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의 예술잔치 '자연의 사계(四季)
시나브로의 예술잔치 '자연의 사계(四季)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6.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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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복 극작가

대전중구문화원에서 한순례 회장이 이끄는 '시나브로' 회원들 68명이 참여하는 작가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다. 시나브로 창립작가전(당시 회장 김정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제9회째 이어오고 있다 한다.

68명의 작가전에는 간혹 서예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서양화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한국화도 가끔 눈에 띄었다.

대체로 한국화는 주로 먹을 사용하며 화선지 비단에 산수, 사군자 등을 그리는데 반하여,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에는 미술작품에 영원성을 담으려 한 작품도 있었고,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사실적인 표현을 한 메소포타미아 미술의 특징을 화폭에 담으려 한 작가도 있었으며, 낭만주의 사실주의 등 다양한 작자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고대와 현대를 아우를 수 있는 미술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곳을 세 차례나 방문했다. 마침 이날은 김정수 전 회장의 안내를 받아 갔었는데, 라영태 미술협회 이사장과 한순례 회장, 서정목 교수, 파란하이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전은경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작품 감상에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참여한 68명 작가가 그린 작품을 모두 소개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다음 기회가 또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아쉬운 마음을 접도록 하겠다.

우선 김정수 전 회장의 작품인 '조하(肇夏) 몽중골산(夢中?山)'.

제목부터 흥미롭고 호기심이 갔다.'여름이 시작되는 꿈속에 보이는 어지러운 산'이란 뜻으로 붓을 잡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산 같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성낸 독수리가 지구를 품안에 품은 듯 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하도 어수선하고 방향 감각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조류계의 제왕인 독수리에게 맘대로 하라고 세상을 맡겼거나, 아니면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을 품어 새로운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려고 이렇게 표현 했으리라.

보라, 김정수 화백의 강직하고 올곧은 성격과 지금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김정수
김정수 전 회장의 '조하(肇夏) 몽중골산(夢中?山)

 

다음으로 김창유 화백의 '꽃향기에 노래를 싣고 Ⅴ'

김 화백은 꽃 그림 아래에 트럼펫을 그렸다. 화가이면서 동시에 트럼펫 연주가임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그만큼 예능에 다재다능하다. 그는 불러보고 싶은 노래를 그것도 아름다운 꽃에 싸여 향기에 취해 불러보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가 물려준 내 목소리(고유)도 좋고, 내가 좋아는 악기로 연주해 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평소에 좋아하는 선율들을 평소에 즐기던 악기로 불러(연주)본다. 슬픈 전설은 품고 있지만, 꽃말이 명예, 영광, 기다림이라는 능소화 넝쿨 의 쏟아지는 듯 나부끼는 춤 속에, 금관악기 중 비교적 역사가 깊고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고 강렬한 음색의 트럼펫 연주를 대비 시켰다. 애틋하고 슬픈 전설을 암청의 어두운 배경으로 깔고, 적황색의 싱그런 능소화 넝쿨 아래로 꽤 오랜 세월의 때가 밴 나팔을 불러들였다. 그 내뿜는 곡조는 마치 꽃향에 취해 나비가 따라오는 듯 하다.

강렬함과 부드러운 선율은 곱디고운 능소화 꽃색과 한 덩어리가 되어 마블링처럼 흐른다. 그 향기와 그 선율의 진동 속에 꽃잎이 한 잎 두 잎 조용히 내려앉는다. 어둠과 밝음, 아픔과 환희, 상과 하의 2분법적 배치는 곡조 따라 춤추는 듯한 꽃 색을 악기주변에 율동적으로 차용함으로 통일감과 조화를 이끄는 듯 하다.

즘 안팎이 코로나 19 역병으로 어둡고 힘든때 마음에 위로 받고 용기도 북돋으며 밝게 헤쳐 나가는데 작게라도 도움이 되는 작품인 것이다.
 
김창유
김창유 화백의 '꽃향기에 노래를 싣고Ⅴ'
다음으로 송인선 화백의 '생명의 기호'로 넘어가자.

