희 길 옛 담임까지 걱정하고 챙기는 마음이 천연기념물이었다.

 

제자 부부는 용광로 가슴으로 빙하의 얼음도 녹일 수 있고,

이 세상 그 어떤 단단한 무쇠 덩어리도, 강철도, 녹여 낼 수 있었다.

제자부부는 삼라만상 생물체를 살게 하는 또 다른 지상의 하느님, 부처님같이도 보였다.

감동, 아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건 대단한 보물이나 물질이 아니라,

소박한 정성을, 사랑을, 가식 없이 담아서 사람 냄새로 풍기면 되는 것이다.

마스크 6장이 심금을 울리는 것처럼 그렇게 진솔한 사랑을 담으면 되는 것이다.

 

나를 울린 마스크 6장

왜 이리 자랑스러운 것일까, 향이 나는 울림이 되는 것일까 !

코로나 덕분에 나는 공자 같은 스승님을 새로 모신 기쁨을 선물로 받았다.

 

전국은 누구네 집 할 거 없이 마스크 구입 대란으로 비상이 걸려 있다. 서울 사는 아들과 대전에 사

는 딸이 걱정이 되었다. 전화를 해 보니 딸애는 비축해 놓은 것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고, 아

들은 줄을 서서 구입해야 될 상황 같았다. 생각에 잠기다가 제자가 보내온 마스크 6장에 평상시 유

비무환으로 준비해 두었던 마스크 4장을 더하여 10장을 며느리한테 보냈다.

 

지금 우리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창궐하는 코로나로 생긴 민생고의 아우성을 잠재우기 어렵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 돼서 못 살겠다 아우성이고, 관광업계 유통업계는 손님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

다. 음식점이나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확진자, 사망자 수는 날로 늘어나고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 불안 공포로, 거리는 한산하고 이따금씩 나다니는 사람들은 마

스크 구입 때문에 허둥대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는 것이 두려워 공포에 떠는 사람들뿐이니 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누구 할 것 없이 살려고 각자도생하는 삶으로 사람이 사람을 못 믿고 만나는 사람까지 꺼리고 있다.

코로나가 무섭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서로 못 믿는 불신으로 인화단결이 깨지는 거다.

 

허나, 이런 현실 가운데에도 희망은 있다. 따듯한 가슴을 가진 이들의 손길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

다. 절망 속에 떨고 있는 대구 경북 시민에게 온혈 가슴의 손길이 그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재앙을 당한 주민에게 1천만 원씩이나 받던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주인도 있었다. 각계각처에서 보

내는 성금과 구호물자는 봇물을 이루고 있었다. 삼성을 비롯한 각 재단에서도 성금으로 쓰라고 거

액을 투척하였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내 이웃을, 내 주변을, 내 동포를, 살리려는 사랑의 손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따뜻한 가슴이, 훈훈한 인간미가, 훈장감이 아닐 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현실을 얘기하다 보니 다윗왕의 반지에 새긴,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가

떠올랐다.

 

도처에서 코로나 점염 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여!

< 기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가지라.>는 내용의 글귀 - 지혜의 왕 솔로몬

의 머리에서 나온 글귀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로 힘과 용기를 낼 지어다

 

< 나를 울린 마스크 6장 >을 보낸 따듯한 가슴의 사랑, 난민을 위한 시민들의 성금과 사랑의 손

길을 천군만마로 삼아 창궐하는 코로나를 박멸할 지어다.

 

우리의 따뜻한 가슴이, 불붙는 사랑의 손길이

인화 단결의 마중물이 되게 할 지어다.

불쏘시개가 되게 할 지어다.

우리는 해 낼 수 있다.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