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말자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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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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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복 극작가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뜻이다.

시작(始作)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을 비유하거나, 처음 출발은 야단스러운데, 끝장에는 보잘 것 없이 흐지부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필자를 비롯하여 우리주변에는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어떤 일을 추진하지만 얼마못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끝이 계획과는 달리 미약(微弱)한 것을 많이 봐왔다.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업을 추진하는데 즉흥적이고 남이 한다고 해서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와 심사숙고가 필요함을 말해주는 용두사미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살펴보자.

중국 송나라 시대인 진종(眞宗) 경덕 원년(1004)에 고승 도원(道原)이 쓴 불서인 전등록(傳燈錄)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로 유래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나라 시대에 목주(睦州)에 세워진 용흥사(龍興寺)라는 절에는 이름난 스님인 진존숙(陳尊宿)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도를 깨치러 절을 떠나 여기저기 방랑하면서 나그네를 위해서 짚신을 삼아 길에 걸어 두고 다녔다고 한다. 진존숙이 나이 들었을 때의 일이다. 불교에는 상대방의 도()를 알아보기 위해 선문답(禪問答)을 주고받는 것이 있는데 어느 날 진존숙이 화두(話頭)를 던지자 갑자기 상대방이 으악 하고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거참 한번 당했는걸.” 진존숙이 투덜대자 상대는 또 한 번 큰소리로 나왔다. 진존숙이 상대를 보니 호흡이 꽤 깊은 걸로 보아 상당한 수양을 쌓은듯하였으나 찬찬히 살펴보니 어쩐지 수상한 구석도 엿보였다.

이 중이 그럴듯하지만 역시 참으로 도를 깨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 단지 ()의 머리에 뱀의 꼬리(龍頭蛇尾)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걸.’

진존숙이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에게 물었다.

그대의 호령(號令)하는 위세(威勢)는 좋은데, 소리를 외친 후에는 무엇으로 마무리를 질 것인가?” 그러자 상대는 그만 뱀의 꼬리를 내밀듯이 슬그머니 답변을 피하고 말았다. 우리들은 한해가 다가기 전인 12월에 대부분 다가올 신년에 희망과 부푼 꿈을 갖고 일 년의 사업계획이나 하고자 하는 일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발표하여 굳은 결심을 내비치거나 호언장담하여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렇게 모두들 시작은 거창(巨創)하다.

용두사미가 되는 예를 보면,

첫 번째로, 담배를 하루에 한 갑을 피우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워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금연의 요구가 거세어 내년부터는 끊겠다고 하면서 굳은 결심으로 말한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년부터는 다시는 피우지 않겠다. 피우면 성을 바꾼다.”라고 선언한다. 새해가 되어 남자의 결심은 실행으로 옮겨진다.

처음에는 이까짓 것쯤이야 하며 호기로 시작하지만, 차츰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괜히 짜증을 내기도 하고 불안해한다. 갈수록 흡연의 욕구는 거세져 얼마 못가 실패를 하고 만다. 지속적으로 피워온 흡연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 끊어질 수 있는가. 흡연은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한두 번 하다보면, 습관이 되어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금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가족들의 격려, 주변 친구들과 동료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금연을 저해하는 요인인 친구나 동료의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가능하다.

두 번째로, 몸이 비만으로 운동을 싫어하는 젊은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즐겨먹고, 운동을 싫어하고, TV시청이나 핸드폰을 끼고 사는 전형적인 비만의 조건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건강검진 결과,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 충격에 빠진다. 이에 단단히 결심하여 헬스장에 가서 몸을 만들고 탄산음료를 멀리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기로 한다.

처음에는 굳은 결심으로 시작하지만, 힘들고 지치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먹던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유혹의 갈림길에 마주하게 된다. 유혹을 이기면 건강이라는 선물을 얻을 수 있지만, 진다면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 건강을 걱정해야만 한다.

올해부터 3년간 대전방문의 해이다.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고, 당해 연도에 와서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여 시행한다고 한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시민들은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2018년의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하지만, 시설물의 사후관리방안 부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시작은 잘하나 끝을 맺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한 사람은 시작부터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작은 거창하게 하다가 마무리에서 흐지부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하고야 말겠다는 부단한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며, 용두사미에서 벗어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전기(傳記)나 성공사례를 통하여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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