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금융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
은퇴금융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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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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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IBK기업은행

은퇴금융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일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은퇴금융이란 은퇴 이후에 필요한 자금을 은퇴 이전에 축적하고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은퇴 후에 겪을 수 있는 소득 공백이나 소득 감소에 대비해야 하지만
은퇴자금 관리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은퇴금융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자 해법이 될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에 대해 소개한다.



은퇴금융 관리 퇴직연금의 사례
은퇴금융에 있어 자금 축적만큼이나 자금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금융관리를 통해 은퇴 이후에 경제적으로 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이 은퇴자금을 직접 관리하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력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융회사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하며 고객의 은퇴자금을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수많은 고객을 직접 상대하고 각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1) 2005년 12월 국내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입자 수와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말 총 가입자 수는 총 근로자 수의 약 50%에 해당되는 579.7만 명에 달하며, 총적립금은 2016년 말 대비 14.6% 증가한 168.4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퇴직연금 적립금이 잘 관리되고 있는가는 분명하지 않다. 가계의 평균적인 금융자산 구성에 비해 원금보장금융상품으로 운용되는 비중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운용수익률도 낮은 편에 속한다.


퇴직연금 적립금 관리의 문제점
퇴직연금 적립금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의 원금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을 강하게 선호하였기 때문일 수 있다. 퇴직연금이 은퇴 이후에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위해 쓰일 자금인 점을 고려하여 적립금 자산 관리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총적립금 중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말 72.0%에서 2017년 말 65.8%로 하락한 것으로 보아 퇴직연금 가입자의 원금 보장에 대한 선호도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2)
둘째,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적정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였기 때문일 수 있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의 손실을 가입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만큼 퇴직연금상품을 선택할 때 가입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사업자가 적정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가입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퇴직연금상품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입자는 적립금의 손실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확정급여(DB)형 퇴
직연금을 선택하거나 원금이 거의 보장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상품을 선호하였을 수 있다. 2017년 말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적립금 중 원금 보장 금융상품으로 운용되는 비중이 78.7%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았거나 그럴 유인요소가 약했기 때문일 수 있다. 2017년 말 사업자 유형별로 적립금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실적 배당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비중이 금융투자회사의 경우 17.1%, 은행의 경우 7.9%,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4.9%, 손해보험회사의 경우 1.2%,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1.1%로 조사된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소극적으로 운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적립금을 잘 관리하느냐가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가입자를 잘 유치하느냐에 의해 좌지우지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해법, ‘로보어드바이저’의 탄생
퇴직연금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은퇴금융에 있어 자산관리가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면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해답이 될 수 있다.3)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회사가 그동안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제공하기 어려웠던 자산관리서비스를 까다로운 가입 조건이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객은 자신에게 더 맞는 은퇴금융상품은 선택할 수 있고 더 나은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 4~5년 동안 핀테크혁신 또는 디지털혁신의 결과로 금융 서비스를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 미리 짜여진 알고리듬(algorithm)을 사용하여 자동화된 방식으로 금융자문 또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platform)을 일컫는다. 로봇(robot)이 사람을 대신하여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 금융자문 또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서비스가 자동화된 방식으로 제공된다는 것은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이전보다 서비스 공급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서비스 수수료도 대폭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서비스가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서비스의 무한복제도 가능하다. 이는 고객이 시간ㆍ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은퇴금융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

로보어드바이저의 유형과 알고리듬
로보어드바이저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이와 관련된 자문에 응하는 상품 추천형이다. 손실 위험이 높거나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상품 종류가 다양하여 고객이 쉽게 선택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둘째 유형은 고객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적에 맞게 고객의 금융자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자산 관리형이다. 둘째 유형은 다시 고객이 자산관리를 로보어드바이저에게 일임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문형과 투자일임형으로 나뉠 수 있다. 투자자문형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분산투자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상품 추천형과 구분될 수 있다. 다만 상품추천형과 투자자문형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투자일임형은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의 금융자산을 일임받아 자산가격 변동 또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여 자산 구성의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을 직접 수행한다는 점이 투자자문형과 다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듬은 고객 진단, 자산 배분, 리밸런싱 알고리듬으로 나뉠 수 있다. 고객 진단 알고리듬은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이와 관련된 자문에 응하기 위해 고객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알고리듬이다. 또한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을 평가하는 알고리듬이기도 하다. 자산 배분 알고리듬은 고객 진단 결과를 토대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자산 배분 또는 자산 구성을 도출하는 알고리듬이다. 리밸런싱 알고리듬은 고객자산의 수익과 위험을 관리하는 알고리듬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그 유형에 따라 알고리듬의 구성도 달리하고 있다. <그림 1>에서 살펴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상품추천형은 고객진단 알고리듬을 사용하고, 투자자문형은 자산배분 알고리듬도 필요하며, 투자일임형은 리밸런싱 알고리듬까지 활용한다.

