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없는 대전방문의 해
스토리가 없는 대전방문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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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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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성거사

 대전시가 시 승격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2019년을 ‘대전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1000만 명 관광객 유치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연일 대대적인 홍보와 관련 행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왠지 시민들이 적극 나서 팔을 걷어 부치는 모양새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소수만 요란을 떠는 잔치로 비친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몇 가지 이유가 손에 잡혔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생각도 이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체계적인 준비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기획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디어를 통해 2019년이 ‘대전방문의 해’라는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정작 어떤 준비과정을 통해, 왜 그런 행사가 기획됐는지 시민들은 알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시민 전체가 준비하고 맞이하는 ‘대전방문의 해’가 못 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껍데기만 잔뜩 있고 정작 알맹이가 없다는 점이다. 눈으로 보는 관광거리만 늘어놓았지 추억 만들기에 점 하나 찍어 줄 만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전 국민 외국여행 시대이다. 짬을 내 여행을 다닐 정도의 여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국내는 물론 웬만한 외국여행도 수차례씩 다녀왔다. 관광에 대한 눈높이와 기대치가 올라갈 만큼 올라간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길을 잡아당기기에는 ‘대전방문의 해’가 차려놓은 밥상이 너무 빈약하다. 

관련 사이트를 들어가 뒤져보니 먹을 거리, 볼 거리, 축제와 명소에 이르기까지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길 만한 아이템이 없어 보인다. 너무 순진한 상차림이란 느낌이다.      

기름진 음식으로 산해진미를 차리라는 주문은 아니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대도시라서 상품이 빈곤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요즘 관광수요의 트렌드를 읽지 못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현대인들은 이야기를 쫓아 관광을 한다. 

기념이 될 만한 장소에 가서 족적을 남기고 카메라에 담아 오는 것을 최고의 관광으로 여긴다. 거기에는 흔히들 스토리텔링이라고 일컫는 이야기가 따라 주어야 한다.      

예컨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에서 주인공이 특별한 행동을 했던 곳, 유명인과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맛 집으로 전국에 소문이 난 곳 등을 직접 찾는 것을 최고의 여행으로 여긴다. 

그 이야기 속으로 자신을 빠뜨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전시가 내놓은 관광지와 음식, 축제 등 무엇 하나 현대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만한 곳이 없다. 

아무리 빈약한 관광지라도 이야기를 입히면 관광객들이 열광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기획에 담아내지 못한 것이다.      

‘반 세기 전 유성온천을 신혼여행지로 찾았던 노부부를 초청해 그 시절의 향수에 빠지게 해주었으면 어떨까’ ‘장년기 이후 세대에게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나훈아와 배우 김지미가 함께 살았다는 추억의 장소에 스토리를 입혀 상품으로 개발했으면 어떨까’

‘2002년 월드컵 때 안정환의 쐐기골로 이탈리아를 꺾고 8강 신화를 만들었던 대전월드컵경기장을 개방해 직접 잔디밭에서 사진을 찍게 하면 어떨까’,

‘젊은 세대들에게 유튜브 먹방의 지존으로 전국적 지지도를 갖고 있는 방송인 밴쯔와 함께 대전의 맛집을 탐방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면 어떨까’ 등등의 생각을 해봤다.      

전국 웬만한 도시에 다 있는 동물원과 수목원, 둘레길, 고택, 카페거리 등을 미끼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는 것은 기획력이 부족해 보인다. 

시민들조차도 향토음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삼계탕, 매운탕, 설렁탕, 돌솥밥 등의 메뉴로 전국의 식도락가들을 대전까지 오게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입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몽마르뜨 언덕’ ‘트레비분수’ ‘인어동상’ ‘오줌 누는 소년상’ 등을 가보면 시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스토리가 담겨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곱씹어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대전방문의 해’를 성공시키려면 현대인들은 스토리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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