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상태의 물은 차단하고, 기체 상태의 수증기는 통과하는 성질로 새로운 구조
방사성 수소 동위원소 (삼중수소) 오염수 처리와 같은 환경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중수소를 원료로 하는 핵융합 연료 주기 기술 개발이나 반도체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이용될 것으로 기대

(대전=도움뉴스) 김경숙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가 2023년부터 해양에 방류되면서 중수로 원전 운영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삼중수소는 주로 물 분자에 포함돼 존재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와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삼중수소 제거 설비가 필요한데, 한국 연구진이 촉매를 이용해 획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 박찬우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전 폐수에 함유된 삼중수소 제거 공정을 위한 새로운 구조의 이중기능* 소수성 촉매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의 촉매는 특정 반응 조건에서 최대 76.3%의 반응 효율을 보였으며, 특히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수백 ppm 수준의 저농도 동위원소에 대한 촉매의 작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중기능: 액체 상태의 물은 차단하고 기체 상태의 수증기는 통과하는 성질을 말함
현재 삼중수소 제거에는 주로 액상 촉매 교환(Liquid-phase catalytic exchange) 공정이 이용되며 해당 공정 중 수소-물 동위원소 교환 반응이 일어난다. 촉매에 주로 이용되는 백금은 반응성이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물에 의해 반응 자리가 쉽게 비활성화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적은 양의 백금을 고르게 분산하고, 물을 밀어내는 성질인 소수성 물질을 도입해 수분에 의한 촉매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동연 교수 연구팀은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와 다공성 고분자의 복합체 형태의 새로운 구조의 삼중수소 제거 촉매를 개발했다. 평균 약 2.5나노미터(nm) 지름의 백금 입자를 금속-유기 골격체에 고르게 분포시키고, 이후 화학적인 변형을 통해 소수성을 부여하는 구조다. 분자 수준에서 소수성을 조절해 촉매가 물에 의해 활성을 잃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동시에 반응에 필요한 양의 물 분자는 촉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기존 촉매 연구에서 구현하지 못한 원전 운전조건과 비슷한 매우 낮은 농도의 동위원소 함량에서도 삼중수소 제거 반응에 탁월한 활성을 나타냈다. 또한 4주 연속 가동 시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유지해 내구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현장 난반사 적외선 분광법(in-situ DRIFTS, in-situ Diffuse Reflection Infrared Fourier Transform Spectroscopy)* 분석을 통해 아주 작은 분자 수준에서의 물 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해당 촉매가 수분에 의한 촉매 비활성화를 억제하면서도 물 분자가 촉매 활성 자리에 지속적으로 접근해 반응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현장 난반사 적외선 분광법: 실시간으로 빛이 물질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그 물질의 성분 변화를 알아내는 기술을 말함
이번 연구는 비교적 간단한 금속-유기 골격체 소재의 소수성 조절을 통해 촉매 비활성화의 주요 원인인 수분 저항성을 높이고, 삼중수소 제거 반응에 이용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의 촉매를 제안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KAIST 고동연 교수는 “삼중수소 폐액 처리뿐 아니라 반도체에 사용되는 중수소 원료 생산과 핵융합 연료 주기 기술 등 다양한 기술에 필수적인 수소 동위원소 분리 핵심 소재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해당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허희령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앤 인바이런멘탈 머티리얼스 (Energy & Environmental Materials)’에 7월 31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 Bifunctionally hydrophobic MOF-supported platinum catalyst for the removal of ultralow concentration hydrogen isotope)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원전해체 안정성강화 융복합 핵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붙임 : 연구개요, 그림 설명,
□ 연구개요
1. 연구 배경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전력이 여전히 석탄,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되어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등에 의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로서 대두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원전 가동 시 방출되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전통적인 수소 동위원소 분리 방법인 증류법(distillation)은 동위원소 분리 계수(separation factor)가 매우 낮아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에, 화학적 교환법 (chemical exchange) 중 하나인 물 내 수소 원자를 수소 기체와 교환해 분리하는 수소-물 동위원소 교환 (hydrogen-water isotope exchange) 반응이 더 널리 이용된다.
그러나 이 반응은 촉매 비활성화를 억제하면서도 물분자가 반응물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과량의 수분 접촉을 차단하고 물분자의 출입이 원활하도록 제어하는 정밀한 소수성 촉매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중기능 소수성을 가지는 새로운 촉매 구조를 제안하고, 거시적 수준과 분자적 수준에서 이중기능성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또한, 제안하는 구조의 촉매는 삼중수소 폐액 처리뿐만 아니라 나아가 반도체 및 핵융합 기술 등 수소 동위원소를 핵심 원료로 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2. 연구 내용
본 연구에서는 이중기능 소수성 촉매로서 백금을 크로뮴 기반의 금속-유기 골격체인 MIL-101(Cr)에 고르게 담지하고, 긴 알킬 사슬(도데실아민)로 후합성 변형하여 고분자(폴리(불화비닐리덴), PVDF)와의 복합체 형태의 새로운 구조의 촉매를 개발하였다. 개발된 촉매는 수증기 흡착 등온선 분석 및 접촉각 측정 등을 통해 물 흡착 감소와 향상된 방수성을 나타냈다. 초저농도 다상 수소-물 치환반응에서 소수성 변형 전과 비교했을 때 온도 범위 40-80℃, 액상-기상 유량비 범위 0.5-2.0에 이르는 모든 측정 조건에 대해 향상된 컬럼 효율(column efficiency)을 보였으며, 특히 4주간의 연속적인 장기간 가동 중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촉매 활성도를 유지하며 내구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in-situ DRIFTS (Diffuse Reflection Infrared Fourier Transform Spectroscopy, 난반사 적외선 푸리에 변환 분광법) 분석을 통해 분자의 동역학적 거동을 연구한 결과, 해당 촉매가 뛰어난 방수성을 가짐과 동시에 반응 시 필요한 물 분자의 활성 자리로의 흡착은 억제하지 않아 반응성은 유지되도록 함을 입증하였다. 추가적으로, 촉매의 방사선 저항성을 평가하여 방사선 노출 후에도 구조적 완전성과 화학적 안정성을 유지함으로서 삼중수소 제거 시 활용에 적합함을 입증하였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는 새롭게 제안하는 구조의 이중기능 소수성 촉매가 수소 동위원소 분리에 있어 효율적임을 보여주며, 삼중수소 제거 및 반도체 제조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 공정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3. 기대 효과
개발한 촉매가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수소 동위원소 분리를 위한 액상촉매교환(Liquid-phase catalytic exchange, LPCE) 공정은 전통적인 물 증류법에 비해 동위원소 분리 계수가 크고, 저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소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물에 의한 촉매 비활성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높은 반응성과 동시에 내구성을 가지는 이 촉매는 삼중수소 제거 공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이 연구의 결과는 향후 삼중수소 폐액 처리와 같은 환경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다른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를 핵심 원료로 하는 핵융합 기술 개발이나 반도체 산업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