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길을 잃다
대통령 길을 잃다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6.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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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주호영 원내대표 / 페이스북
사진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 주호영 원내대표

 

 6.25 70주년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계속 마음에 맴돕니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 흠 잡을 데 없는 100점짜리 표현으로 보입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도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년간 김정은과 김여정 등 북한 당국을 접촉하면서, 이런 식으로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잘못된 신호를 주어서 김정은이 길을 잃게 한 것은 아닌가, 우려합니다.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을 굳이 자극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인 김대중은 ‘통일 한국의 정치체제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그건 통일을 이뤄낸 남과 북의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얼버무렸습니다.

1992년 대선에 패배하고 영국에서 머물다 돌아온 정치인 김대중의 대답은 달라졌습니다. 그의 사상에 대한 수많은 의혹제기는 이 대답으로 모두 수그러들었습니다.

“통일 한국의 정치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축으로 해야 한다. 현실 사회주의가 모두 실패했다. 다른 선택이 뭐가 있나? 북한 역시 이 길로 가야 한다. 개혁 개방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1997년,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미결 과제 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핵을 가지고 있으면 쌀이 나오느냐, 비료가 나오느냐. 반드시 포기한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면 내가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쌀과 비료, 인민생활을 위해 핵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빗나갔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고모부와 형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독재정치와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동묘지의 평화’가 아닙니다.

전쟁이 두려워서, 핵무기를 앞세운 협박이 무서워서, ‘함께 잘 살자’고 애원하는 게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체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세계사의 보편적 흐름입니다.

김정은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타야만 인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을 거슬러가는한 ‘수용소 군도’는 계속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 점을 강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유엔의 대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에서 계속 발을 빼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닙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통일의 임무를 부여했고, 그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기반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의 안보팀에게서 보이지 않는 것은 ‘통일의 방향성’입니다. 이 사람들은 김정은에게 어디로 가야한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핵포기하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적이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대놓고 하느냐, 뒤에서 만나면 다 한다’ 그게 그렇게 얘기해서 될 일입니까? 그렇게 하니 김정은 김여정이 공개적으로 대놓고 ‘죄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아닐까요?

북한의 무력 남침으로 수백만이 희생된 그날, 대통령의 표현은 이렇게 바뀌었어야 합니다.

“남북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북한은 세계사의 흐름에 함께 해야 한다. 그게 북한 인민을 위한 선택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에 동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