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의 국방관을 개탄한다
국방장관의 국방관을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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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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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희봉/ 시인·평론가

 

 국방장관의 안보관, 국방관에 불안을 느낀다. 국방에 관해서는 행정조직상 세 번째 서열에 해당하는 사람의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불미스런 충돌이라는 표현을 썼다.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는 장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어찌 그런 사람을 국방장관의 자리에 앉히고 편안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가? 심히 걱정된다.

이런 일화가 생각난다. 이스라엘이 아랍권의 13개국과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었던 다얀장군은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이스라엘 군대는 막강한 최신무기로 무장을 완료했다. 이 최신의 무기는 이스라엘 전군에 긴급 배치된 바, 우리는 이 무기를 사용하여 아랍연합군을 몇 시간 내에 물리치게 될 것이다.” 수많은 국가정보기관이 이 신무기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지만 찾아낼 수 없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엿새 만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다얀 장군은 전쟁 종료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단 세 시간 만에 승리를 확신했다. 그것은 최신 무기인 불타는 애국심이었다. 이 애국심을 활용해 우리는 단시일에 적군을 물리쳤다.” 이 다얀 장군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한다.

천안함이 폭침되어 슬픔을 겪은 지 9년이다.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국방장관의 말도 바뀐다. 20103월 북한의 천안함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사망하고 구조 과정에서 다시 10명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그해 11월 북의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 2명과 주민 2명이 사망했다. 천안함 폭침은 한국 등 5개국 전문가 73명으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이 2개월 조사 끝에 '북한 잠수함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으로 결론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 스스로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북의 도발이 명백한 사안을 두고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불미스러운 충돌'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불미스러운 충돌이라는 정 장관 발언은 마치 쌍방 과실에 의한 충돌로 읽힐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국방 당국자들조차 북과의 대화 기류를 의식해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평가가 전() 정권 때와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태영 전 국방장관 후임으로 201012월 임명됐다. 그런 만큼 김 전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북한 도발 시 10배로 보복하고 적 지휘부 등 원점을 타격하라."며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김관진 전 장관은 취임 다음달 내려보낸 지휘 서신 제1에서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 임할 때 강조한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을 인용해 우리 군을 독려했다.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뜻이다. 김 전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 2010년은 북한의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6·25전쟁 이래 가장 큰 안보적 위기를 맞았던 한 해"라며 침과대적(枕戈待敵·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의 자세로 적을 압도하는 전투형 부대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같은 해 천안함 1주기 때 김 전 장관은 '천안함 46+1 용사의 위국헌신 혼()을 전투형 군대의 모습으로 되살려 나갑시다.'라는 제목의 지휘 서신을 전군(全軍)에 보냈다. 그는 손자병법 구변편(九變篇)에 나오는 '무시기불래 시오유이대야(無恃其不來恃吾有以待也)'라는 구절을 소개하며 "적이 오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 적이 언제 오더라도 대비하라."고 말했다.

 

김관진 전 장관에 이어 20146월 취임한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취임 다음해인 2015, 천안함 피격 5주기를 맞아 천안함 선체가 보존돼있는 경기 평택 해군 2함대를 순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장관은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그 책임이 북한에 있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라며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우리 군은 지체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적의 도발 의지 자체를 분쇄해 버릴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발했을 때 육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으로 있었다. 그는 합참의장 시절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부정하는 주장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며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시를 인용해 "(억지 주장을)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장관에 취임한 송영무 전 장관은 천안함 폭침 직후인 20104"일각에선 자꾸 북한, 북한 하는데 사고 해역을 안다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사고 해역은 북한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활동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해군 참모총장을 지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장관 취임 후인 20182월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선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행위"라고 말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맞느냐?’는 질의에 그는 "저는 그렇게 믿는다.(천안함 폭침 당시 출동한 잠수정은) 북한의 연어급 소형 잠수정으로, 정찰총국 소속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송 전 장관 재임 시절인 작년 2월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방한하자 현 정부 내에선 김영철 감싸기움직임도 일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당시 북 정찰총국장으로 폭침의 배후로 꼽혔다. 이 때문에 평창올림픽 당시 '천안함 폭침의 배후가 축하 사절로 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폭침) 당시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누가 (천안함 폭침의) 주역이라는 이야기는 없었다."며 김영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송 전 장관도 '정찰총국 소속 연어급 잠수정이 출동했는데,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관여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북한 사정에 대해 추정은 할 수 있지만,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다만 김영철의 방한에 대해 "군 입장에서는 불쾌한 사항"이라고 했다.

송 전 장관에 이어 작년 9월 취임한 정경두 장관은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그런 그는 지난 11일 조명균 통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함께 KBS 신년기획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날 한 시민 패널이 정 장관에게 김정은이 서울을 답방할 때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지금 남북 관계는 미래를 보면서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그런 부분(사과)에 대해 분명히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남북 관계가) 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우리가 이해를 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정 장관이 '우리가 이해하자.'고 한 것을 두고 북을 화나게 하면 안 되니 폭침 도발의 책임을 묻지 말고 이해하자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은 명백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고, 북한이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 장관도 지난 19일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달 만에 정 장관은 천안함 폭침 등을 두고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지난 22"정 장관의 '불미스러운 충돌'이라는 발언은 국방부 장관의 안보관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반헌법적 인식"이라며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과 전직 국방장관 등 예비역 장성 750여 명이 모여 만든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도 성명서를 통해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이런 국방장관의 국방관에 국민들이 불타는 애국심을 품을 수 있을까?

 

사진 김용복 극작가
사진 김용복 극작가