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913회, 한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장면
염홍철의 아침단상 913회, 한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장면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6.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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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제공 염홍철 전대전시장
사진 염홍철 전대전시장
사진 염홍철 전대전시장

 

역사에는 명암이 있지만,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장면은 ‘3배 9고두례’였다고 생각합니다.

떠올리기도 싫지만, 그 굴욕적인 장면을 상기함으로써 정치를 똑바로 해야 한다는 촉구를 해 봅니다.

조선 인조 15년 병자호란이 발발한지 45일 만에 국왕 인조는 항복을 결정하고, 그동안 항전해 왔던 남한산성을 나와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항복 예식을 거행합니다.

국왕은 왕이 입는 곤룡포를 벗고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 어가에서 내려 2만 명의 적병이 도열하고 있는 사이를 걸어 청나라 황제를 향하여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조아리’는 이른바 ‘3배 9고두례’라는 치욕적인 항복례를 실시하였습니다.

당연히 그 예를 행하는 동안 인조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겠지요. 이보다 더한 굴욕적인 장면이 어디 있겠습니까?

청나라 군대는 조선의 여성들을 겁탈했지만 조선은 아내와 딸들을 지켜주지 못하였습니다. 왜 이처럼 나라를 초라하게 만들었을까요?

병자호란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 40년도 채 안되어 일어났는데 선조에서 인조까지 이어지는 37년 동안 임진왜란의 험한 전란을 역사의 교훈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백성을 위한 정치는 뒤로 한 채 정쟁에 눈이 멀었던 것이지요. 임진왜란을 실질적인 종식시킨 주인공들은 일반 백성들이었는데, 전쟁이 끝나고 포상을 할 때 큰 공을 세웠던 천민들의 공로를 인정해 주지 않았고, 오히려 왕과 함께 도망쳤던 사람들에게 상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런 비극의 역사는 한일합방까지 이어져 결국 조선왕조 500년은 막을 내리고 말았지요. 세종과 같은 성군도 있었지만, 백성을 섬기지 않은 왕과 자신들의 기득권만 챙긴 양반들이 만들어낸 슬픈 역사입니다.

(염홍철의 아침단상 913회 , <중도일보> 2020. 6. 12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