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을 바꾼 공유공간의 힘
우리마을을 바꾼 공유공간의 힘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10.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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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용주 사진 박상진

 

마을에 함께 사는 이웃들이 모여 함께 밥을 짓고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야채들로 반찬을 만들어 함께 식사를 나눈다. 학교가 끝난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집이나 학원 대신 동네친구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함께 숙제를 하고 요리를 배우기도 하며 동네를 돌며 이웃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대전시는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자 2019 시민공유공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시는 지난 3월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통해 사업을 공모해 서류심사 및 ppt 발표 등 대면심사를 거쳐 최종 10개 동의 공동체를 선정했다. 선정된 공동체에게는 시설조성비와 사업운영비 등으로 최대 6,000만 원까지 지원됐다. 선정된 공동체들은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각자의 공간 특성에 맞는 집기구입과 운영방안 및 운영규칙 마련 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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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네 부엌이니까 누구라도 같이 밥먹어요

내동 ‘내동네부엌’

지난 4월 서구 내동의 주택가 골목길, 카페처럼 예쁘게 개조된 주택 대문에 ‘내동네부엌’이라는 자그마한 현판이 걸렸다. 대문 앞에 자리한 텃밭에는 싱싱한 야채들이 자라고 있고 널찍한 테라스에는 여러 명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2층 주택의 2층에는 강의실과 회의실이 들어섰고 1층은 모두 주방으로 꾸며졌다. 5개의 인덕션에 가스레인지까지 갖춰져 있어 30명이 동시에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사회적협동조합 ‘숲엔생태놀이연구소’가 ‘대전에서 유일하게 텃밭이 있는 공유주방’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마련한 공유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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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네부엌에서는 동네 이웃들과 함께 밭작물을 가꾸고 제철 작물을 수확해 함께 밥을 지어먹는 ‘밭꽃 밥꽃’, 중장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퇴직 후 눈치 보면서 밥 먹지 말자’라는 확실한 목표 아래 남성들의 먹거리 자립을 돕는 ‘삼식이, 눈치는 이제 그만’, 외국인 이주여성의 요리를 배워보거나 어르신과 젊은 세대들이 함께 요리해보는, 다양한 세대가 융합하는 ‘세대융합으로 힐링’ 등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동네에 혼자 살고 있는 취약계층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함께 밥을 먹고 반찬을 나눠갈 수 있는 어르신 1인 가구 반찬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내동네부엌 밴드를 통해 신청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지낸 지 13년 남짓 되었다는 임장식 씨(60)는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내 자신이 처량한 생각이 들어 참담한 심정이었다. 내 동네부엌이 생긴 이후 함께 어울리니 우울한 기분도 떨칠 수 있다. 진정한 이웃이 생긴 것 같다”며 반겼다.
숲엔생태놀이연구소 이성숙 대표는 “처음엔 먹는 행위로 출발하지만, 함께 좋은 작물을 가꾸고 왜 무엇을 먹는가가 중요한지, 자연생태계의 보존 유지가 왜 꼭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꾸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김장김치를 대비해 무와 배추, 쪽파, 갓, 알타리무 등을 심고 주민들과 함께 김장을 담가 나눠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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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걸 상상하든 그 이상이 실현되는 꿈의 공간

태평동 ‘상상마을’

지난 7월 20일 개소식을 시작으로 문을 연 태평동 ‘상상마을’은 육아꾸러미지원 네트워크와 태평전통시장 상인회(회장 이용수),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 등 마을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주민들과 힘을 모아 조성한 곳이다. 주민들 누구나 편안하게 들러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쉼터이자, 아이들의 공부방, 때로는 놀이방이며 이웃들과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주방이기도 하다. 초등학생들은 평일 학교가 끝나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간식을 먹은 후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프로젝트 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에 참가한다. 프로젝트 수업은 아이들과 요리를 하거나, 동네를 함께 다니며 이웃들의 직업에 대해 알아보며 마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등 주민들이 조금씩 손을 보태 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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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음식을 배워보는 ‘태평인의 반찬’도 계획되어 있다. 특별한 음식이 아니어도, 김치나 반찬 등 우리집만의 레시피를 공개해 이웃들과 함께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며 오순도순 한 끼를 먹으며 이웃 간의 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태평1동은 동네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유아책 2권과 기저귀, 비상약, 가이드북 등이 담긴 예쁜 육아꾸러미를 전달하는 행복육아꾸러미 지원사업으로도 유명한 동네이다. 이 꾸러미 가방도 이곳 상상마을에서 만들어진다. 짝꿍 마을도서관에 있던 재봉틀을 이곳으로 옮긴 후 재봉틀을 다룰 수 있는 주민, 혹은 재봉틀을 배우며 만들기에 참여하고 싶은 주민들을 모집해 한 땀 한 땀 꾸러미 가방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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