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학교폭력을 알아
니들이 학교폭력을 알아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3.27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필자는 14년 간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청량고등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학생부 상벌계와 교외지도계를 주로 담당하였고, 그 후 학생부 딱지가 붙어서 어느 학교에 가도 학생부에만 배속되었다.

추운 겨울 새벽에 출근해서 정문지도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가끔 나가는 교외지도 또한 쉽지 않은 업무 중 하나였다.

폭력배와 업자들의 무시는 말할 것도 없고, 본드 흡입하고 흐느적거리는 학생을 다루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지난 1월 15일에 교육부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너무나 현실에서 벗어난 것들이 많아 과연 실현가능한가 걱정이 앞선다.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그 내용을 보면 “단위학교에서 교과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예방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생활동지 등의 형태로 개발한 예방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한다.”고 하였고, “학교장 자체해결 활성화, 피해학생 동의를 전제로 한 ‘관계회복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을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역할을 강화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가해학생 특별교육’프로그램을 보완하고 특별교육기관의 질 관리를 강화하여 재발방지의 효과를 높인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학교폭력에는 엄정하게 대처하여 학생 한 명 한 명을 학교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가해학생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토대로 한 관계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문화를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문제를 학교장에게 넘기겠다는 의지가 보이고, 학교폭력은 가해학생의 사과와 반성을 토대로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물론 중대 범죄행위는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으나 그 외의 사안은 가능하면 사과와 반성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학교의 일진들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할 것인지 의문이 간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일반적인 충동에 의한 폭행의 경우라면 악수하고 끝낼 수 있으나, 요즘의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이미 범죄화되어 있다. 일진이 있고, 이들은 주변의 폭력배와도 결탁되어 있으며, 학교 간 세력 다툼과 세력 확장을 위한 조직적인 패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학교의 불량써클(당시에는 동아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을 보면 주변의 조폭들도 무서워하는 조직이 있었다. 또한 사안이 발생하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가능하면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 전에 한 학부형의 편지가 와서 동의를 구하고 여기에 일부 인용해 본다.(원문을 그대로 살리다 보니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음) 학교내에서도 학부모간에 즉 학생들간에 사회지위적 체계나 상회통념이 말하는 빈부의격차에 따라 선생님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릅니다. 제가 제 신분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고 있었는데 제 딸같은 경우가 거기에 해당되었고요.

나중에 교장찾아가서 명함주며 조목조목 따져물으니 그때서야 담임교사 불러서 혼내키더군요. 담임교사들이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으로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중략 -

차라리 청소년과 관련된 특별사법기구를 만들어 내부 운영규칙에 따라 사회봉사든 교육이든 사법조치를 시키던 하는 절차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교육부가 주장하는 학교폭력 완화 정책은 화해로 이끄는 문화개선이 아니라 학교폭력 방관과 방조로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충청도 학교폭력 1위인 ****고등학교 졸업해봐서 잘 알아요. 부모없는 학생, 부모없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크는 학생, 집에 돈이 없는 학생, 부모가 사회적 권력이 없는 학생은 졸업하는 날까지 왕따와 빵셔틀로 인권 보장이 어렵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재학시절 반장을 맞았는데 장애인 친구, 힘없는 친구, 여학생들 괴롭히는 1진들과 틀어져서 심하게 싸운적이 있는데 1:1로 안되니 나중에는 공*시 모든 고등학교 1진들 모아서 떼거지로 찾아온적이 있었도, 어느때는 하교길에 뒤에서 쇠파이프로 맞아본적도 있습니다.

이게 학교폭력의 현실이에요. 이 글을 읽다 보면 공연히 화가 치민다. 교육부에서는 학교폭력이 학교장의 중재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이 추상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폭력을 당하고 다시 학부형이 되어 자녀의 학교폭력을 경험한 농부는 학교의 해결책을 믿지 않는다. 그나마 이 학부형은 나름대로 인터넷 신문기자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의 사건에서 사과를 받았지만, 만약 그가 일반 농부였다면 가해자의 입장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학교폭력으로부터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들의 인권의 기본이 보장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현실이지 단순이 화해시키는 문화로 개선하겠다는 것은 학교폭력의 실상을 전혀 모르는 제도다.(물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지만 경험에 의하면 일진은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 인면수심도 많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단순한 싸움으로 보지 말고 진정으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여 일벌백계, 발본색원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다툼은 어느 세대나 있는 것이지만 갈수록 흉포하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청소년들의 인권과 생명위협에 관한 것은 청소년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기본권을 ‘대처방안’이라는 명분 아래 현실과 동떨어진 문화개선이라는 두루뭉수리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철회하고 더욱 현실적인 대처방안을 수렴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