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와 포크커틀릿
돈가스와 포크커틀릿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6.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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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지난 주에 이어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외국어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독자들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전시학습 상기를 해보면 미싱은 머신(sewing machine)에서 유래된 것이며 마징가 제트는 ‘machiner z'에서 유래한 것임을 밝혔다. 일본인들은 받침 발음하는데 한계가 있고, 그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차용한 우리나라의 외래어는 국적 없는 단어를 양산해 왔다고 했다. 오늘도 이어서 이상하게 변해서 우리말이 된 ‘돈가스’ 이야기나 해 보련다.

일본에서는 “7세기 무렵(天武天皇 631~ 686)부터 불교의 영향을 받은 국왕이 고기(네 발 달린 짐승의 고기)를 먹지 말라며 도축금지령을 내린 이래 약 1200년 동안 공개적으로 고기를 먹지 못하였다. 그러다 유신을 단행한 메이지(明治) 국왕이 키가 작은 일본인의 체격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으로 육식 금지령을 해제하고 국민에게 육식을 장려하면서 스스로도 솔선수범해 고기를 먹었다.”(<위키백과> 재인용)고 하였다. 불교국가였던 나라에서 돼지고기를 먹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채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육식으로 바꾸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에 채식주의자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육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고문과 같다. 채식 뷔페에 가도 콩으로 만든 고기(밀고기)를 먹는다. 필자도 먹어 보았는데, 맛은 일반 고기와 별로 차이가 없었다. 일본인들은 육식을 하지 않아서 키가 작다고 생각했고,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체격을 키워보자고 육식을 단행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서 잘게 썬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요리를 대중화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으로 돼지고기를 상업화 한 인물은 도쿄 우에노(上野)에 있는 ‘폰치켄’이라는 양식당이었다. 궁내성 조리사로 퇴직한 시마다 신지로라는 사람이 운영한 이 식당에서 처음으로 1929년 양식에 일식을 결합해 절충식 요리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돈가스’다(정진한, 신문속의 언어지식, 115쪽). 여기서 우리는 일본식 영어 표기의 우스운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왜냐하면 원래의 이름은 ‘pork cutlet'이다. 우리말로 읽으면 ‘포크 커틀렛’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독자들도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일본인들은 받침의 발음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포그 카트레트’라고 발음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 ‘pork'는 '돼지’니까 ‘돈’으로 바꾸고, ‘카트레트’는 일본식발음인 ‘가쓰레쓰’로 되어 한국에 와서 ‘돈가스’가 된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영어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쇠고기는 ‘우가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을 영어식 그래도 ‘비후 스테이크’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언어는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사실 우리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한 때 ‘비후 가스’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아마도 70년 대 학번은 ‘비후 가스’라는 단어를 기억할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고 먹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일본어와 영어가 객지에 나와서 고생하는 말들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돈카쓰’라고 해야 제대로(?) 된 발음일 텐데, 우리나라의 식단표를 보면 ‘돈카쓰’, ‘돈카스’, ‘돈가스’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마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돈가스’일 것이다. 이것은 돈가스가 아직은 우리말 표준어에 등재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말로 어떻게 순화해야 할 것인가? 국립국어원의 사전에 의하면 영어로는 ‘포크 커틀릿’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돼지고기 너비튀김 밥’, 혹은 ‘돼지고기 튀김’으로 순화해서 부를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필자도 ‘치즈돈가스’를 가끔 먹기는 하지만 그것을 ‘치즈 돼지고기 너비튀김 밥’이라고 하면 누가 알아들을 것인지 궁금하다. 짬뽕이 표준어가 아니듯이 돈가스도 표준어에 등재된 말이 아닌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거의 대중음식의 전형이 된 돈가스를 어찌해야 할까? 중국음식의 대표는 짬뽕, 서양음식의 대표는 돈가스로 대중화되었는데, 우리의 언어는 아직도 메이지유신시대 이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날이 더우니 보신탕(補身湯, 영양탕, 사철탕?)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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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영양탕#포크#한국어#중국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