은퇴금융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그림 1> 로보어드바이저 유형별 알고리듬 구성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보다 체계적이고 일관적인 금융자문 또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금융자문 또는 자산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말하지만 인공지능의 일반적 정의를 고려할 때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공지능이 동일하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4) 5)


은퇴금융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


로보어드바이저의 세계적인 영향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은퇴금융에 있어 필수불가결하다. 1996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의 로보어드바이저인 Financial Engines가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지속적인 자산 관리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6) 7) 이후 미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로보어드바이저가 핀테크 혁신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으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다시 퇴직연금 사례로 돌아가 보자. 최근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퇴직연금(IRP)에 가입하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로보어드바이저는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 고객에게 적합한 퇴직연금상품을 추천하거나 이와 관련된 자문에 응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지난 2~3년간 주요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 고객의 펀드 투자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퇴직연금상품에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다면 가입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도울 수 있으며 사업자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사업자의 자산관리 역량도 제고할 수 있다. 그만큼 가입자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도 양질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2016년부터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가 출시된 이후, 2018년에는 몇몇 은행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퇴직연금시장에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닌 듯하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넛지(nudge)를 자극하여 니즈(needs)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불어오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은 예전과 달라 보인다.


은퇴금융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


로보어드바이저 활용과 네 가지 선택법
퇴직연금시장에서 다수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출현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사업자 간에 로보어드바이저 경쟁은 뜨거워지게 된다. 우선 퇴직연금 가입자의 사업자 선택이 예전보다 더 신중해지며 이전과는 달리 로보어드바이저의 특징을 비교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퇴직연금 가입자의 사업자 선택이 신중해지는 만큼 사업자 간에 서비스 질, 자산 관리 역량 및 수수료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무조건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더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어떤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고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가입자마다 개인적 취향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보어드바이저의 본질적인 역할을 이해한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에 준거하여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자신의 투자 성향을 잘 진단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신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투자성향과 다르게 진단한다면 고객 진단 이후에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가 적합한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자신의 답변이 비일관적일 경우 이를 알려주고 재답변을 요구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원금 손실을 전혀 원하지 않으면서 기대수익을 5% 이상 실현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요구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를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합리적인 기대에 근거하여 고객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해야 한다. 로봇이 사람의 일을 완벽하게 대신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같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단계에서는 로봇의 의사소통 능력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과 의사소통하려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에서는 투자 자문사와 로보어드바이저가 협업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로보어드바이저가 우세를 점하고 있다.
셋째, 적정한 분산 투자를 제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특정 자산에 편중 투자하려고 할 경우 분산 투자 대안을 제시하거나 고객의 결정을 재확인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자산의 수가 분산투자가 가능할 만큼 다양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한편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 펀드 등 다른 자산운용사의 금융상품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도 분산투자가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넷째, 자신의 적립금에 대한 운용 성과와 계획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리밸런싱이 필요한 경우 이를 시의적절하게 자신에게 고지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해야 한다. 또는 자동으로 리밸런싱을 실시해주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리밸런싱 횟수를 제한할 수 있는지 또는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거래수수료만 과다하게 지급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은퇴금융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퇴직연금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오프라인에 바탕을 둔 사업모델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금융회사도 디지털혁신 시대에 맞게 사업모델을 온라인 또는 모바일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 은퇴금융시장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디지털혁신 시대에 맞는 사업모델이 될 것이다. 금융회사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기 때문이다.





Words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