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의 교훈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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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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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복 극작가

병역명문가 염재균  / 수필가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기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쪽도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시민대학의 “재미있고 유익한 고사성어”(지도교수: 장상현)에서 배운 내용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조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말엽(B.C. 655), 진(晉)나라 헌공은 괵(虢) 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통과국인 우(虞) 나라 우공(虞公)에게 그곳을 지나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진헌공(晉獻公)이 재차 우 나라에게서 길을 빌려 괵 나라를 치려고 하자 궁지기(宮之奇)가 간했다.

“괵 나라는 우 나라의 보호벽입니다. 

괵 나라가 망하면 우 나라도 괵 나라를 따르게 합니다. 진나라의 야심을 조장하면 안 되며, 외적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한 번 길을 빌려 준 것도 심한데 또 빌러 주다니요. 속담에 ‘광대뼈와 잇몸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고 했는데,바로 괵과 우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 우공은 궁지기의 간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 사자의(길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들어 주었다. 궁지기는 가족들을 거느리고 우 나라를 떠나면서 말했다.

“우 나라는 이제 연말의 제사를 지낼 수 없게 되겠구나. 이번에 우 나라가 멸망하면 진나라는 다시는 병사들을 보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겨울철인 12월 병자일, 진나라는 괵 나라를 멸망시켰다. 괵공(虢公)은 경사(京師, 천자의 수도)로 피신했다. 진 나라는 돌아오는 도중에 우 나라에 주둔하였다가 기회를 타서 우 나라를 습격하여 멸망시키고 말았다. 

진나라 군대는 우공과 대부 정백(井伯)을 사로잡고 그들을 진헌공의 딸 진목희(秦穆姬)가 시집가는 데 노비로 삼았다. 하지만 우 나라의 제사는 폐하지 않았고, 우 나라의 공물은 주나라 왕실로 돌렸다.   우리는 대한제국 말 1910년 8월 29일(庚戌國恥) 일제에 의한 한일병합조약에 의하여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하여 식민지로 전락하고 민족문화가 말살되어 억압된 삶을 살아야 했던 치욕의 역사가 순망치한처럼 쓰라린 상처로 남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의 파워게임에서 그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순망치한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 중으로,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우리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오늘날은 대기업과 그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기업의 관계로 하청업체를 쥐어짜서 하청업체가 망하면 대기업도 함께 망할 수 있으며, 기업의 노사관계에서도 한쪽의 이익만 너무 강하게 밀어 붙인다면 회사가 망해 양쪽 모두 순망치한의 고통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순망치한의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고 한 경우를 살펴보면,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관계로, 서로를 위하는 아름다운 생활 모습을 그린 영화 “님 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2014년)라는 영화가 있다. 또한, 동물의 세계에서도 볼 수 있는데, 개미는 진딧물을 먹으려는 무당벌레를 퇴치해 주고 진딧물은 개미에게 영양소를 공급해 주며, 파일럿 피쉬는 빨판상어에게 붙어 있는 기생충을 없애주고 빨판상어는 찌꺼기를 남겨 파일럿 피쉬가 먹게 한다. 할미새는 물소 등에 있는 벌레를 먹고, 물소는 할미새가 날개를 퍼덕이거나 머리를 쪼면 위험한 일이 올 것을 알고 대피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요즘 몇몇 정치인들이 5.18.광주민주화 유공자 명단에 슬그머니 편승해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그 당시 당한 유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역사의 진실은 하나다. 둘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그들에게 진실의 종을 크게 울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도록 해주고 싶다.  

“跌馬破車 惡婦破家”(질마파거 악부파가) ‘넘어지는 말은 수레를 망가뜨리고, 악처는 가정을 깨뜨린다.’는 역림(易林)에 나오는 말로 한쪽이 망하거나 쓰러지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으로 온전하지 못하다고 한다.

이처럼 순망치한은 서로 도우며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서로가 떨어지면 이가 시릴 만큼의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에 서로의 도움으로 존립할 수 있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여 서로 도와주는 관계인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을 때 더욱더 빛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