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봉꾼의 감사헌금
난봉꾼의 감사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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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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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홍기/ 좋은 감리교회 원로 목사. 수필가

난봉꾼이란 주색과 잡기 따위의 허랑방탕한 짓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의 후배 중에 난봉꾼이 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 난봉꾼으로 향락을 즐기다가 지금은 낙향하여 조용히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과거에 신세를 진 일도 있고 하여 작년 가을에 그 남봉꾼 후배를 찾아갔다. 아름다운 2층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교회가 보였다.

 “저 교회 얼마나 오래되었니?” “100년이 넘었어요. 내가 그 교회 다니고 있어요.”   

나는 깜짝 놀랬다. 팔도 난봉꾼이 교회를 나간다니~ “그래. 축하한다.” 사연을 들어보니 초등학교 시절 교회를 다녔는데 중학교부터는 도시로 유학 가서 63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옛날 생각이 나서 다시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말을 한다.

“얼마 전에 감사헌금 50만 원을 했어요.” “무엇이 감사한데?”

“하나님이 나를 내시로 만들어 주셨어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아도 나도 알고 그도 안다.   

63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동심으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하며 과거 난봉꾼 생활을 참회하니 주색잡기가 싫어지고 눈으로 보아도 아무 감정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성령을 받아 거듭났다고 하는 것인데 이 후배는 그간 63년이란 세월의 강이 흘렀기에 교회용어를 모르고 원색적으로 느낀대로 하나님이 내시로 만들어 주셨다고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이 후배의 말이 솔직하면서도 터프하고 천진난만해서 좋았다. 은혜니 성령이니 하면서 자기를 미화하는 것보다 나목(裸木) 같은 감정표현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렸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교회 담임목사님이 “집안에 무슨 큰 경시라도 났습니까?”라고 묻기에 “아니요” 대답했더니 “그러면 감사헌금은 무엇입니까?” 물으셨어요.

“하나님이 나를 내시로 만들어 주셔서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과거 방탕했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되었노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더니 목사님 말 “목회 30년 생활에 내시되었다고 감사헌금 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이렇게 해서 난봉꾼의 헌금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성경에도 탕자 이야기가 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재산을 미리 달라고 하여 외국에 나가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재산을 탕진한 후 죄를 뉘우치고 아버지(하나님) 품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나의 후배는 재산을 가지고 나가서 탕진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품을 떠났다가 63년 만에 백발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인생은 처음보다 끝이 아름다워야 한다. 비록 젊었을 때는 난봉꾼이었지만 고향 교회를 섬기는 그의 백발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16:31)    

하나님의 구한 말씀이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는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