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 김석회/ 전 가톨릭대학교 부총장)
주례사 ( 김석회/ 전 가톨릭대학교 부총장)
  • 도움뉴스
  • 승인 2020.06.2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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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은 교수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바 있고, 또 여기저기에서 연수강의를 많이 해온 덕에 제자들이나 지인들로 부터 결혼식 주례를 부탁 받아 그간 숱한 주례를 서온바 있다. 오늘 주례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는 것은 그 옛날 주례를 서 주었던 제자로부터 안부의 전화가 전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항상 내가 그간 주례로 서 준 신랑 신부들이 잘 살아갈 수 있기를 간곡히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간 많은 주례를 서 오면서 나는 각각 다른 내용의 주례사로 주례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새로 주례를 선 다는 기분으로 주례사를 피력해 보기로 한다. 말하자면 가상의 주례사를!

오늘 이 화창하고 쾌청한 날씨에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신부와 그 가족에게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많이 왕림해 주신 내빈 여러분께도 양가를 대신해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같이 성대한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게 된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 합니다.

신랑과 신부는 3년간의 교제 끝에 오늘 이 자리에 신랑 신부로서 마주서게 되었다고 합니다.두 사람은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고 또 선택 받아서 이 성스러운 자리를 갖게 되었으므로, 앞으로 두 사람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결혼생활에 임해줄 것을 주문코져 합니다.

오늘 두 사람이 이 자리에 같이 선 것은 두 사람이 지극히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따라서 사랑은 결혼의 모든 것이고, 결혼 또한 사랑이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두 사람은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그런데 결혼에서 그같이 중요한 사랑의 본질에 관해서는 논자에 따라서 그 의미가 각양각색 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사랑의 본질을 각자가 상대를 위해서 자기희생'self sacrificing'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결혼생활의 과정에서 서로가 먼저 자기희생을 할 수 있을려면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은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는, 두 사람이 상대를 이해하고 인내하면서 서로 양보하는 부부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영어 단어에 이해'understand'란 말이 있는데,그것은 원래 'under'란 단어와 'stand'란 단어의 합성어 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스스로가 늘 아래에 서려고 노력하고 또 양보 하면서 살아줄 수 있기를 기대 합니다. 그리고 항상 말로나 행동으로 상대를 위해서 인내하는 부부가 될 수 있기를 당부합니다.

둘째는, 부부가 늘 관심과 배려로써 살아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도 되겠지만, 무관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상대에 대해서 무관심 하게 될 때 그것은 곧 사랑이 식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부간의 관계에서 배려라는 단어보다 소중한 단어는 없습니다. 늘 배려하는 부부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셋째는,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부부가 되어줄 것을 부탁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고 또 과오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가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상대를 괴롭힌다거나 비난하기 보다는 늘 잘못을 아량으로 덮어주고 또 용서와 화해로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 그런데 상술한 모든 일들은 실제로 실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들이겠지만, 사랑이라는 단어에 충실할 경우 이 모든 것은 원만히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오늘의 이 결혼식이 이토록 행복한데, 이 같은 행복을 평생 누릴 수 있으려면 두 사람은 결혼생활을 하는 과정 과정에서 늘 충실해야 합니다. 그것은 독일 속담에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는 격언이 있기에, 좋은 끝마무리를 위해서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하겠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오늘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끝마무리를 생각하는 결혼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나의 고등학교 동창중에 김용복 세종일보 논설실장이 있는데, 그 친구야말로 인생의 끝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모범 남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친구가 수년간 치매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서 살신성인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다음이나 네이버, 구글에 ‘오성자’를 검색해보면 어디서나 사진과 함께 나옵니다. 저도 그것을 보면서 가슴 찡하는 울림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부부의 참된 사랑과 그에 따른 결혼생활의 아름다운 종말에 대하여 진지한 생각을 해보면서 주례사를 대신코져 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례 김석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