송 화백은 화백들이 즐겨 주제로 삼는 생명의 DNA를 주제로 삼아 화폭에 담았으리라. 생명의 기호는 동식물을 막론하고 시초는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생명의 신비'라는 말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이 세상에서 생을 받은 모든 생명체는 엄청난 종류와 숫자의 생명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송 화백은 화려한 색감의 물감을 이용해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했는데, 특히 나무를 중심으로 어린 생명이 매달려 기어오르고, 달 속이거나 글자 속에서도 생명이 태어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이처럼 모든 사물을 생명의 대명사로 보고 이를 통해 생명의 시원을 표현했던 것이다.

기호란 무엇인가? 기호란 어떠한 뜻을 나타내거나 사물을 지시하기 위해 쓰이는 부호나 그림을 뜻한다. 참으로 그림에서 받는 충격이 남다르게 컸던 것이기에 송 화백은 생명체의 탄생이 신비로웠기 때문에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송인선
송인선 화백의 '생명의 기호'
다음으로 이연옥 화백의 '봄'

그는 활짝 핀 벚꽃을 그려 놓고 주제를 '봄'이라 하였다. 봄이 좋아 벚꽃을 그렸는지, 봄에 피는 벚꽃이 좋아 주제로 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화백의 그림은 19C말 인상주의 작가들이 표현한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과거 인상주의 작가들은 빛의 변화에 따른 순간적인 형태의 색의 변화를 포착하여 그림을 그렸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광선은 빠른 필치와 붓놀림을 요구하고 빠레뜨에서 색을 섞기 보다는 직접 화폭에서 시각적인 착시효과를 노리며 순색을 이용한 필촉 분할법을 사용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었다. 태양광선의 미묘한 조화를 좇기 위해 이들은 야외에서 주로 그림을 그렸으며 튜브형 물감과 접히는 이젤의 발명은 그들의 야외작업을 가능케 해주었다. 안 그런가 말해보라, 이연옥 화백이여!
 
이연옥
이연옥 화백의 '봄'
다음으로 시선이 한순례 회장의 '관인후덕(寬仁厚德)'으로 옮겨졌다.

관인후덕이란 '어질고 너그럽고 덕망(德望)이 두터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 돌아가는 꼴을 보고 그런 '관인후덕(寬仁厚德)'한 정치인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쓴 말일 것이다. 한 회장은 '관인후덕'이란 한자를 행서체로 썼다. 그래서 읽기도 쉬웠고 글자 자체도 아름다웠다.

대중(大衆)의 마음은 덕 있는 사람을 따르고, 하늘의 뜻은 사사로움이 없는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하였다. 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을 비판하고 판단하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힘들 때 포기하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힘들 때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 할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관인 후덕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안 그렇습니까? 한순례 회장님.
 
회장님
한순례 회장의 '관인후덕(寬仁厚德)'
다음으로 시선이 옮겨진 곳은 이덕주 화백의 '소나무' 라는 그림이다.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어귀에 군자처럼 버티고 선 소나무 다섯 그루. 한국화의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서양화의 기법을 사용했다. 한적한 마을이기에 여백의 미를 살린 한국화로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적송으로 소재를 선택하여 서양화의 특징을 잘 표현했다.

한국화는 주로 직관적이며 덧바르지 않고 한 번의 터치로 그리는 데 반해 서양화는 논리적이며 화면에 덧바르거나 깎는 식으로 층을 구성하는데 이덕주 화백은 다섯 그루의 적송을 그리기 위해 여러 차례 덧바르기를 시도하였으리라. 또한 자연미를 대상으로 하는 사실주의 작가들은 대부분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치하는 목가적인 풍경을 그리는데 이덕주 화백도 그러했으리라.

"이덕주 화백님, 인생살이 세상풍파에 오래 시달리다 보니 반 문명, 반 합리적인 다다이즘 (DADAISM)그림 보다는 목가적인 풍경이 더 나았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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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주 화백의 '소나무'
세상에 딱 들어맞는 것은 열쇠와 자물쇠밖에 없다고 한다.

제가 훌륭하신 작가님들의 작품을 이렇게 제 관점으로 표현 한 것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어찌 딱 들어맞게 표현 할 수가 있나요?

좀 아쉬움이 있다면 예리한 표범의 눈초리에 방점을 찍어 표현한 전은경 작가가 끝내 대담을 사양한 점이고, '설렘'을 주제로 하여 두 화분을 그린 양이숙 작가와는 전화 연결이 안 되어 여기에 게재하지 못한 점이다.

두고 봅시다. 아직도 세월이 많이 남았고, 전시회도 계속 열릴 것이니.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