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초래하는 상사병(相思病)
비극을 초래하는 상사병(相思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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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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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병역명문가 염재균 / 수필가

 

사람은 태어나면서 사랑을 받고 자라면서는 남에게 사랑을 주거나 받으면서 살아간다.

어릴 적의 사랑은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조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커서는 사랑 때문에 울고불고 매달리는 시소게임을 하기도 한다.

상사병(相思病)은 마음에 둔 사람을 몹시 그리워한 나머지 생기는 마음의 병으로 백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한번 그리워하는 사랑에 빠지면 중독성이 강해 헤치고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상사병이란 동진 간보의 수신기(東晋 干寶搜神記)에서 유래된 말로 시민대학의 고사 성어(지도교수: 장상현)에서 배웠다.

춘추시대인 송()나라 강왕(康王)이 절세 미인인 한빙(韓憑)의 부인 하씨(何氏)를 빼앗았다. 한빙이 이를 원망(怨望)하자 그를 가두고 변방에서 낮에는 도적을 지키고 밤에는 성을 쌓는 형벌인 성단(城旦)에 처했다.

한빙의 아내는 남편을 못 잊어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냈다.

비가 많이 내려 넓어지고 물은 깊어졌는데, 해가 뜨면 마음을 먹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편지는 전달되지 못하고 왕의 손에 들어갔다. 왕이 좌우(左右)에 편지의 뜻을 묻자, 소하(蘇賀)가 대답했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말은 근심하고 그리워한다는 뜻이고, 강이 넓어지고 물이 깊어졌다는 말은 서로 내왕(來往)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며, 해가 뜨면 마음을 먹는다는 말은 죽을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후 한빙이 자살을 했다. 하씨는 은밀히 자기 옷을 너덜너덜하게 만들고서, 왕과 함께 누대(樓臺)에 올랐을 때 아래로 몸을 던졌다. 좌우에서 급히 붙잡았으나 옷자락만 끊어지고 하씨는 아래로 떨어져 죽음을 택했다. 띠에는 다음과 같은 유언(遺言)이 적혀 있었다.

왕은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지만 첩은 죽는 것을 행복으로 여깁니다. 시신을 합장(合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화가 난 왕은 사람을 시켜 무덤을 서로 바라보도록 만들게 하고 말했다.

너희 부부(夫婦)의 사랑이 끝이 없다면 무덤을 하나로 합쳐 보아라. 그것까지는 막지 않겠다.”

그날 밤 두 그루의 개오동나무가 각각의 무덤 끝에 나더니, 열흘도 안 되어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몸체가 구부러져 서로에게 다가가고 아래로는 뿌리가 서로 맞닿았다. 그리고 나무 위에는 한 쌍의 원앙새가 앉아 하루 종일 떠나지 않고 서로 목을 안고 슬피 울었다. 송나라 사람들이 다 슬퍼하며 그 나무를 상사수(想思樹)라고 이름 지었다. 남인(南人)들은 이 새가 바로 한빙 부부의 넋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사랑은 죽어서도 나무로 이어져 우리 부부들에게 훌륭한 본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사람이 아닌 꽃에서도 이런 전설이 있는데 상사화가 바로 그 꽃이다. 상사화는 꽃과 잎이 서로 볼 수 없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필 때 잎은 이미 자라 떨어져 버렸고, 잎이 떨어진 다음에야 꽃을 피운다 한다. 또한, 나무에서도 화목한 부부(夫婦)의 상징처럼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통하여 하나가 된 연리지(連理枝)에서 볼 수 있는데,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귀한 현상으로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했다.

우리나라의 설화로 고려중기의 유학자이며 정치가. 역사가인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서도 도미부부의 애틋한 사랑은 우리들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왕의 협박과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아름다운 사랑과 절개를 지킨 도미부부의 사랑가는 가난하게 일생을 살았더라도 더욱더 빛나고 있다.

영국의 극작가인 세익스피어1595년에 쓴 작품으로 가장 강렬한 운명적 연예비극을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반목질시(反目嫉視)하는 명문가의 자녀들로 양가 친족들 간의 칼부림이 일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다가 결국은 비극으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가정이요, 가정의 기본은 부부(夫婦)이다. 화평(和平)한 가정은 사회를 바르게 하고 나라를 평안케 하는 근본(根本)이 되며, 대를 이은 가정의 화평은 모든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는 만사형통(萬事亨通)이 될 것이다.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요, 만복의 근원이다(夫婦人倫之始 萬福之原).

지나친 사랑은 과유불급(過猶不及)보다 못하며, 대부분 비극을 초래한다. 사랑은 집착이 아닌 배려와 인내,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의 하모니가 결합될 때 상사병에 걸리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